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 위헌 판결에 185조 환급 소송전... 승자는 헤지펀드?

글로벌 | 우세현  기자 |입력

판결 직후 최소 1800개 기업 소송 제기 불확실성 커지자 헤지펀드들 청구권 매입 러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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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투데이=우세현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부당하게 납부한 관세를 환급받기 위한 기업들의 법적 투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법원 판결 직후 최소 1800개 이상의 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관세 환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그 규모는 약 1300억 달러(약 185조 원)에 달한다. 코스트코, 굿이어타이어, 페덱스 등 대기업들 역시 소송에 합류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한꺼번에 수많은 소송이 쏟아지는 현 상황을 두고, 과거 수십 년간 이어진 대규모 석면 피해 배상 소송에 버금가는 역대급 소송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환급 절차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들은 이를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로 삼고 있다.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거나 당장의 현금 융통이 급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관세 환급 청구권, 즉 향후 정부로부터 위헌 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는 법적인 권리를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 이전 1달러당 20센트 수준이었던 청구권 거래 가격은 정부의 환급 의무가 명확해진 판결 직후 40센트까지 치솟았다. 킹스트리트캐피털매니지먼트와 앵커리지캐피털 등 각각 약 3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대형 투자사들이 앞다퉈 청구권 매입에 뛰어들었다.

청구권 거래란 기업이 파산하거나 세금 환급이 지연될 때, 훗날 돈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제3자인 투자자에게 미리 할인된 가격으로 파는 금융 기법이다. 이번 관세 환급 사태에서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은 정부의 환급이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역이용하고 있다. 예컨대 정부로부터 100달러의 관세를 돌려받아야 하는 수입업체가 당장 현금이 급하거나 값비싼 변호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이 권리를 투자자에게 40달러를 받고 넘기는 식이다.

수입업체는 60달러를 손해 보지만 당장의 곪은 자금난을 해결하고 긴 소송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반면 권리를 사들인 헤지펀드 등 투자자들은 몇 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정부와 소송을 벌여 원래 액수인 100달러에 이자까지 얹어 받아낸 뒤 그 차액을 고스란히 수익으로 챙긴다. 제프리스나 오펜하이머 같은 월스트리트의 대형 투자은행들은 돈이 급한 수입업체와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 사이를 연결해 주고 중간에서 두둑한 수수료를 챙기는 중개인 역할을 하며 이 시장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해 환급 절차를 거론하기보다는 향후 5년은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으면서 기업들의 셈법은 엇갈리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기약 없는 소송전의 불확실성을 피하고자 40% 정도의 현금을 즉시 쥐고 투자사에게 청구권을 넘기는 반면, 대규모 소송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들은 이자까지 더해 100% 전액을 돌려받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1300억 달러 환급 사태는 무역 및 세관 관련 분쟁을 전담하는 미국 연방 특수법원인 국제무역재판소(CIT)가 향후 어떤 환급 절차 지침을 내놓느냐에 따라 최종 향방이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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