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 경영권 분쟁에 소환 당한 엔씨소프트

글로벌 | 김세형  기자 |입력

하이브측 이사후보군에 엔씨소프트 출신 인사들 포진 에스엠 "후보자들, 엔씨소프트 주주가치 훼손 이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 비즈워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 비즈워치

에스엠의 경영권 분쟁에 게임업체 엔씨소프트가 소환당했다. 지난 2015년 넥슨과의 분쟁 과정 속에서 엔씨소프트가 넷마블을 백기사로 끌어들여 경영권을 방어한 것이 주주가치를 훼손한 사례로 지목됐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정기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했다. 

'K-POP의 미래'까지 언급되는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현 이사진과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를 앞세운 경쟁업체 하이브가 낸 주주제안이 모두 채택됐다.  

양측은 결국 정기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통해 회사 경영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확인받게 됐다. 

그런 가운데 하이브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들 가운데는 유독 특정회사 이력을 가진 이들이 있다.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다. 하이브가 사내이사 후보로 낸 정진수 현 하이브 최고법무책임자(CLO)는 지난 2011년부터 하이브로 옮겨오기 직전인 2022년 3월까지 엔씨소프트에서 전무과 수석부사장으로 일했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제안된 박병무 사모펀드회사 VIG파트너스(전 보고펀드) 대표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엔씨소프트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올해로 무려 16년째다. 

감사 후보로 제안한 최규담 회계사는 엔씨소프트 상무 출신이다. 전략기획실 소속으로 지난 2014년부터 9년 가까이 엔씨소프트에 몸을 담았고, 최근 퇴사했다.  

하이브는 이번 에스엠 주주총회에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그리고 감사 1명까지 총 8명의 후보자를 제안했다. 절반 가까이가 엔씨소프트와 연을 맺고 있다. 

에스엠 이사진은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엔씨소프트 출신인 점을 콕 집어 부적격자라고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이사진은 정진수 후보에 대해 "NCSOFT 재직 당시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넷마블과 상호 지분 투자를 실행하여 주주가치를 훼손한 이력이 있으므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박병무 대표에 대해선 "2007년부터 현재까지 NCSOFT의 기타비상무 이사로 근무해온 이력이 있으며, 2015년 NCSOFT에서 정진수 사내이사 후보와 함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넷마블과 상호 지분 투자를 실행하여 주주가치를 훼손한 이력이 있으므로 반대"했다. 

최규담 감사 후보에 대해선 "2015년 NCSOFT에서 재무전략실장으로서 정진수 사내이사 후보와 함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넷마블과 상호 지분 투자를 실행하여 주주가치를 훼손한 이력이 있다"고 저격했다. 

또 "당시 사내이사 후보 정진수 및 기타비상무이사 후보 박병무와의 근무 경험이 있으므로 감사로서 요구되는 독립성이 결여되어 반대"한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지난 2015년 엔씨소프트 경영권 분쟁이 게임업계를 달궜다.  

미국 게임업체 EA 인수를 위해 손을 잡았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선후배 사이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고 김정주 넥슨 회장의 사이가 틀어지면서다. 

지난 2012년 6월 넥슨 일본법인은 엔씨소프트 지분 14.68%를 김택진 대표로부터 매입한다. 얼마 가지 않아 이 거래를 EA 인수를 위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문과 소식이 도는 가운데 EA 이사회는 M&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고, EA 주가가 급등하면서 인수 시도는 무위로 끝이 났다. 이후 두 회사는 오너들의 끈끈함과 지분 관계를 바탕으로 협력에 나섰지만 2014년 3월 협력의 상징이던 N스퀘어 조직이 해체되면서 이마저도 흐지부지됐다.  

2014년 10월 넥슨은 엔씨소프트 지분 0.4%를 추가 매입, 지분율을 1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당시는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으나 넥슨은 2015년 1월 경영권 참여로 지분 보유 목적으로 바꾸면서 엔씨소프트는 경영권 분쟁 국면에 접어든다. 

2012년 지분 인수로 이미 최대주주였던 넥슨은 곧이어 최대주주 자격으로 엔씨소프트에 이사 선임을 포함한 8가지 요구 사항을 담은 주주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택진이형' 김택진 대표는 이에 맞서 예상치 못한 방어책을 들고 나왔다. 게임업계 3위 넷마블 방준혁 의장과 손을 잡은 것이었다. 지분 교환을 통해 엔씨소프트는 넷마블 지분 9.8%를 보유한 4대주주가 됐고, 넷마블은 엔씨소프트 자사주 8.9%를 인수해 3대주주가 됐다. 

넷마블을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넥슨에 한참 밀리던 김택진 대표는 경영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김 대표의 당시 지분은 9.98%에 불과했다. 결국 넥슨이 2015년 10월 엔씨소프트 지분 전부를 매각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됐다. 

에스엠의 주주가치 훼손 주장은 엔씨소프트가 넷마블 지분을 인수하면서 시장에서 평가받던 것보다 높은 가격에 샀고, 또 이전에는 절대 공유하지 않았던 엔씨소프트의 IP(지적재산권)을 넷마블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비상장이던 넷마블은 시장에서 2조원 남짓 평가를 받았는데 엔씨소프트는 4조원 가량으로 평가해 지분을 인수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넷마블이 경영권 분쟁의 최대 승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7년 안팎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당시의 결정을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현재도 엔씨소프트는 넷마블 지분 6.8%, 넷마블은 엔씨소프트 지분 8.9%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주주 관계다. 당시 비상장이던 넷마블은 상장했고, 현재 시가총액은 5.3조원이다. 엔씨소프트는 코로나19가 완화하면서 100만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반토막나긴 했으나 당시보다 큰 10조원의 몸집을 갖고 있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사진 넷마블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사진 넷마블

한편 하이브가 엔씨소프트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것은 넷마블이 핵심 연결고리다. 넷마블은 하이브 지분 18. 2%를 보유한 2대주주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같은 방씨 집안의 친척관계로 한 때 사촌관계가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방준혁 의장이 먼저 사업가로서 성공을 거두고 방시혁 의장이 여러 조언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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