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LCC 업계가 장거리 및 프리미엄 강화로 ‘탈(脫) LCC’ 전략을 취하고 있다.
- 실제 트리니티항공·에어프레미아는 선택형·하이브리드 서비스를 내세우며 차별화하고 있다.
- 전문가들은 탈 LCC 전략의 성패가 비용 경쟁력을 지키면서 추가 수익을 확보하는 데 달렸다고 분석한다.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항공업계에서 ‘대형항공사(FSC) 아니면 저비용항공사(LCC)’라던 오랜 이분법이 흔들리고 있다. LCC 업체들이 단거리 노선과 저렴한 운임을 앞세웠던 전통적인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장거리·프리미엄 서비스를 비롯해 저마다 다른 영역을 파고들면서다.
이는 기존 LCC의 비용 경쟁력은 유지하되 노선과 고객층에 따라 서비스 수준을 달리해 객단가와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차별화된 이름보다 실제 원가·수익 구조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느냐가 ‘탈(脫) LCC’ 전략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LCC의 탈(脫) LCC화?...새 간판 내세운다
19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변신을 선언한 곳은 티웨이항공에서 새 간판을 다는 트리니티항공이다.
트리니티항공은 지난 6일 새로운 사업모델로 SSC(선택형 서비스 항공사)를 공식 선언했다. 모든 노선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여행 거리와 목적에 따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선택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소노트리니티그룹이 보유한 호텔·리조트 등과 연계한 로열티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단순히 항공권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이동과 숙박·레저를 하나의 여행 경험으로 묶겠다는 전략이다.
에어프레미아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FSC와 LCC의 중간 영역을 겨냥한 HSC(하이브리드 서비스 항공사)를 전면에 내세운 항공사다.
미주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일반 이코노미보다 넓은 프리미엄 좌석과 장거리 운항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FSC보다 낮은 운임을 추구한다.
파라타항공 역시 기존 단거리 LCC에서 벗어나 장거리까지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지향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 상반기 미주 취항을 준비하고 있으며, 취항에 성공할 시 국적 LCC 최초로 미국 노선에서 비즈니스석을 운영하게 된다.
LCC 업계의 이같은 차별화 움직임에 대해 김광옥 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HSC나 SSC라는 명칭 자체보다 이러한 차별화가 실제 비용구조와 수익구조의 변화로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국내 LCC 시장이 성숙하면서 낮은 운임으로 승객을 많이 태우는 방식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FSC의 고비용과 LCC의 제한된 서비스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HSC나 SSC와 같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른 한공업계 전문가도 “(LCC가) 브랜딩에서 출발해 점차 실질적 모델로 진화하는 중간 단계로 본다. 트리니티의 선택적 서비스, 에어프레미아의 장거리 하이브리드 모두 노선 특성에 맞춘 서비스를 추구하지만 원가 통제와 부가 수익 중심의 LCC DNA는 유지하고 있다. 판단 기준은 결국 기재·서비스·수익 구조가 실제로 바뀌었는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엇갈리는 LCC 생존전략…‘탈LCC’냐 ‘본업 강화’냐
다만, LCC 간판을 떼는 것이 이 업계에서의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장거리와 프리미엄 서비스를 강화하는 트리니티항공·에어프레미아 등과 달리 제주항공·이스타항공·에어로케이 등은 소형기와 단거리 중심의 기존 LCC 강점을 살리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LCC 업계에서도 후발 주자를 중심으로 탈 LCC 행보가 가속화한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이같은 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이 LCC 업계 판도 변화에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최종 확정되면서 국내 LCC 업계의 재편이 본격화할 태세다.
오는 12월 17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맞춰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3사도 통합을 추진 중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보유 항공기는 진에어 32대, 에어부산 21대, 에어서울 6대로 총 59대다. 같은 기간 항공기 46대를 보유한 업계 1위 제주항공보다 13대 많다.
통합 LCC는 중복 노선 및 운항 시간을 조정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운항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일본·중국 등 단거리 노선과 이코노미 단일 좌석 체계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장거리와 고급 서비스는 통합 대한항공의 영역인 만큼, 계열사 간 수요 잠식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탈 LCC에 나설 유인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반대로 장거리·프리미엄을 택한 항공사들은 기존 전략을 유지하는 LCC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 구조를 감수해야 하는 만큼, 단순한 서비스 고급화를 넘어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수익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탈 LCC 전략이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재 단일화를 통한 좌석마일당 비용관리, FSC·LCC와 정면 경쟁하지 않는 단·장거리 노선 믹스 최적화, 화물·부가 수익 등 운임 외 수익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장거리 확대가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수익성 있는 노선을 선별하고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에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것이 탈 LCC 전략의 핵심이라는 것.
김광옥 교수는 “장거리 운항을 확대하고 비즈니스석 등 서비스를 강화하면 객단가는 높아질 수 있지만, 기재·인력·정비 등 비용도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비스를 FSC 수준으로 무리하게 확대하면 LCC가 가진 가격과 비용 측면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자칫하면 FSC보다 서비스는 부족하면서 LCC보다 비용은 높은 ‘어정쩡한 중간지대’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 탈 LCC의 성공 여부는 서비스 확대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보다 더 큰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다른 항공업계 전문가는 탈 LCC 항공사가 가격 경쟁력과 프리미엄 서비스를 동시에 확보하려면 필요한 서비스만 선택적으로 제공하고 나머지는 별도 판매하는 기존 LCC의 ‘언번들링’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 전문가는 “결제한 만큼만 제공하는 언번들링 원칙을 유지한다는 조건부로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다”며 “모든 서비스를 운임에 묶는 순간 좌석마일당비용관리가 FSC 수준으로 수렴해 가격 경쟁력 근거가 사라진다. 에어프레미아가 지난해 창사 최대 매출에도 영업손실 321억원을 낸 것에서 보듯, 장거리·프리미엄 확대만으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FSC 대비 명확한 비용 우위를 유지한 채 프리미엄 계층만 선별적으로 공략할 때 (경쟁력과 수익성이) 동시에 확보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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