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나흘간 일정으로 인도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은 실망을 넘어 체념까지 기후 관계자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및 러시아 등의 반대로 인해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개발을 늘리자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는 올 여름 돌발상황으로 발생한 G20의 교착 상태는 기후 위기에 가장 큰 책임을 가진 국가들이 그들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예정된 COP28(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세계 기후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들은 G20 정상들의 비협조로 인해 파리 협정에서 정해진 기후 대응 목표(섭씨 1.5도 제한)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후에 대응하는 싱크탱크 E3G의 앨든 메이어 선임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매일 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되고, 기후 변화의 영향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고 있다. 전 세계의 행동을 촉구하는 명확한 신호를 G20 정상회의로부터 듣고자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파리 기후 협약은 두 가지 핵심 목표를 갖고 있다. 첫 번째는 금세기 말까지 평균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이다. 두 번째 더 공격적인 목표는 온난화를 섭씨 1.5도로 제한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두 번째 목표 달성이 기후 변화의 치명적인 결과를 막아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파리 협약이 달성되기는 어렵다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세계가 2100년까지 섭씨 2.5도 더 따뜻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파리 협정 목표를 달성하하려면 세계는 배출을 줄이기 위해 더 공격적이어야 한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태양광, 풍력 및 기타 형태의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G20 정상 회담은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 약속을 이루지 못했다. 심지어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개발을 3배로 늘리겠다는 합의조차도 끌어내지 못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 분석에 따르면 2050년까지 순 제로 배출에 도달하고 파리 협약의 섭씨 1.5도 목표를 유지하려면 청정에너지에 현재보다 3배 이상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G20 회의에서 주요 화석연료 생산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합류하여 반대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러시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이 그들이다.
미국 에너지부 제니퍼 그랜홀름 장관은 "에너지 부문을 진정으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기술을 대규모로 보급해야 한다. 우리 모두 재생에너지 부문을 3배로 늘려야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아무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실망감을 표시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전 세계의 고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국, 유럽, 아시아 각국의 여름 최고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달리고 있다. 플로리다 바닷물 온도가 사람 체온보다 높은 38도를 넘어섰다. 지하에서 분출되는 온천수 온도다. 남유럽에서는 사상 최악의 화재로 몸살이다. 비교적 기후 변화의 외곽 지대에 속해 있던 한국도 달라진 기후에 당황하고 있다.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다. 육상 빙하와 해빙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녹아내린 빙하물이 해수면을 높인다. 지구촌 전체가 위기다.
그런데 이런 기후변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소위’ 강대국 또는 부유국은 정작 이 사태에 대해 ‘나몰라라’다.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채굴하고 가장 많이 사용하며 탄소 발생 면에서는 세계 1, 2위인 중국과 미국은 수년 째 분쟁을 이어가면서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기후 변화 대응 역시 예외는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서방과 러시아의 충돌 역시 환경과 기후변화의 당위성을 몰아낸다. 이들은 에너지 위기를 불렀고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문을 닫았던 석탄발전소까지 재가동했다. 크고 작은 지정학적, 정치적, 인종적, 종교적 분쟁들이 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한다.
중국은 특히 기후 변화를 억제하려는 세계적인 노력의 움직임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갈지(之)자 행보를 보여 왔다. 중국은 가장 더러운 에너지인 석탄 발전의 사용을 늘리면서도 반대편으로는 청정에너지의 세계적 리더이기도 하다. 작년에 재생에너지를 141GW 증설해 미국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중국은 5년 일찍 청정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있다.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COP27이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자면서도 문서에 서명하지 않고 종료됐다. 기후변화 관계기관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를 비난했다. 올해 열릴 COP28도 여러 가지 정치적 지정학적인 분쟁 때문에 큰 기대를 가질 수 없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초당파적 기후 정책 싱크탱크인 에너지혁신(Energy Innovation)의 아난드 고팔 연구원은 "G20 회의에서 아무것도 합의하지 못한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며 “G20 결과가 COP28의 전망에 대한 명확한 지표인지는 모르겠으나 11월 회의에서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국 내부만 해도 기후변화에 대한 시각차는 크다. 얼마 전 마약에 취한 혐의로 기소된 텍사스 노동자는 사실 열사병이었으며 결국 사망했다. 광섬유 케이블을 설치하던 24세의 그를 열사병으로 잃은 어머니는 샌안토니오 건설 회사를 고소했다. 이 소송은 텍사스 주지사 그렉 애보트가 6월 중순 ‘지방 정부가 건설 노동자에 대한 폭염으로부터의 보호 기준을 제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한 후 시작됐다. 미 공화당은 여전히 기후 변화의 파괴적인 영향을 인정하지 않는다. CNN은 그린란드의 역대 최대 빙하 감소는 대규모 해빙과 재앙적인 해수면 상승으로 가는 길이라고 보도했다. 그린란드의 많은 땅이 얼음으로부터 드러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이 비극적인 지구의 미래를 시사한다. 그런데도 G20을 비롯한 국가와 그 지도부는 성찰하지 못하고 분쟁과 파멸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고 있다. 현실 세계 전체가 거대한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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