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윤승재 기자| 동대문 의류 B2B 플랫폼 딜리셔스가 10년 넘게 축적한 도·소매 네트워크와 본업 흑자전환을 앞세워 코스닥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2025년 연결 영업이익이 16억원으로 흑자전환되면서 투자업계의 관심이 더 커진 상황이다.
핵심 서비스인 ‘신상마켓’은 옷을 직접 사서 파는 이커머스가 아니다. 동대문 도매 사업자와 전국 의류 소매 사업자를 온라인에서 연결하고 광고·구독·사입대행·배송으로 돈을 번다. 지그재그·에이블리·무신사 등 B2C 플랫폼보다 한 단계 앞단에 자리한다.
사업자만 들어오는 신상마켓…도매 2만·소매 35.8만 연결
동대문 도매상이 상품을 기획·생산하면 전국 편집숍과 온라인 쇼핑몰이 소량·다빈도로 사입한다. 신상마켓은 상품 등록부터 탐색·주문·거래처 관리까지 이 과정을 온라인으로 옮겼다. 2025년 말 누적 승인 회원은 도매 약 2만명, 소매 약 35만8000명이다.
일반 소비자는 이 사이트를 이용할 수 없다. 도매 회원은 실제 상가 영업 여부, 소매 회원은 사업자등록증과 패션 소매업 영위 여부를 확인한다. 업계 관계자는 “딜리셔스는 사업자등록증을 인증해야 하고 일정 규모 이상 구매해야 한다”며 “회사가 유령·위장 회원을 정기적으로 가려내는 고객 관리 방식도 진입장벽”이라고 말했다. 회원 수뿐 아니라 ‘회원의 질’을 관리하는 폐쇄성이 네트워크의 바탕인 셈이다.
폐쇄형 가입 구조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승인 회원들이 실제로 서비스를 쓰는 수준도 뒷받침돼야 한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2024년 10월~2025년 9월 월평균 활성 사용자(MUV)는 신상마켓 16만4000명, 남도마켓 1만3000명, 이지픽 3000명이다.
회사가 외부 데이터를 토대로 제시한 사용자 기준 점유율은 91~97%다. 거래액이나 매출 점유율과는 구별되는 지표다.
광고 57.8%·구독 25.6%…반복매출로 높이는 고객 락인
신상마켓의 선점효과는 양면 네트워크 효과와 높은 사용자 고착도에서 나온다. 동일 상품과 가격이 제시되는 정보 플랫폼에서는 가격 할인보다 상품 탐색 효율이 중요하다. 소매 고객이 많은 플랫폼으로 도매 사업자가 집중되고, 상품이 늘면서 소매가 다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다. 후발 사업자가 양쪽 이용자를 동시에 모으기 어려운 이유다.
기술은 네트워크를 강화한다. 회사는 76명 규모 연구개발 조직과 10년 이상 축적한 상품·거래·행동 데이터를 검색·추천·광고에 쓴다. AI 광고를 도입한 뒤 2025년 월평균 광고주는 2243명으로 11.6%, 광고주당 월평균 집행액은 68만원으로 8.7% 늘었다.
2025년 매출 307억원 가운데 신상애드는 177억원으로 57.8%를 차지했다. 신상멤버십 45억원과 소매·중화권 대상 서비스 구독 34억원을 합친 구독 비중은 25.6%였다. 2023년 6.8%에서 크게 높아졌다.
회사가 제시한 재구독률도 신상멤버십 84%, 플러스멤버십 91%다. 반복매출을 늘리는 흐름은 고객 락인과 실적 안정성을 함께 높인다.
하지만 법적 해자는 상대적으로 얕다. 등록 특허는 AI 영상검색 관련 1건이고 3건은 심사 중이다. 딜리셔스도 알고리즘과 데이터, 사용자 인터페이스 상당 부분이 특허 보호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인정하고 있다.
경쟁 우위 유지 여부는 기술 자체보다 네트워크와 데이터에 재투자해 전환비용을 높일 수 있는지에 달렸다.
해외 고객 11%에도 수출매출 6.7%…글로벌 수익화는 초입
다음 성장축은 해외다. 딜리셔스는 2022년 일본 배송과 중화권 유료 구독을 시작했고, 2025년 배송 가능 지역을 90여개국으로 넓혔다. 전체 소매 사업자 중 해외 고객 비중도 약 11%까지 올랐다.
그러나 2025년 수출 매출은 20억4400만원으로 전체의 6.7%에 그쳤다. 2026년 1분기도 6.0%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신상마켓을 구독하는 중화권 소매 사업자가 플랫폼을 통해 동대문 도매 사업자에게 전달하는 주문은 월 10억~15억원 규모다. 이는 딜리셔스 매출이 아니라 플랫폼을 거쳐 간 주문액으로, 배송 수수료와 구독료로 전환돼야 실적이 된다.
딜리셔스는 대만·홍콩·중국으로 배송을 확대하고 2027년 글로벌 플러스멤버십을 선보일 계획이다. 해외 소매상이 한국 의류 사입을 위해 구독료를 내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국내 광고·구독 모델을 복제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지그재그·에이블리·무신사처럼 소비자를 상대하는 패션 플랫폼의 해외 확장이 이들 채널에 입점한 국내 소매 사업자의 K패션 판매 기회를 넓힐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이들이 자체브랜드와 직접 생산을 늘리거나 중국 직소싱 채널이 성장하면 동대문 사입 수요가 줄 수 있다.
딜리셔스는 성숙 단계의 동대문 유통망을 디지털화한 리딩 기업이다. 국내에서 확보한 네트워크를 해외 소매 사업자의 실제 주문과 구독·배송 매출로 연결하는지가 다음 성장 단계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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