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주가가 자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 첫날 폭등하는 가운데 역주행하고 있다.
자회사가 상장되면 모회사 가치가 깎이는 이른바 모자 상장의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오너 2세인 정기선 부회장이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 직전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의지를 보였지만 자사주 매입 효과는 별반 크지 않아 보인다.
8일 10시10분 현재 HD현대마린솔루션은 공모가보다 40% 안팍 오른 채로 상장 첫날 순항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5조2000억원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에 비해 HD현대마린솔루션의 최대주주인 HD현대는 전 거래일보다 1.09% 떨어진 6만3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은 5조400억원 선이다.
HD현대는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 55.8%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가 2조5000억원을 넘는다는 이야기다.
HD현대가 HD한국조선해양 35.05%, 그룹 이익의 절대 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오일뱅크 73.85%, HD현대일렉트릭 37.22%를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지주사로서의 주가 할인이 역력한 모습이다.
상장 전부터 언급됐던 이중 상장 논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주가 흐름이다.
지난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계기로 이중 상장 논란에 불이 붙었다.
LG화학의 핵심 사업부이던 2차전지 사업부가 물적분할돼 상장까지 진행된 것이었는데 LG화학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당일 공모가보다 68.3% 오른 채 마감했다. LG화학은 반대로 8.13% 폭락했다. LG화학 주가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발표 이후 꾸준히 하락하면서 기업 가치 상당 부분을 잃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이후로 여타 대기업에서도 물적분할 뒤 재상장이 봇물을 이뤘는데 이중 상장이 대기업 오너들의 지배력만 높여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소액주주들은 이익이 적었고, 오히려 모회사 주가 하락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빈번했다.
자회사가 상장한 뒤 주가가 오를 경우 이론적으로는 모회사 가치도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반대로 주가하락이 발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자회사를 보고 투자했던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로 빠져 나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이유로 꼽힌다. 투자자금이 무한정일 수 없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모회사 주식을 계속 보유해야할 유인이 사라지는 것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 역시 상장 전부터 이같은 이중 상장 이슈가 있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달 중순 "HD현대마린솔루션의 상장은 LG화학에서 물적분할돼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의 데자뷰”라며 “금융위원회의 (제2 LG엔솔 예방을 위한) 대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서 일정 정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포럼은 "모회사인 HD현대의 시가총액이 약 5조3000억원인데, 아직 상장하지 않은 HD현대마린솔루션의 예상 기업가치가 약 3조7000억원"이라며 "HD현대 일반주주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사업부문이 새로 상장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할 뒤 7년이 지나 상장하는 것으로 물적분할 후 5년 내 상장 금지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HD현대의 일반주주들에게도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 이익을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일과 3일, 7일(결제일 기준) 사흘에 걸쳐 HD현대 주식 6만7148주(0.09%)를 매입했다. 7일 종가 기준 43억원 상당이었다.
지난 2018년 3월 범현대가 기업 KCC로부터 5.26%를 사들인 이후 6년 만에 처음이었다. 정 부회장은 당시 아버지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으로부터 매입 자금 대부분을 증여 받아 지분을 매입했다.
HD현대측은 "이번 정기선 부회장의 주식 매입은 주가 흐름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책임 경영의 뜻을 밝힌 것"이라며 "의지가 매우 확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너 예정자로서 최소한 현재 주가 수준은 본질 가치에 비해 낮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시장에 알린 셈이다.
시기를 감안할 때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에 따른 영향을 의식한 셈이기도 하다. HD현대 측이 오너 지분 가치 향상은 물론 소액주주를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 지 관심이다.
주주 보호 대책으로는 배당 강화나 자사주 매입 소각 나아가 자회사 주식에 대한 현물배당 등 주주환원책 이른바 밸류업 정책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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