국내 8대 자산운용사가 뽑은 2026년 ETF 키워드는? [2026 ETF 전망]

증권 |이태윤 기자|입력

올해는 환상 걷어내고 ‘실적’ 검증하라 소프트웨어 넘어 ‘몸’ 입는 피지컬 AI 하방 막는 방패 ‘현금 흐름’ 국가 생존 필수재 ‘안보·인프라’

|스마트투데이=이태윤 기자| 2026년 ETF 시장을 관통할 핵심 전략은 단순명료하다. 막연한 기대감에 의존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기업의 재무제표와 실질적인 이익 창출 능력이 확인되는 ‘숫자’에 집중하라는 제언이다. 테마의 화려함보다는 기업 재무제표의 견고함을, 막연한 대박보다는 꾸준한 현금 흐름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국내 자산운용업계를 이끄는 8개 주요 운용사(삼성·미래에셋·KB·한국투자·신한·한화·키움·NH아문디)의 ETF 담당 임원 및 실무진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26년을 '검증의 해'로 규정했다. 이들은 AI 거품론이 상존하는 불확실성의 시장을 넘기 위해서는 실적으로 증명된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올해 우리나라 ETF 시장을 관통할 키워드로 △실적·숫자 △피지컬AI·로봇 △현금흐름·배당 △인프라·경제 안보를 뽑았다.

● 최다 키워드 ‘실적·숫자’

8개 하우스가 제시한 2026년의 대전제는 ‘실적’이다. 최근 몇 년간 가장 큰 투자 대상은 AI 및 이들을 서포트 하는 기업들이었다. 대부분 미국 AI기업과 그들의 ‘하청업체’들이 지구상의 대부분 투자자들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매일마다 나오는 뉴스에는 ‘AI와 AI관련 산업이 이만큼 발전했다’라는 모호한 기대성 소식만 나왔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단순히 ‘말’로 증명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나오는 ‘숫자’로 증명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 예고했다.

삼성자산운용은 2026년을 "숫자로 증명된 기업만 살아남는 해"라고 정의했다. 자본지출(CAPEX)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만큼 수익성이 검증된 AI 테마만이 차별화된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한자산운용 역시 "단순히 AI 관련 사업을 영위한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을 설득하기는 어렵다"며 실질적인 수익 발생 여부에 대한 현미경 검증을 주문했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시장이 기대감으로 움직였다면, 내년은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구체적인 수익으로 연결되는지가 투자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AI 인프라에 투입된 막대한 자금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NH아문디자산운용의 시각과도 궤를 같이한다.

● 두번째 키워드 ‘피지컬 AI·로봇’

8개 하우스가 제시한 두번째 키워드는 피지컬 AI·로봇이다. 이제는 AI가 단순히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같은 실체로 진화한다는 것. 즉, 소프트웨어를 넘어 현실 세계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피지컬(Physical) AI'와 관련 인프라가 꼽혔다.

한화자산운용은 2026년을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의 원년으로 보고, 로봇이 물리적 노동력을 제공하는 피지컬 AI 시대로의 전환에 주목했다. KB자산운용은 인튜이티브 서지컬이나 로크웰 오토메이션처럼 로봇 매출 비중이 높고 실적이 가시화된 기업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밸류체인이 집중된 중국 휴머노이드 생태계를 유망처로 제시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스페이스X의 IPO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우주 테크와 결합된 AI 인프라의 확장성을 강조했고, 삼성자산운용은 전력 인프라와 도심항공교통(UAM) 등 정부 지원과 설비 투자가 활발한 섹터를 지목했다.

● 세번째 키워드 ‘현금 흐름·하방 방어’

8개 하우스가 공통적으로 제시한 세번째 키워드는 '현금 흐름'과 '하방 방어'다. 변동성 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 단순히 주가가 오르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배당이나 옵션 프리미엄으로 확정적인 수익을 챙겨야 한다는 조언이다.

시장을 떠나 현금화하기보다는 시장에 머물되 위험을 관리하는 전략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주가 하락 시 손실을 방어하는 '프로텍티브 풋(Protective Put)' 복제 전략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으며, 상승장의 기회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하락 위험을 제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은 기초자산 비중을 90%로 유지하며 나머지 10%로 옵션 매도 프리미엄을 챙기는 '고정형 커버드콜'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은 배당 성장이 지속되는 우량주와 옵션 전략을 결합해 꾸준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방식을 권고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 장기채와 자산배분형 상품을 통해 주식 시장과의 역의 상관관계를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네 번째 키워드 ‘인프라·경제 안보’

8개 하우스가 뽑은 2026년 네 번째 키워드는 AI 산업의 필수재인 ‘인프라’와 국가 생존이 걸린 ‘경제 안보’다. 이들은 테크 산업의 발전이 필연적으로 전력 부족과 안보 경쟁을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한 기술 투자를 넘어, 기술을 지탱하는 기반 시설과 지정학적 수혜주로 시선을 확장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은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전력 인프라’를 핵심 투자처로 지목했다. AI가 고도화될수록 막대한 전력 소모가 불가피하며, 이에 따라 전력 설비와 에너지 인프라 기업의 실적이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를 우주로 확장해 스페이스X 등 우주 테크와 결합된 인프라 구축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냉전’ 기조 속에서 방위 산업과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한화자산운용은 2026년 시장을 주도할 축으로 방산(군비 경쟁)과 에너지(에너지 경쟁)를 꼽으며, 이를 ‘경제 안보’라는 키워드로 묶었다. 막연한 기대감에 기댄 테마보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어 정부 지출이 보장된 산업이 변동성 장세에서 더욱 견고한 수익을 낼 것이란 분석이다.

8개 하우스가 제시한 ‘블랙 스완’

운용사들은 낙관론 속에서 '블랙 스완(잠재적 위험요인)'에 대한 경고도 빠지지 않았다. 가장 큰 우려는 AI 산업의 수익성 부재다.

한화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은 대규모 투자가 기업의 이익으로 증명되지 못할 경우 기술주 전반이 흔들리는 'AI 버블론'의 현실화 가능성을 경계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가상자산 시장의 붕괴가 실물 금융위기로 전이될 수 있는 '폭포수 효과'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내년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정책 동력 상실을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삼성자산운용은 금리 인하 종료 국면에서의 금리 스파이크와 환율 변동성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결국 8개 하우스의 공통된 키워드는 '검증'과 '본질'이 골자다. 삼성자산운용은 "어제의 호재가 오늘의 악재가 될 수 있는 급변하는 시장에서 타이밍을 맞추려 하기보다, 실적이 견고한 산업에서 투자의 시간이 주는 축적의 힘을 믿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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