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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껏 달려도 실내는 잠잠, 볼보 ES90 타보니

볼보 ES90, 세단의 안락함에 SUV 실용성 조화 456마력 가속 인상적…터치 중심 조작·후방 시야는 아쉬워

산업 |박재형 기자 | 입력 2026. 09. 18. 00:00
볼보 ES90 전면부. 사진=박재형 기자
볼보 ES90 전면부. 사진=박재형 기자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아리아(음성비서 호출어), 볼보 시승 가자.”

지난 15일 열린 볼보자동차코리아 ES90 시승 행사에서 차량에 음성 명령을 내리자, 내비게이션이 곧바로 목적지를 설정했다. 본격 시승에 나서기 전 볼보 측은 이날 ES90을 두고 “차량에 탑승한 순간부터 시작되는 주행 경험”을 강조했다. ES90을 타고 코엑스 마곡에서 포천까지 고속도로와 국도, 도심 일대 약 110km를 주행했다.

실제 도로에서 타본 ES90은 화려한 성능을 앞세우기보다 정숙성과 안락함, 필요할 때 충분히 꺼내 쓰는 힘을 함께 보여주는 차에 가까웠다. 시장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볼보 측에 따르면 지난 6월 11일 사전 계약을 시작한 ES90의 누적 계약 대수는 3500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세단인데 SUV처럼 열린다…길고 높게 뽑은 차체

볼보 ES90. 사진=박재형 기자
볼보 ES90. 사진=박재형 기자
볼보 ES90 트렁크. 사진=박재형 기자
볼보 ES90 트렁크. 사진=박재형 기자

ES90의 첫인상은 세련된 디자인 및 튼튼한 체격이다. 전면에는 볼보의 상징인 ‘토르의 망치’를 새롭게 해석한 주간주행등이 자리한다. 후면 역시 기존 볼보 세단의 디자인을 재해석한 세로형 C자 LED 리어램프로 정체성을 살렸다. 전체적으로 화려한 장식을 더하기보다는 차체 비율과 선을 강조한 모습이다.

차체 크기는 전장 5000mm, 전폭 1940mm, 전고 1545mm이며, 휠베이스는 3102mm로 전장의 60%를 넘는다. 긴 차체와 휠베이스에 매끄럽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을 조합해 큰 차체에도 둔중한 느낌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일반적인 세단과 가장 큰 차이는 후면이다. 전통적인 3박스 구조 대신 패스트백 형태의 리프트백을 적용해 트렁크를 열면 뒷유리까지 함께 올라간다. 적재 공간은 기본 409L에서 2열을 접으면 최대 1445L까지 확장된다. 여행용 캐리어 5개에 배낭 2개를 넣어보니 딱 알맞게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세단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큰 짐을 싣고 내리는 편의성은 SUV에 가깝게 만든 셈이다.

절제된 실내…플래그십 편의사양에 SDV 기술 더해

실내는 간결했다. 넓은 우드 데코와 단순하게 정리된 대시보드를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3102mm의 긴 휠베이스 덕분에 뒷좌석 공간도 넉넉하다.

볼보 ES90 실내 모습. 사진=박재형 기자
볼보 ES90 실내 모습. 사진=박재형 기자

디지털 구성은 14.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9인치 운전자 디스플레이,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중심이다. ES90은 엔비디아 오린칩 기반의 중앙집중식 코어 컴퓨터와 볼보의 ‘슈퍼셋 테크 스택’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이다. 차량 주변에는 5개 카메라와 5개 레이더, 12개 초음파 센서가 배치됐다.

다만 물리 버튼을 크게 줄인 구성은 호불호가 예상된다. 사이드미러와 스티어링 휠,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의 설정도 센터 디스플레이에서 메뉴를 선택한 후 스티어링 휠 버튼으로 조작해야 한다. 물리 버튼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이 디스플레이는 적응이 필요해 보였다.

오디오의 품질은 우수했다. 울트라 트림에는 1610W 출력의 바워스앤윌킨스 시스템과 25개 스피커가 탑재된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며 ‘애비 로드 스튜디오 모드’도 제공한다.

2.5t 차체 가볍게 밀어낸다…가장 인상적인 건 ‘정숙성’

이날 시승한 차는 106kWh 배터리를 탑재한 트윈모터 사륜구동 모델이었다. 최고출력 456마력, 최대토크 68.4kg·m를 발휘한다. 공차중량이 2545kg에 달하지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4초 만에 도달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2.5t이 넘는 차체가 예상보다 가볍게 앞으로 치고 나간다. 전기모터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가 곧바로 전달돼 추월이나 고속도로 진입 때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없었다. 가속 역시 거칠게 힘을 쏟아내기보다 속도를 부드럽게 끌어올리는 느낌이다.

인상적인 것은 정숙성이었다. 속도를 높인 상황에서도 실내로 들어오는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잘 억제됐다. 456마력이라는 출력보다 조용한 실내에서 여유롭게 속도를 높이는 감각이 ES90의 성격을 보다 분명하게 보여줬다.

시승 차에는 옵션인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네 바퀴의 전자제어 댐퍼는 초당 500회 조정되며 상황에 따라 차체 높이도 -18mm에서 +30mm까지 변경할 수 있다. 국도의 불규칙한 노면에서는 잔진동을 걸러내면서도 고속 주행에서는 차체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트윈모터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기후에너지환경부 KENCIS 상온 복합 기준 520km다. 800V 시스템을 적용해 최대 350kW 급속충전 시 배터리 용량을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22분이 걸린다.

다만 주행 중 아쉬운 점도 있었다. 룸미러를 통해 바라본 후방 시야가 제한적이었던 것. 특히 뒷좌석 헤드레스트가 시야 일부를 가리면서 운전자에 따라 답답하게 느낄 수 있다.

볼보 ES90 뒷좌석. 사진=박재형 기자
볼보 ES90 뒷좌석. 사진=박재형 기자

7000만원대 가격부터 시작

ES90 가격은 싱글모터 ER 플러스 7294만원부터 시작한다. 싱글모터 ER 울트라 8055만원, 트윈모터 플러스는 7960만원, 트윈모터 울트라는 8741만원이며 최상위 트윈모터 퍼포먼스 울트라는 9541만원이다.

차급 및 가격대를 고려하면 BMW i5, 메르세데스-벤츠 EQE, 아우디 A6 e-트론, 제네시스 G80 등이 비교 대상으로 거론될 만하다. 경쟁자들 사이에서 ES90은 SUV까지는 필요하지 않지만 일반적인 세단보다 높은 시야와 공간 활용성을 원하는 소비자, 역동적인 주행보다 정숙성과 승차감·2열 공간을 중시하는 수요에 특히 잘 맞는 성격이다.

요컨대 ES90의 강점은 하나의 성능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데 있지 않았다. 빠르게 달릴 힘은 충분하지만 이를 정숙하고 편안하게 전달하고, 세단의 외형 안에 SUV에 가까운 공간 활용성까지 담았다.

볼보 ES90. 볼보 제공
볼보 ES90. 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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