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죄악주(罪惡株(Sin Stock)’라 불리는 업종과 종목이 있다. 인간의 육체와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거나 사회적 통념상 인류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주류나 담배기업 또는 카지노와 같은 도박 관련 종목들이 대표적이다. 이전에는 단순히 윤리적, 종교적 신념 또는 환경·인권 보호와 같은 사회적 동기에서 죄악주 투자가 증시에서 외면받았다면 최근에는 ESG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가 투자시장에서 부각되면서 이들 죄악주들이 배제되고 있다.
섬유/의복 관련업종 중에서도 특히 유행에 민감한 패스트패션 기업이 조만간 죄악주 범주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으로 긴급한 숙제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 산업이 배출하는 탄소는 지구 전체 탄소 배출량 가운데 1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갭(GAP), 자라(ZARA), 에이치앤엠(H&M), 유니클로(UNIQLO) 등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은 최신 유행을 적극적으로 따르면서 저가에 의류를 단기로 세계적으로 대량 생산, 판매한다. 잠깐 입을 옷을 싼값에 그리고 최신 유행에 맞춰 살 수 있다는 장점에 소비자들을 유혹해왔다. 국내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미쏘, 스파오, 에잇세컨드 등이 있다.
이러한 패스트패션이 지구 곳곳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패션 산업은 환경 오염의 주범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패션 생산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유럽연합 전체 탄소 발생량과 맞먹는 양이다. 패션 산업은 생산과정에서부터 시작해 제품 수명이 다하는 동안 줄곧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면 셔츠 한 벌을 생산하는 데 약 700갤런(2600리터)의 물이 필요하고, 청바지 한 벌을 생산하는 데는 2000갤런(76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15리터 크기 청소용 양동이로 환산할 때 면 셔츠는 173양동이, 청바지는 507양동이의 물을 사용한다. 무엇보다 섬유 염색은 주요 수질 오염원이다. 염색 과정에서 남은 물이 종종 개천이나 강에 그대로 버려져 강과 하천을 오염시킨다.
세탁만 해도 매년 50만 톤의 미세 섬유가 바다로 배출된다. 이는 500억 개의 플라스틱 병에 해당하는 양이다. 뿐만아니라 매년 모든 직물의 85%(낡은 의류)가 쓰레기장으로 향해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기후 변화에 관한 UN 기본 협약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섬유 제조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현재보다 60%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 설계에서 구매까지 공급망을 거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리드타임'이라 한다. 2012년 자라는 2012년 새 옷을 디자인, 생산 및 배송까지 12일 만에 수행할 수 있었다. 포에버21은 6주, H&M은 8주가 걸렸다. 이로 인해 패션 산업은 엄청난 양의 폐기물을 생산한다. 물, 미세 플라스틱 등 환경적인 부정적 영향은 지대하다.
생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소요되는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아크릴과 같은 합성 섬유 역시 골칫거리이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2017년 보고서는 바다에 있는 모든 미세 플라스틱(생분해되지 않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의 35%가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합성 섬유의 세탁과정에서 나온다고 추정했다.
플라스틱 섬유를 직물로 만드는 생산과정에 쓰이는 에너지 역시 지구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 휘발성 미립자 물질과 염화수소와 같은 산을 방출하는 에너지 집약적인 공정인데 여기에 주된 에너지원이 화석연료인 석유에 기반한다. 패스트 패션 제품 전단계인 면류 제조 역시 환경 친화적이지 않다. 목화 재배에 필요한 살충제는 농부들에게 건강상 위험 요인이다.
패스트 패션은 이런 점에서 환경에 유해하다는 낙인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쾌적한 삶을 추구하는 미래 스마트시티와도 공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최근 패션업계에서도 ESG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요인이 되고 있다. 패션산업은 그동안 패스트패션으로 인한 재고와 폐수 발생 등으로 전 산업 중에서도 쓰레기 배출이 두 번째로 많은 산업이라고 눈칫밥 신세다. 이러한 오명을 벗기 위해 일부 패션업계에서는 지속가능성을 필두로 ESG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분위기이다.
우선 ESG 경영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가운데 패션 산업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친환경적 요소이다. 일부 패션기업들이 환경친화적 소재와 제작 방식을 도입한 지속가능성 라인을 늘리고, 이미 원료 사용 과정을 거쳐 제작된 의류가 버려지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재고 상품 활용도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반품을 줄이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며 재고를 줄이기 위해 맞춤형 장비를 실험하고 있다. 랄프 로렌은 2025년까지 100%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공급되는 핵심 소재를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댓글 (0)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