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전기스쿠터 중단이 스마트시티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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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유 전기 스코터에 대한 규제가 확산될 조짐이다. 사진=픽사베이
 * 공유 전기 스코터에 대한 규제가 확산될 조짐이다. 사진=픽사베이

투표에 참여한 사람은 전체 138만 명의 파리 유권자 중 10만여 명으로 8%에 불과했지만, 이들의 90%가 전기 스쿠터 운행 금지에 찬성표를 던졌다. 파리시 공식 웹사이트에서 앤 이달고 파리 시장은 ”국민 투표는 구속력은 없지만 시민들의 투표 결과를 따르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국민 투표 이전에도 파리 시정부는 전기 스쿠터 서비스를 중단할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그러나 시 교통에 미칠 영향이 워낙 컸기 때문에 이를 국민 투표에 부쳤던 것. 

‘15분 도시’ 등으로 선도적인 스마트시티의 길을 걷던 파리가 마이크로모빌리티에 대한 중대한 정책 결정을 내리면서 전 세계 스마트시티에 대한 파급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BBC, 시티투데이, 스마트시티다이브 등 다양한 매체들은 지난해부터 각국 도시들의 마이크로모빌리티 규제 동향을 보도해 왔다. 이를 종합하면 상당수의 도시들이 최근 전기 스쿠터 규제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파리가 기름을 붓는 형국이 만들어졌다.  

작년에 스톡홀름은 라임, 리프트 등 전기 스쿠터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의 운영 스쿠터 수를 2만 3000대에서 1만 2000대로 줄였다. 거의 절반을 거리에서 없앤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전기 스쿠터의 도로 주차를 금지시켰다. 

로마는 시내에서 전기 스쿠터로 인한 충돌 사건이 여럿 발생한 후, 지난해 6월 전기 스쿠터 운행을 규제하는 새로운 규칙을 발표했다. 당국은 전기 스쿠터 운전을 신분증이 있는 성인으로 제한하고, 2명 이상이 탑승한 상태에서 보도에서 스쿠터를 타지 못하도록 단속했다.

여기에 더해 도로에서의 최고 속도 제한은 시속 20km, 보행자 구역에서는 6km로 줄이고 주차도 제한했다. 사용자는 이용한 전기 스쿠터를 주차한 후 차량 사진을 찍어 운영자에게 전송해야 한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와 리투아니아 수도 빌니우스 등 여러 도시들은 충돌 사고를 줄이기 위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서 전기 스쿠터의 야간 임대를 금지했다.

파리에서의 서비스 금지는 많은 유럽의 도시에서 전기 스쿠터 운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기 스쿠터 대여료는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었다. 파리의 경우 10분에 5유로에 달했다.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으로 나아가는 데 높은 장벽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데이비드 지퍼 연구원은 ”미국은 자동차 중심의 도시다. 미국 공유 전기 스쿠터 이용의 30% 이상이 자동차를 대체한 것으로, 기후 관점에서 볼 때 파리보다 훨씬 더 가치가 크다“고 진단했다. 

탄소 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전기 스쿠터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를 대체할 다른 패턴의 이동성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 필요성을 전기 스쿠터가 일정 부분 충족시켜주고 있다. 또 유럽의 도시와는 달리 미국은 도시 면적이 넓고 도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넓다. 

그리고 파리에서의 금지는 공유 서비스 사업자에게만 해당된다. 개인이 소유한 전기 스쿠터는 규제받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만 지난해에 70만 대의 전기 스쿠터가 팔렸다. 즉 전기 스쿠터에 대한 규제는 보행자의 안전과 사고 방지를 위해 강화되겠지만, 마이크로모빌리티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결국 전기 스쿠터를 중심으로 하는 마이크로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업체들의 서비스 개선에 대한 요구가 파리 투표에서 분출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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