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지도자들이 이번 주부터 ‘인플레이션 감축법’, 일명 기후법안에 대한 처리 절차에 돌입한다. 무려 3690억 달러(약 480조 원)에 달하는 슈퍼 예산이다. 상원 통과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청정에너지뿐 아니라 화석연료 산업에 대해서도 섭섭지 않게 예산을 분배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대규모 기후법안이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많은 특혜를 포함시켰지만, 청정에너지가 확실한 승리를 가져갔다고 분석한다. 일종의 양보였으며 위로금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기후 대책을 위한 비영리기관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에 따르면, 이번 기후법안에 대해 싱크탱크와 학술기관 등 최소 3곳의 분석은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오는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 가스 배출량을 40% 정도 줄일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탄소 반감 공약에 근접한 것이다.
법안은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화석연료의 현상 유지를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탄식 소리가 흘러 나왔다. 석유화학 억만장자 코흐 패밀리가 후원하는 '아메리칸 포 프로퍼시티'는 이 법안을 저지하기 위한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온라인 광고는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은 키르스텐 시네마 애리조나 민주당 상원의원에 집중돼 있다. 그의 표의 향방은 기후법안 운명에 결정적이다.
기후 행동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조 맨친 상원의원은 화석연료 산업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타협안에 동의했다. 가장 주목할 것은 해상 풍력 에너지 개발의 확장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연방정부가 향후 10년 동안 수천만 에이커를 제공해 석유와 가스를 시추할 수 있도록 보장한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 예산으로, 오염으로 과중한 부담을 안고 있는 지역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600억 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그러나 환경 옹호단체들은 강력 반발하면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 법안이 시행되면 지역사회에서 공해를 줄이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이 법안은 전기 자동차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메탄을 방출하거나 폭발시키는 회사들에게 불이익을 주며, 연방 토지에서 석유와 가스를 개발할 경우 정부에 지불하는 로열티를 100년 만에 처음으로 크게 인상했다. 법안은 또 역사적으로 석탄, 석유, 천연가스에 의존해 온 지역사회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도 포함하고 있다.
무당파 싱크탱크 에너지이노베이션의 분석에 따르면 기후법안에 따른 새로운 석유·가스 생산은, 탄소 배출량이 1톤이라고 가정할 때 다른 조항으로 인해 피할 수 있는 배출량이 24톤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새로운 법안이 화석연료 부문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의미다.
에너지이노베이션은 이 법안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과 비교해 2030년까지 37~41%까지 줄일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는 2030년까지 배출량을 50~52% 줄이겠다는 파리협정에 따른 미국의 약속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행정 조치와 주법 개정으로 그 차이를 메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목표에 근접했다는 지적이다. 또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함께 2030년까지 매년 3700~3900명의 사망자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며, 9만 9000~10만 명의 천식 발작을 피할 수 있을 것이고, 40만 5000~41만 7000일의 근로일수를 줄일 것으로 예측했다. 2030년까지 150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그 중 상당수가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역사적으로 석탄, 석유 또는 천연가스에 의존해 온 지역사회가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개발하면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상황이 어려운 지역사회에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 때문에 미국 광부연합노조도 법안을 지지했다.
법안은 중산층과 저소득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의 전기차 구매 인센티브를 담고 있다. 새 전기차를 살 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중고 전기차를 살 때 최대 40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물론 여기에는 소득 상한선이 있다. 바이든은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 5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중고 전기차에 대한 지원은 저소득층에게 큰 매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차량의 배터리에 제한을 둔 것은 주목된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전기차 배터리 생산자가 배터리 광물의 주요 공급원인 중국을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 또는 무역 협정이 체결된 국가에서 생산되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LG, SK, 삼성 등에게는 희소식이 된다. 2024년의 초기 요구사항은 배터리 광물의 40%가 미국 또는 무역 협정 파트너로부터 오는 것이어야 하며, 이 비율은 매년 증가할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광물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어 법안의 변경을 요청하고 있지만, 변경 없이 관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안된 법의 가장 중요한 기후 측면 중 하나는 석유와 가스 사업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에 부과되는 요금이다. 이 법안은 기업들이 대기로 누출되거나 배출하는 메탄에 대해 요금을 부과할 것이며, 요금은 2024년 톤당 900달러에서 시작하여 2026년에는 톤당 1500달러로 인상될 것이다.
기후 과학자들은 메탄 배출의 억제가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정책 중 가장 비용이 적게 들고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메탄은 단기적으로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 효과가 81배 더 강력하다. 그러나 이산화탄소와 달리 메탄은 대기 중에 단시간만 머무른다.
2019년 환경보호기금의 평가에 따르면 미국의 석유·가스 산업은 연간 1600만 톤의 메탄을 배출했다. 앞으로 메탄 배출량을 크게 줄이면 대기 중 가스의 농도가 빠르게 줄어들 것이고, 그 결과 메탄의 기후 영향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다. 석유와 가스 회사들이 메탄 배출을 줄이면 정부로부터 수억 달러가 제공된다.
법안은 또 농무부가 다양한 환경 프로그램에 4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고 탄소를 포획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중점 지원 대상이다. 여기에 210억 달러가 투입된다. 또한 농촌 전기 협동조합이 녹색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100억 달러, 농부들이 재생 가능한 에너지 프로젝트를 건설하는 것을 돕는 미국 농촌 에너지 프로그램(REAP)에 20억 달러 등 농촌 개발에 150억 달러가 투입된다. 산림 보존을 위한 프로젝트에도 50억 달러의 보조금이 배분된다. 산림은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원천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그밖에 법안은 소비자가 에너지 효율적인 가전제품, 열펌프, 옥상 태양광 등을 구입할 수 있도록 90억 달러 상당의 가정용 에너지 리베이트 프로그램과 10년간의 세금 공제를 제공하도록 했다.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건축을 적용할 경우 그 도시와 주에 10억 달러가 추가로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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