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제출 빅데이터 분석자료 등 놓고 치열한 공방

글로벌 | 이재수  기자 |입력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입증 여부 12시간 논쟁

서울고등법원 서관 303호 법정에서 지난 8일 진행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업무상과실치사 등에 관련 항소심 공판에서는 검찰측이 제시한 증거자료가 유해성을 입증하는데 충분한 지 여부를 놓고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으로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측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가습기 살균제 노출과 질환간 역학적 상관관계보고서(이하 '상관관계보고서')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이용한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규명연구 Ⅲ'(이하 빅데이터 규명연구) 등 증거자료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변호인단의 공세에 검찰측도 물러서지 않고 맞섰다.

변호인단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재용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연구부장의 반대신문을 통해 검찰측이 제시한 증거들이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하 CMIT/MIT)의 유해성을 입증할 근거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고 이에 검찰측도 반박하며 맞섰다.

"가습기 살균제 수거 이후에도 천식환자 증가했다" VS "천식 진단기법이 발전했다"
변호인단은 "가습기 살균제가 수거된 2012년 이후에도 천식발생 증가율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상대위험도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던 시기보다 오히려 높다"며 가습기 살균제와 천식질병의 인과관계를 주장한 상관관계 보고서의 오류를 지적했다.

검찰측은 인구 노령화와 진단기법의 발전으로 천식발병률은 증가할 수밖에 없지만 연구기간(2002~2019년) 전체의 천식발생 그래프의 증가 추세를 보면 질병과 가습기 살균제의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확증편향의 논리" vs "우연에 의한 상관성을 배제한 유의미한 조사"

변호인은 "상관관계 분석 보고서가 천식의 상대적 위험도를 가습기 살균제 사용에 맞춰 놓고 결과물을 낸 확증편향의 논리를 담고 있다"며 "2013년 이후 천식발생 수가 감소한 이유는 출산 인원의 감소와 보험공단의 적정성평가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일 수 있어 가습기 사용 전과 후로 구분해 비교분석한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측은 "연구는 성별과 연령을 비교할 수 있게 표준화하고 통계학적 보정과 민감도 보정을 했다" "발생율로 비교했기 때문에 출생인원수와는 연관성이 적다"고 맞섰다.

"피해신고자 집단의 대표성에 문제" vs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피해 확실"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7000여명을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 전체의 표본집단 설정한 역학연구의 설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변호인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350만명 중에는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고 피해를 신고한 6333명이 사용자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증인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 이후 전국민의 천식 발병률이 떨어질 정도로 가습기 살균제가 상당부분 천식의 발병률과 관계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기에 피해신고자라고 하더라도 전체를 대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CMIT/MIT 피해사례 표본수가 너무 작다" VS "통계적 의미 있어"

변호인단은 "CMIT/MIT 피해사례는 381명을 대상으로 했기에 표본수가 너무 적어 대표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표본수가 적더라도 교차비가 크게 차이가 난다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구 결과"라고 주장했다"

"천식의 잠복기 등 변수 고려해야" VS "관찰기간을 늘려 인관관계 증명"

최대 9년에 이르는 천식의 잠복기도 논쟁의 대상이 됐다. 변호인은 "천식은 잠복기 없이 빠르게 지나갈 수도 있지만 잠복기를 두고 수개월 수년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발병이라고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반면 검찰은 "전국민을 상대로 같은 연령대의 평균값으로 보정했고 관찰기간을 늘렸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한편, 서승열 부장판사는 재판 중에 "증인의 연구가 이 사건의 중요한 증거가 돼 있어 정확한 해석이 필요하다"며 "증인에게 오랜 심문과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궁금한 사항에 대해 사실 위주로 질문하고 답변해주길 바란다"며 이날 증인신문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오전 10시 10분에 시작된 이날 재판은 변호인단과 검찰의 날선공방이 지속되며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이달 22일에는 CMIT·MIT 성분이 호흡기를 통해 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한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에 참여한 경북대 전종호 응용화학공학부 교수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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