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SUV 차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기차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탄소를 배출하는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SUV가 사실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뉴요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SUV 차량은 총 10억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 차량을 모아 한 나라로 구성한다면, ‘SUV차량 공화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 6위의 탄소 배출국이 된다. IEA(국제에너지기구)의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SUV 차량은 지난해 전체 승용차 판매 감소 속에서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추세는 이제 전기 자동차로 확산됐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전기 SUV의 판매가 다른 전기 자동차의 판매를 앞질렀다.
차량은 더 크고 무거울수록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전 세계의 목표와 대립하게 된다. IEA 보고서에 따르면 SUV는 중형 승용차에 비해 동일한 거리를 주행하는 데 평균 20% 더 많은 연료를 소비한다. 화석연료 연소는 탄소로 직접 변환되므로, SUV 또한 주행 거리에서 20%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전기 자동차일 때는 계산이 더 복잡해지지만 동일한 수학이 적용된다. 무거운 차량은 이동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전기차가 탄소 제로 상태에서 생산된 청정 전기로 운영될 때까지는 무게가 나갈수록 더 많은 탄소 배출이 이루어진다.
전기차의 경우 무게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전기 SUV에는 더 무거운 배터리가 필요하다. 나아가 무거운 자동차는 생산하는 데 더 많은 재료가 필요하고, 재료를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다. 워싱턴 D.C.에 소재한 연구그룹인 미국 에너지효율경제위원회(ACEEE: American Council for an Energy-Efficient Economy)의 최근 보고서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기차도 크기가 중요하다. 보고서는 “파워트레인 효율과 차량 중량이 마일 당 환경적 영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면서 “하이브리드 및 휘발유 구동 차량이 실제로 일부 전기차보다 환경 측면에서 더 나은 성능을 보인다”고 밝혔다.
SUV가 많이 팔리는 이유는 물론 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SUV 구매를 유도하는 측면이 더 크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SUV에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오토모티브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SUV와 크로스오버 차량의 평균 가격은 비슷한 크기의 세단 및 해치백보다 최대 51% 더 높았다. 수익을 극대화하는 창구인 셈이다.
미국에서도 자동차 제조업체는 SUV로 오랫동안 큰 돈을 벌었다. 과거 자동차 제조업체는 화물용으로 분류됐던 SUV를 판매함으로써 연비에 대한 연방 규정을 피할 수 있었다. 나아가 자동차 회사가 SUV를 많이 판매할수록 충족해야 하는 전반적인 효율성 기준이 낮아진다.
인플레이션감소법의 일환으로 작년에 승인된 전기 자동차 세액 공제는 SUV에 더 큰 우대를 제공한다. 전기차를 구입하는 사람은 최대 5만 5000달러의 차량에 대해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전기 SUV를 구입하는 경우 세금 공제 혜택을 받는 차량 가격이 최대 8만 달러까지 오른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더 많은 전기 자동차들이 SUV로 분류되도록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했다. 그 결과 6만 3000달러에 판매되는 GM의 캐딜락 리릭, 5만 8000달러에 판매되는 테슬라의 모델 Y가 여기에 포함됐다.
무거운 차량은 탄소 배출이 더 많을 뿐만 아니라, 타이어 마찰에서 미립자 오염 물질이 더 많이 생성된다. 보행자 사망 사건도 더 많이 발생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00~2019년 사이 미국의 SUV 차량으로 인한 보행자 사망 증가 효과는 무려 3000명이라고 한다. SUV로 인해 3000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캘거리 대학의 경제학자 블레이크 섀퍼 교수 연구팀은 네이처에 기고한 글에서 “자동차 소유자에게 무게 단위로 모든 요금을 청구할 것”을 권장했다. 차량 중량을 기준으로 등록비를 매기면 대형 차량 기피 현상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량 기반 요금 징수는 또한 전기차 전환으로 인해 정부가 포기할 수밖에 없는 휘발유 및 디젤 세금 수입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프랑스는 무게가 4000파운드 이상인 차량에 대해 구매 시 추가 수수료를 부과한다. 구매자는 Kg당 10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전기차는 면제다. 미국 워싱턴D.C.도 지난해 무게에 기반해 등록비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2024년부터 무게가 6000파운드 이상인 차량 소유자는 연간 500달러의 수수료를 지불하게 된다. 3500파운드 미만인 차량은 72달러다.
프랑스는 화석연료 자동차를 폐기하고 전기 자전거로 교환하는 사람들에게 최대 4000유로의 보조금을 제공한다. 마이크로모빌리티로의 전환 지원이다. 미국의 여러 주와 지방자치단체도 전기 자전거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감소법은 전기 자전거 구매에 대한 인센티브는 제공하지 않는다.
교통은 미국에서 가장 큰 온실 가스 배출원이다. 종래에는 에너지 부문이었지만 화석연료 사용에서 멀어짐에 따라 전력 생산은 탄소 집약도가 낮아졌다. 오늘날의 자동차는 전기화로의 이행에도 불구하고 배터리를 만들고 자재를 가공하는 데 따른 배출, 리튬 등 원재료 채굴부터 가공까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SUV도 자동차가 가진 배출 문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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