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통상 식음료(F&B) 산업은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에 비해 성장성이 낮은 업종으로 통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F&B 기업이 IPO 시장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으려면 확실한 성장 스토리가 필수적이다. 상장을 앞둔 삼진식품의 추가적인 업사이드(상승 여력)가 결국 해외사업 확장에 달려있는 이유다. 과연 삼진식품은 글로벌 무대에서 투자자들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성적을 내고 있을까. 이들이 받아 든 해외 성적표의 현주소를 면밀히 살펴볼 시점이다.
◆ 숫자로 증명한 삼진식품의 존재감
지난 10년 간 삼진식품의 성장사는 수치로 증명된다. 2013년 82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24년 약 970억 원으로 10배 넘게 늘어났다. 국내 어육가공품 시장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3.9% 성장하는 동안, 삼진식품은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하며 덩치를 키운 것이다. 단순 반찬용 어묵을 넘어 간식과 베이커리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한 고급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삼진식품은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로 사업을 확장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양식품이 쏘아 올린 불닭볶음면의 성공 신화가 라면을 넘어 냉동김밥, 조미김 등으로 번지며 K-푸드의 영토가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하나둘씩 성공 사례가 늘어나면서 식품 기업들이라면 한번쯤 ‘해외 대박’을 꿈꾸고 있는 상황이다.
삼진식품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삼진식품은 지난 2022년부터 해외 시장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현재 미국, 베트남, 호주, 캄보디아 등지에서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특히 베트남, 인도네시아, 호주 등지에서는 오프라인 ‘어묵 베이커리’ 매장을 직접 운영하며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 베트남·캄보디아 ‘약진’, 미국은 ‘고전’
그렇다면 삼진식품의 해외사업 성적표는 어떨까? 삼진식품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국가별 매출 규모는 베트남, 미국, 호주, 캄보디아, 싱가포르 순으로 나타났다. 실적 흐름을 살펴보면 베트남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베트남 매출은 13억 5400만 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14억 4500만 원)과 불과 1억 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호실적을 기록 중이다. 호주 역시 4분기 실적이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전년 연간 매출과 5000만 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무난한 초과 달성이 예상되고 있다. 캄보디아는 이미 전년 실적을 넘어선 상황이다.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 매출은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5억 9300만 원에서 20억 7100만 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2024년 들어 전년 대비 절반 수준(10억 2800만 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역시 1개 분기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누적 매출이 5억 3000만 원에 그쳤다. 이는 이미 반 토막 난 지난해 매출(10억 2800만 원)의 절반 수준으로, 부진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국가별 총 어묵 수출액에서 삼진식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떨까? 본지는 해양수산부 수출 통계와 삼진식품 증권신고서 매출(기획재정부 연도별 평균 환율 적용·달러 환산)을 대조해 국가별 시장 점유율을 자체 추산했다.
이 수치에 따르면 삼진식품의 국가별 점유율은 명암이 뚜렷했다. K-푸드 흥행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불리는 미국과 호주 시장에서의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으로,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반면 어묵 수출액 기준 상위 2~3위를 기록하는 국가인 베트남에서는 43%(추정)에 달하는 높은 수출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캄보디아의 경우 국가 전체 어묵 수출액 성장세는 주춤하지만, 삼진식품의 매출 비중은 2024년 24%까지 늘어나며 성장 궤도를 그리고 있다.
◆ 서구권은 ‘교민→현지인’, 아시아는 ‘직진입’
삼진식품은 식문화의 유사성 여부에 따라 서구권과 아시아권을 나누는 ‘이원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어묵이 생소한 미국, 호주 등 서구권은 교민 사회를 교두보로 삼아 현지인 시장으로 확장하는 단계적 진입 전략을 취하는 모양새다. 우선 미국 시장에서는 한인 마트인 ‘H마트’와의 협업이 핵심이다. 현재 H마트 내 약 50개 점포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 중이며, 이 전략이 성공할 경우 이를 레퍼런스 삼아 코스트코(Costco), 크로거(Kroger) 등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호주에서도 교민 쇼핑몰인 케이몰09(K-MALL09)에 브랜드 매장을 열었다. 아시아 식자재 유통망을 활용해 교민 시장을 우선 선점한 후, 온라인몰 진입을 통해 유통 채널을 다변화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식문화가 유사한 동남아 지역은 과감히 대형 유통채널로 진출했다. 베트남은 롯데마트와 윈마트(Winmart) 편의점 체인에 바로 입점하는 전략을 폈다. 동남아는 냉동 연육의 주원료인 ‘실꼬리돔’의 원산지로, 삼진식품이 이미 바이어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어 서구권 대비 안정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이자 내년 진출을 본격화하는 중화권은 과거 ‘네트워크 활용’이 키워드다. 대만은 과거 코스트코 납품 경험을 살려 신제품 론칭과 함께 코스트코에 다시 납품을 시작할 예정으로, 2026년에는 매장 오픈도 추진한다.
중국은 현재 호주에서 자사 매장을 운영하는 파트너사의 중국 사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진출한다. 대만 코스트코 진출 성공을 발판으로 상하이 코스트코 입점과 2026년 베이커리 매장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삼진식품이 마주한 대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진출을 목전에 둔 중화권 어묵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어묵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2022년 -31%, 2023년 -38%, 2024년 -29%를 기록하며 3년 연속 가파른 역성장을 보이고 있다. 대만 역시 2024년 -3.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 활력이 떨어진 상태다.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서의 약진은 고무적이지만, K-푸드의 본진 격인 미국에서의 실적 반등과 역성장하는 중화권 시장 돌파는 여전히 무거운 과제로 남아있는 삼진식품.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승부수'가 무엇인지가 관전 포인트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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