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 세대들이 기억하는 한국의 1월은 ‘엄동설한’이었다. 눈이 많이 내렸고 추위 또한 매서웠다. 3한4온(사흘은 춥고 나흘은 온화한)의 패턴이 지켜졌다. 그런데 요즘은 겨울에 일어났던 모든 계절 패턴이 흔들리고 있다. 올 겨울만 해도 지난해 12월 유례를 찾기 어려운 강추위와 폭설이 이어지더니 추위가 본격화됐던 12월 하순부터 1월 초까지는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졌다.
일반적인 육지 식물대는 위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제주도는 다르다. 섬인데다 높은 한라산의 존재 때문에 식생 분포가 수직으로 달라진다. 해안선 지대에서는 야자수 등 육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아열대 식물이 자랐다. 감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은 남해안 지역에서도 익숙한 식물이 됐다. 과일 농사 지도가 바뀌었다.
기후가 바뀌고 있다. 온대 지역의 아열대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후 과학자들은 인구의 이동과 연관시켜 이를 ‘기후 이동’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지형도 변한다. 더워지는 지역이 더 뜨거워지고 물이 말라 사막화가 가속화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이 대표적인 예다. 머지않아 사람이 살기 어려운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매년 해변 도시 어디에선가는 극단적인 기상재해가 발생한다. ‘기후 이동’은 기후 변화로 인한 사람들의 이동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기후 변화가 중위도 이상으로까지 영향을 미침에 따라 전례 없는 더위, 가뭄, 산불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온화했던 지역이었던 영국 제도(British Isles) 전역에 혼란과 불행이 발생했다. 쾌적했던 유럽의 지중해성 기후는 과거 몇 년 동안 화재, 연기, 더위, 홍수, 그리고 최근에는 빙하 붕괴로 시달렸다. 지난해 7월 미국 캘리포니아와 켄터키에서 재난으로 대규모 대피령이 내려진 일주일 후 프랑스 지롱드 지역에서도 수만 명이 대피했다.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피난했던 사람들은 재건을 위해 돌아가거나 더 안전한 곳을 찾아 영구적으로 이동한다.
적도에 가까운 국가, 특히 빈곤국에서는 상황이 훨씬 더 나쁘다. 더 뜨거워지고 물이 말라 사람들이 적응해 살아갈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올해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변화는 이미 전 세계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고, 주민들의 이동을 유발하고 있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 다양한 대응 조치를 마련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이 지경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기상 이변을 실감하는 단계까지는 와 있다. 지난해 여름의 서울 대홍수는 전 세계 기상학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큰 기후 변화 사례였다.
영국 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지정학적인 분쟁보다 기후 변화가 더 많은 사람들을 강제 이주시킨 첫 해였다고 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강제 이주된 사람들의 수가 처음으로 1억 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다. 기후 변화 모델은 온도가 섭씨 1도 상승할 때마다 10억 명의 사람들이 집을 잃을 것임을 보여준다. 모델로 분석하면 앞으로 10년 동안 수억, 심하게는 10억 명 이상이 이사해야 할 것이다. 누구든 이사를 가거나 맞아들여야 한다.
사람은 거대한 격변, 특히 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피할 수 없는 기후 이동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없었다. 관리할 계획이 없었음은 당연하다. 경고가 울린 후 탄소 제로 행동에 나서는 데도 수십 년이 걸렸다. 지구온난화를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탄소 제로를 향한 여정은 이제 시작됐고 방법을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답이 없는 하나가 존재한다. 지역별로 사람이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이들은 무조건 이주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이다. 거대한 기후 이동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아갈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기후 모델링에 따르면 열대 지방의 넓은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후퇴해야 하는 상황이 분명히 도래한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폭풍은 거세져 해안선 인접 도시와 저지대 섬 주민들은 도피할 수밖에 없다. 어떤 인프라도 이들을 구하지 못한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곡창지대에서 농업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들 기후 난민들은 주로 북쪽으로 확장된 도시와 유럽, 아시아 및 북미의 거주 가능한 변두리로 이주하게 된다. 이곳 도시들은 늘어나는 시민을 감내해야한다. 시기를 놓치면 스마트시티는 공염불이 된다.
반대 주장도 있기는 하다. 적극적인 행동으로 기후 변화를 최대한 늦추면 사람들의 이주도 관리 가능한 범주에 들어가고, 이는 저출산으로 노동자가 부족해진 국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일부 국가의 빈곤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기후 이동은 이제 시급한 문제다. 올해 11월 UAE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에서도 이 문제가 공식 의제로 예고돼 있다. 이에 앞서 글로벌 기구를 설립하는 것을 포함, 대규모 기후 이동에 대응하고 관리하기 위한 대화도 본격화된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