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한화그룹이 김동관 수석부회장 중심의 경영 체제를 빠르게 굳히고 있다.
2010년 입사 이후 태양광 사업에서 경영 경험을 쌓은 김 수석부회장은 방산과 우주항공, 조선으로 영역을 넓히며 그룹의 성장축을 재편해왔다. 최근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까지 개선되면서 그동안 추진한 사업 재편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별개로 그룹 지배구조 정리와 우주사업의 수익화 등은 향후 김 수석부회장의 리더십을 가늠할 과제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 입사 16년…태양광서 방산·조선까지

이달 1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수석부회장에 올랐다.
재계 5위 한화그룹에서 수석부회장 승진 인사가 이뤄진 것은 2024년 금춘수 전 수석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2년여 만으로, 업계에서는 한화가 본격적인 리더십 세대교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수석부회장은 2010년 ㈜한화에 입사해 태양광 사업을 중심으로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에서 전략·영업 부문을 맡으며 태양광 사업의 글로벌 확장에 관여했고, 2020년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오르며 주요 계열사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후 그의 역할은 태양광을 넘어 그룹 전체의 미래 사업으로 확대됐다. 2021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에 선임된 이후 방산·우주항공 사업으로 보폭을 넓혔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한 한화오션 출범 등 굵직한 사업 재편에도 관여했다.
한화의 사업 포트폴리오 역시 이 과정에서 크게 달라졌다. 태양광에 집중됐던 김 수석부회장의 경영 무대가 지상 방산과 항공엔진, 우주, 조선·해양으로 넓어지면서 그룹 차원의 성장 전략도 방산·에너지·조선을 결합한 형태로 재편됐다. 굵직한 인수합병(M&A)과 계열사 재편을 거치며 김 수석부회장의 그룹 내 역할도 그만큼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몸집 키운 사업, 실적으로 증명…방산·조선 '쌍끌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도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방산과 조선이 그룹의 실적을 견인하고, 김 수석부회장이 경영 초기부터 공을 들였던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흑자를 이어가면서 사업 재편과 맞물려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9조2929억원, 영업이익 1조365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 59% 늘었으며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등 수출 확대에 힘입어 지상방산 부문은 매출 2조1075억원, 영업이익 5330억원을 기록했다. 항공우주 부문도 매출 7600억원, 영업이익 37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한화오션의 회복세도 가파르다. 2분기 매출은 5조4432억원, 영업이익은 73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5.2%, 98% 증가했다. LNG운반선 등 고수익 선종의 매출 비중 확대와 생산성 개선에 더해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해양 프로젝트 매출이 일시적으로 반영된 영향도 컸다.
한화솔루션도 2분기 매출 4조5826억원, 영업이익 3065억원을 기록하며 신재생에너지·케미칼·첨단소재 사업에서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이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매출 2조4823억원, 영업이익 1664억원을 기록했다.
'육·해·공·우주'로 넓히는 한화…남은 숙제는 지배구조
김 수석부회장의 다음 행보는 한화의 방산 사업을 육상과 해양을 넘어 항공우주까지 연결하는 데 맞춰지고 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무기와 항공엔진을, 한화오션은 함정·잠수함을, 한화시스템은 레이더와 항공전자·위성 분야를 맡고 있다. 개별 무기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플랫폼과 엔진, 센서, 무장체계, 유지·보수까지 묶어 제안할 수 있는 종합 방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한화가 그리는 방향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보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그룹의 KAI 총 지분율은 15.89%로,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26.41%)에 이은 2대 주주 지위다.
KAI가 보유한 완제기 개발·생산 역량과 한화의 항공엔진·항전·레이더 역량을 연결할 경우 항공 분야에서도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한화는 2대 주주로서 KAI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동시에 양사 간 사업 협력과 글로벌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KAI 민영화가 추진될 경우 한화가 유력한 인수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외형 성장과 사업 재편이 속도를 내는 만큼 지배구조 문제는 보다 선명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은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비상장사 한화에너지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존속 ㈜한화 지분 22.2%를 보유하고 있으며 김 수석부회장은 한화에너지 지분 50%를 가진 최대주주다.
지난 1일 ㈜한화가 인적분할 되면서 기존 ㈜한화와 신설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로 사업군이 나뉘었지만, 한화에너지가 두 회사 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는 유지됐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한화에너지→한화 핵심 계열사로 이어지는 이른바 '옥상옥' 지배구조 정리는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향후 방산·조선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우주항공을 실질적인 수익원으로 키우고, 승계와 맞물린 지배구조 문제까지 풀어낼 수 있느냐가 ‘김동관 체제’의 완성도를 가늠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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