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런보다 무서운 환승런..금융당국 '好好'

경제·금융 |입력

주택담보대출보다 전세대출 금리인하 발 빨라 인터넷은행끼리도 최저금리 전쟁 눈치 보는 시중은행..지방은행도 참전

[출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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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깔아놓은 판에서 은행들이 계급장 떼고 붙었다. 

신용대출에 이어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까지 줄줄이 금리를 비교하고 갈아타게 만들자 푼돈이라도 아끼려는 대출 가입자들의 이른바 '환승런'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장의 수입으로 직결되는 돈(대출금)을 벌어다 주는 대출 고객 이탈이 은행 입장에선 예금 고객 이탈인 '뱅크런'보다 더 무섭다.

리딩뱅크, 인터넷은행, 지방은행 가릴 것 없이 고객들을 지키기 위해 최저금리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출처: 카카오뱅크]
[출처: 카카오뱅크]

◇ 주담대 환승런에 '깜놀'..보름새 2조9천억 갈아타기  

지난 1월 초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첫날, 고정금리 기준 최저금리 연 3.49%를 내건 카카오뱅크로 차주(대출 받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놀란 카카오뱅크는 오후 2시경 장사를 접었다.

지점 운영 비용이 없는 인터넷은행들이 최저금리를 3.495~3.500%로 낮추자, 4대 은행도 3.680~3.706%로 키 맞추기를 했다. 할 수 있는 한 금리를 낮춘 셈이다. 

박종무 하나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작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다자간 전화회의)에서 "인터넷은행은 주담대 같은 경우에 예대 여력이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진입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이 정도까지는 못 쫓아가지만 이탈 방어를 하려고 충분히 노력하고 있고, 선제적 금리 인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9일부터 26일까지 1만6297명이 주담대 갈아타기를 신청했다고 집계했다. 대출 규모는 2조9천억원에 달했다.

재작년 5월 시작한 신용대출을 보면 환승런의 위력은 더욱 거세 보인다. 약 8개월간 11만8773명이 다른 은행 대출 상품으로 바꿨다. 금리가 낮은 금융기관으로 바꾼 신용대출 규모는 총 2조7064억원. 주담대 환승 규모에는 못 미치지만 신용대출이 상대적으로 소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 대출 이용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환승런이 확고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징표로 해석될 수 있다.  

이처럼 뜨거운 대출환승 열기는 관련 주가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 주담대 환승 최대 수혜주로 꼽힌 카카오뱅크 주가는 지난달 15일, 3만1500원까지 치솟았다. 2022년 8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출처: MG새마을금고]
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출처: MG새마을금고]

◇ 숨가쁜 금리인하 경쟁..`학습효과`

지난 1월 31일 전세자금대출 환승이 시작되자, 은행들 보폭도 상대적으로 더 짧아졌다. 잰걸음이다. 인터넷은행들끼리 경쟁하면서 하루 사이로 금리를 낮추고, 시중은행은 다시 인터넷은행들을 뒤따라 금리 조정을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31일 최저금리 연 3.44%로 첫 포문을 열었다. 같은 날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보다 더 낮은 최저금리 3.39%로 맞불을 놨다. 그러자 시중은행들도 최저금리를 4%대에서 3%대로 덩달아 금리를 떨어뜨렸다.

그 다음 날인  1일, 카카오뱅크는 다시 3.33%로 새 간판을 내다걸었다. 하루 만에 최저금리를 0.11%포인트 추가로 낮췄다. 케이뱅크는 "업계 최저 수준의 금리"를 사수하겠다는 일념으로 3.39%에서 3.31%로 0.08%포인트(8bp) 내렸다.

신한은행은 변동금리를 유지하는 대신 고정금리 최저를 기존 3.93%에서 3.92%로 1bp 소폭 내렸다. KB국민은행은 고정금리 최저를 3.49%로 인터넷은행 수준으로 맞췄다.

지난해 12월 신규취급액 기준 전세대출 평균금리는 NH농협은행(4.69%), 우리은행(4.52%), 하나은행(4.40%), KB국민은행·신한은행(4.08%), 카카오뱅크(4.06%), 토스뱅크(4.02%), 케이뱅크(3.46%) 순이다.

◇ 지방은행도 '참전'

시중은행으로 도약을 준비중인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은 전세대출 환승 첫날, 최저금리를 연 3.82%로 발빠르게 제시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주담대 환승으로 재미를 본 BNK부산은행은 모바일뱅킹으로 전세대출 환승을 할 수 있다며 금리전쟁에 가세한 형국이다. 부산은행은 영업일 기준 15일 만에 700여 건, 약 1600억원 규모의 주담대 대환 신청을 받았다고 홍보했다. 

옛말에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했지만 정반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싸움판을 깐 금융당국은 정책 효과에 흐뭇한 미소를 띄는 모양새다. 서민들의 열띤 환승런 움직임에 기대했던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금융위는 확대 방안을 만지작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전세대출을 받은 지 3개월 뒤부터 2년까지 모든 기간 대출 환승이 가능하게 만든다는 카드를 꺼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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