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법원(형사 5부)에서 진행된 올해 첫 재판에서는 증거채택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간의 공방이 이어졌다. 애경과 이마트, SK케미칼 임직원 13명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에 대한 사건을 다투는 이날 법정에는 검찰측 인사와 변호인측이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했다. 일반인들의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이들 3개사가 가습기 살균제를 만드는 데 사용한 성분(‘CMT-MIT’)에 대한 인체 유해성을 입증할 수 없다며 2021년 1월 무죄 판결했다. 지난 2018년 대법원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PHMG)을 사용한 옥시와 롯데마트 등에 대해서는 인체 유해성을 확정 판결한 것과 다른 판결이다.
이날 재판은 법원 인사이동으로 인해 재판부가 바뀐 후 처음으로 열렸다. 서승렬 재판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며 “무거운 마음으로 재판장에 들어선다”며 재판 시작을 안내했다.
검찰측에서 “피고인들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증거인멸 사건, 광고법 위반 등 과거 사건 판결문에 대한 증거채택”을 요구했다.
검찰은 또, 환경부 의뢰로 진행된 국립환경과학원-경북대학교-한국화학연구원이 함께 진행한 방사성 동위원소 동물실험에 대한 보고서의 증거채택도 재판부가 받아들어줄 것을 주장했다. 해당 보고서가 ‘CMT-MIT’의 유해성을 입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해당 연구가 피고인 기소를 위한 증거 목적으로 진행한 연구가 아니라 정부기관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보상과 진실규명과 방지를 위한 제도 수립을 위한 중립적인 연구자료”라며 재판부가 해당 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해 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의 변호인측(법무법인 광장 등 소속)은 “CMT-MIT성분은 체내에 들어가 1초도 안 돼 분해된다”며 “방사성 동위원소 실험을 통해 폐에서 검출된 시료가 ‘CMT-MIT’의 잔류분인지 분해된 성분인지 입증할 수 없고, 검찰측 증거채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들은 연구 방법에 대한 오류도 지적했다. “경북대 연구팀이 비강에 ‘CMT-MIT’를 점적(시약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일)하고, 기도로 흘러들게 고의적으로 기울여 실험을 진행했다”며 실제 가습기 사용 환경과 다른 환경에서 수행한 (조작된) 실험 결과임을 강조했다. 실제 가습기 사용 환경과 명백히 다른 환경에서 이뤄진 해당 실험 보고서가 증거가 될 수 없음을 꼬집은 것이다.
평행선을 그리는 듯한 양측의 지리한 공방에 재판부는 어떤 결론도 내리길 주저했다. 다음 공판 기일을 4월 27일로 잡은 채 이날 재판 종료를 선언했다.
앞서 2년 전 있었던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실험은 가습기 환경과 유사하게 인체 흡입조건으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며 검찰측이 증거채택을 요구한 점적 실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낸 바 있다.
차분했던 법정과 달리 법정 밖에서는 시위가 있었다. 환경시민단체에서 나온 10여명이 법정 밖 인도에서 CMT-MIT를 사용한 업체들을 유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피켓물건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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