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정보유출 사태 파장 전방위 확산 "사면초가"

사회 | 나기천  기자 |입력

경찰, 9일 쿠팡 본사 전격 압수수색 국회는 17일 청문회···김범석 의장 증인 채택 韓ㆍ美서 집단 손배 추진, 뿔난 소비자 '탈팡' 등 가속

|스마트투데이=나기천 기자| '초대형 회원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뒤 부적절한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비판을 받는 쿠팡 사태 파장이 국내ㆍ외를 불문, 전방위로 확산 중이다. 

대통령실이 8일 즉각적인 해결 방안 마련과 시정 조치를 요구한 데 이어 경찰이 9일 전격적으로 쿠팡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국회와 감독 당국의 조사ㆍ청문 절차, 회원들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 등의 대응도 당분간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에서도 한국 쿠팡의 모회사에 대한 현지 집단소송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어 쿠팡이 점점 더 사면초가 국면으로 몰리는 모양새다.

●압수수색, 청문회··· 정부ㆍ국회 쿠팡 전방위 압박 

이날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는 쿠팡이 지난달 18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확인했다고 신고하며 시작됐지만, 경찰이 유출자를 쫓는 동시에 쿠팡 측의 보안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기 위해 이날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쿠팡의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와 관련해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고 보좌진에 지시했다. 

강 실장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계정 약 3370만개 정보가 유출됐다고 발표하면서 이름과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일부 주문 정보 등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유출된 정보가 온라인 사기나 카드 부정 사용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쿠팡은 피해 발생 시 책임질 방안에 대해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민ㆍ관합동조사단을 가동해 쿠팡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개인정보위는 "국민 다수의 연락처, 주소 등이 유출된 사안의 중대성을 무겁게 인식하고,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경위, 규모·항목, 보호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 등을 신속·철저히 조사하고 있으며, 쿠팡의 보호법상 위반사항 확인 시 엄정 제재하고 피해 확산 및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복잡한 탈퇴 절차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탈퇴 절차를 복잡하게 한 것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 규정에 저촉되는 지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오는 17일에는 국회에서 쿠팡 청문회가 열린다. 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청문회를 이날 실시하기로 의결했다. 위원회는 청문회 증인으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과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등 5명, 참고인으로 5명을 각각 채택했다.

과방위는 앞선 지난 2일 전체회의를 열어 쿠팡의 박대준 대표 등을 불러 이번 사태와 관련한 현안질의를 진행했는데, 개인 정보유출 경위 등이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아 추가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보고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韓ㆍ美서 동시 집단소송도

정부, 정치권의 조치와 별개로 진행되는 소비자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대응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현재 쿠팡을 상대로 한 법무법인·법률사무소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인단으로 모인 피해자가 20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법무법인 등은 1인당 30만원부터 100만원까지 손해배상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준비 중이다. 법무법인·법률사무소들이 소송인단을 계속 모집하고 있어 참여 소송인단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도 소송이 추진된다. 8일(현지시간) 한국 법무법인 '대륜'의 현지 법인인 미국 로펌 SJKP가 쿠팡 지분 100%를 가진 모기업인 쿠팡 아이엔씨(Coupang Inc.)를 상대로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 소비자 집단소송을 공식 제기할 예정이라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륜 측은, "쿠팡 본사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등록돼 있고 뉴욕 증시에 상장된 미국 기업"이라며 "미국 사법시스템의 강력한 칼날로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어 중대한 과실 기업에 천문학적인 배상액이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또 소송에서 승소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쿠팡 회원 등 피해자 모두가 일괄적으로 배상받게 된다. 

실제로 지난 2021년 766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미국 통신사 T모바일은 소비자들이 제소하자 합의금으로 3억5000만달러(약 5100억원)를 지급했다.

대륜의 미국 소송은 현재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과 별개로 진행된다. 대륜은 손해배상 소송 외에 형사소송을 병행하고 있다. 대륜은 지난 5일 박대준 쿠팡 대표와 개인정보 업무 관계자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밖에도 참여연대와 한국소비자연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집단 자율분쟁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집단 자율분쟁조정은 다수 소비자가 같은 피해를 보았을 때 소송 대신 당사자 간 합의로 피해를 구제하는 제도다. 

●회원 탈퇴 본격화하나···피해구제는 언제?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 이용자 수는 최근 급감 중이다. 데이터 테크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쿠팡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1617만7757명으로, 역대 최대 일간 이용자를 기록한 지난 1일 1798만8845명에 비해 181만명 이상 감소했다.

이는 지난달 29일부터 사흘 연속 이용자 수 증가세를 보이다가 나흘 만에 감소세로 바뀐 뒤 그 폭이 확대된 것이라고 한다. 일간 이용자 수도 지난달 30일 처음 1700만명대를 넘어선 뒤 다시 1600만명대로 쪼그라 들었다.

반면 지마켓, 11번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등을 포함한 다른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 이용자 수는 소폭 증가세였다. 쿠팡 소비자들의 이탈이 본격화되며 다른 이커머스 기업이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이른바 '탈팡(쿠팡 탈퇴)'가 가속할 우려가 제기된다. 쿠팡의 발빠른 대응과 사과 및 피해구제ㆍ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김범석 의장의 즉각적 사과를 요구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은 즉각 소비자에게 사과하고 책임 있는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황기명 쿠팡 측에 소비자 요구안을 전달했다. 요구안에는 △김범석 의장의 공식 사과와 책임 있는 해결 방안 발표 △개인정보 유출 경위와 사실관계 전면 공개 △모든 기기에서 '1단계 회원 탈퇴' 즉시 가능하도록 시스템 개선 △실질적 소비자 보호·배상 대책 마련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대책의 조속한 제시 및 실행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쿠팡에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단체소송, 자율적 분쟁조정, 대규모 회원 탈퇴, 불매운동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쿠팡은 이날 개인정보위원회 권고를 이행해 회원들에게 재공지한 사과문에서도 부실한 대응 탓에 뭇매를 맞았다. 사과문을 카카오톡 등에 공유하면 미리 보기 제목으로 사과가 아닌 특가 상품 홍보 문구가 노출됐기 때문이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29일 첫 번째 사과문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노출’로 표시해 사태 파장을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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