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조합원 입장에선 경쟁입찰이 사라져 아쉽겠죠. 아무리 하이엔드로 짓는다 해도 경쟁입찰 과정서 조합원들이 얻는 이익이 크니깐요. 건설사 입장에선 책임준공확약 등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있어 좋죠. 조합원 사이에선 ‘건설사끼리 짬짬이 담합한 것 아니냐’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어요.”
목동6단지 인근 A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이 진행 중인 일대 단지들의 분위기에 대해 ‘심상치 않다’고 설명했다.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본입찰에 건설사 한 곳만 응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단지 공인중개사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목동7단지 B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사무실을 방문한 조합원 사이에선 하나같이 ‘다른 건설사 안 들어오나’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대형 건설사 하이엔드 브랜드라 크게 불만은 없지만, 압구정5구역이나 신반포19·25차처럼 경쟁이 붙어 조합원 이익이 극대화된 경우가 나오지 않아 아쉬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조합원이 ‘건설사 좋은 일만 해준다’는 불평을 내놓는다고 털어놨다.
목동6단지 DL 이어 10단지 현대까지 ‘단독입찰’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목동 재건축 단지에서 단독 입찰 사례가 늘고 있다. 가장 먼저 시공사를 선정한 목동6단지의 경우, 단독 입찰한 DL이앤씨가 시공사로 선정됐다. 1차 입찰을 진행한 10단지에선 현대건설 단독 참여로 유찰이 선언됐다. 특히 현장설명회 단계와 본입찰 사이의 간극이 두드러진다. 목동6단지 현장설명회에는 DL이앤씨를 포함해 10개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실제 입찰에는 DL이앤씨만 참여했다. 목동10단지 역시 현장설명회에 6개사가 모습을 보였으나 본입찰서를 낸 곳은 현대건설 한 곳뿐이었다.
목동10단지 재건축 입찰을 진행하는 사업시행자 한국토지신탁은 2차 입찰 공고 계획 방침을 밝혔고, 현대건설은 2차 입찰 참여 의향을 일찍이 밝힌 상태다. 2차 입찰서도 현대건설이 단독 응찰하면 한국토지신탁은 현대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해 수의계약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현장설명회 당시 존재했던 여러 건설사의 관심이 실제 가격·금융·설계 조건을 놓고 겨루는 경쟁입찰까지 이어지지 않는 구조다.

인근 단지서도 단독 입찰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4단지와 7단지에선 현대건설, 14단지에선 대우건설 단독 입찰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4단지의 경우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의 경쟁구도가 예상됐지만, 포스코이앤씨가 1·2단지로 눈을 돌리며 4단지 경쟁서 빠질 수 있단 관측이 업계서 제기되고 있다. 7단지에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맞대결이 예상됐으나 최근 삼성물산이 “7단지의 경우 입찰 공고가 나온 뒤 입찰지침서를 토대로 참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간 물밑 홍보경쟁이 펼쳐졌던 14단지선 4·7단지 등 주력 사업장 집중을 이유로 현대건설이 빠질 것이란 관측이 업계서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오는 31일 입찰을 마감하는 12단지에선 GS건설이 우세하단 말이 나오고 있다. GS건설은 12단지 수주를 위해 건축과 조경, 구조안전 등 각 분야 글로벌 전문기업과 협업할 방침을 밝혔다. 지난 21일엔 신한은행과 ‘목동12단지 재건축 정비사업의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금융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재까지 GS건설 외 12단지 관련 구체적 사업 계획안을 밝힌 건설사는 없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수익성뿐 아니라 실제 수주 가능성까지 따져 입찰 사업장을 좁히는 이른바 ‘선별·안전수주’를 강화하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위험관리 전략이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정비사업 수익성 관리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수주를 위해 책임준공, 금융조건, 특화설계 등 추가 부담을 무리하게 늘릴 이유가 줄었다. 반대로 조합 입장에서는 건설사의 합리적인 선택이 누적될수록 실제 입찰자가 한 곳만 남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조합원 사이 ‘담합 의혹’…실제 쟁점은 사라진 경쟁
하지만 이러한 경쟁입찰 불발은 이해관계자인 공인중개사와 조합원들의 의심에 불을 지피고 있다. ‘건설사들이 유혈충돌을 피하기 위해 사전 담합해 재건축 단지들을 나눠먹기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는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 나타난 단독 입찰이나 건설사별 사업장 선택만으로 담합을 뒷받침하기는 어렵다. 각 건설사가 독립적으로 사업성과 조합원 선호도, 경쟁사의 영업 상황 등을 검토한 뒤 입찰하지 않는 것은 기업의 수주 전략에 해당할 수 있다. 건설사들이 특정 사업장을 서로 나누기로 합의하거나 입찰 참여를 조정했다는 정황이 확인돼야 담합 문제와 직접 연결할 수 있다. 목동에서 현재 확인되는 것은 ‘담합’ 자체라기보다 결과적으로 경쟁입찰이 잇따라 성립하지 않고 있다는 현상이다.

경쟁입찰 성사 시 조합원은 건설사 간 조건 경쟁에 따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시공권 유치를 위해 건설사들이 기존에 없었던 분담금 혹은 금융비용 인하, 마감재 고급 자재 활용 등의 공약을 내놓기 때문이다. 복수의 건설사가 경쟁할수록 상대 업체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금융·설계·마감재 등 추가 조건을 제시할 유인이 커진다.
반대로 사전에 조합원 선호도를 파악한 건설사들이 승산이 낮다는 이유로 차례로 빠져나가면 이런 경쟁의 장 자체가 사라진다. 단독으로 남은 건설사 입장에서는 경쟁사를 이기기 위한 ‘최상의 조건’보다 조합 총회에서 선택될 수 있는 수준의 조건을 제시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조합이 경쟁입찰을 통해 확보할 수 있었던 공사비, 이주비·사업비 조달, 특화설계, 공사기간 등 여러 협상 카드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재건축 단지 내 공인중개사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심심치 않게 관찰된다. 목동10단지 내 C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는 형국이라 조합원들도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일부는 ‘건설사간 정비사업 담합이 흔한 일이냐’는 의문도 표한다”고 전했다. 목동4단지 D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경쟁입찰이 붙어야 조합원에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는 안들이 많이 나오는데, 목동에선 그게 없다보니 일부 조합원은 ‘허탈하다’는 평까지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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