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오너가 사재를 털어 주가방어에 매진하는 한편에서 HPSP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오너가 주가 방어 재원을 HPSP 주식을 팔아서 충당하고 있어서다. HPSP로서는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얹혀진 꼴이다.
3일 한미반도체가 제출한 HPSP 주식 대량 보유 상황 보고에 따르면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12월15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HPSP 주식 125만166주(1.7%)를 장내매도했다. 이를 통해 마련한 현금은 535억원에 달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렇게 마련된 현금이 한미반도체 주식을 사는데 상당부분 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곽동신 부회장은 지난해 7월부터 한미반도체 주가 변동성이 커질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자사주를 사들이며 회사에 대한 확신을 보여줬다. 한 번 살 때마다 많게는 20억원 넘는 자금을 썼다.
올들어서도 지난 2월말부터 지난 4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113억원을 쏟아부었다. 특히 지난 한 달 간 93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썼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제출된 HPSP 지분 변동 보고에서 곽 부회장이 지분을 판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한미반도체가 HPSP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변경하면서부터 지분 매각은 예견됐고, 실제로 실행됐다.
곽동신 부회장과 한미반도체는 지난 2021년 6월 HPSP가 IPO 준비 단계에 있을 때 HPSP 지분 20.42%를 750억원에 매입했다. 곽 부회장 명의로 10.21%, 한미반도체 명의로 10.21% 똑같이 사들였다.
투자 당시에는 경영 참여 목적이었고, 한미반도체는 HPSP를 관계기업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투자 목적을 변경하면서 언제고 팔 수 있게 됐다.
투자 목적 변경을 즈음해 곽 부회장이 1%대 지분을 판 것으로 나타났고, 한미반도체도 HPSP 지분 처분을 개시했다.
지난해 연말이 되자 한미반도체 지분은 6.87%, 곽동신 부회장 지분은 5.19%까지 줄어들었다.
지난해 처분은 사실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지 않았다. HPSP 주가가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의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꾸준히 우상향해와서다.
HPSP는 지난 2월13일 장중 6만3900원까지 치솟았다. 2022년 말에 비해 360% 즉 4.6배 폭등했다.
하지만 현재는 그때와 사정이 다르다.
HPSP는 이후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현재 최고점보다 40% 가까이 떨어졌다. 별다른 모멘텀이 없다는 외국계 애널리스트의 평가도 있었고, 지난해 말부터 슬금슬금 말이 나오던 경쟁사의 출현 가능성이 주가 발목을 잡았다.
'단순투자자'인 곽동신 부회장과 한미반도체의 존재는 HPSP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3일 제출된 지분 변동을 보면 곽 부회장의 HPSP 처분단가는 가장 최근인 지난달 26일 시간외매매로 처분한 3만6804원(시간외매매)이 최저였다. 하한선을 정해놓지 않고 팔 수 있다는 판단을 들게 한다.
3일 현재 한미반도체와 곽 부회장의 HPSP 지분은 각각 3.71%, 6.86%에 달한다. 시가 3350억원 상당이다.
한미반도체 주가는 지난달 8일 기록한 최고점 15만3200원에서 15% 가량 하락한 상태다. 한미반도체 주주에게는 오너가 동원할 수 있는 든든한 실탄인 반면 HPSP 주주에게는 하루 빨리 정리됐으면 하는 바윗덩어리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
한편 곽동신 부회장의 한미반도체 보유 지분은 35.6%이고, 특수관계인까지 합한 지분은 50%가 넘는다. 이에 경영권 방어 등의 목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일 유인은 적다.
이런 상황에서 곽 부회장이 빈번하게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은 물론 자사주 신탁까지 동원하면서 과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만큼한 보기 힘든 오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