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터뷰

100년 주사기 기계식 장벽 깬 케어메디…전기화학자가 일군 하드웨어 혁신

케어메디 신운섭 대표 인터뷰 기어·모터 없애 기존 '기계식 플런저' 한계 극복, 완벽한 무소음 구현 글로벌 1위 독점 기업 '인슐렛' 압도하는 하드웨어 스펙 80여 개 원천 특허 장벽..전 세계 유일 기술 확보 대량 양산 고도화 거쳐 2026년 상용화

산업 |김나연 기자 | 입력 2026. 08. 18. 13:00
케어메디 신운섭 대표
케어메디 신운섭 대표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1920년대 인슐린이 최초로 발견된 이래, 몸속에 약물을 밀어 넣는 인류의 방식은 늘 동일했다. 바로 주사기 피스톤을 물리적인 힘으로 밀어내는 방식이다. 현재 전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최첨단 무선 패치 펌프들도 여전히 초소형 기어와 기계식 모터를 맞물려 피스톤을 밀어내는 고전적인 '플런저(Plunger)'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기어와 모터가 돌아가는 한 물리적인 소음이 발생하고, 전력 소모가 심해 큰 배터리가 필요하므로 기기가 두껍고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 지난 100년간 이어져 온 기술적 한계였다.

전극 반응과 정밀 유체 제어를 연구해 온 전기화학자 신운섭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이 질문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전압을 걸면 유체가 이동하는 '전기삼투(Electro-osmosis)' 현상을 약물 펌프에 이식한 것이다. 기계적 구동부를 완전히 제거하자 작동 소음은 아예 전혀 없는 무소음 상태가 되었고, 전력 소모는 기존 기계식 모터의 3분의 1에서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해 배터리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기존 기계식 주입 방식을 전기삼투 펌프 기술로 대체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케어메디 신운섭 대표를 만나 개발 스토리를 들어봤다.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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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국책과제서 출발…이식형 펌프서 4조 원 패치 시장으로 피벗

신운섭 대표는 2013년부터 서강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당시 국내 최대 규모 과제인 50억 원 상당의 '체내 이식형 약물 주입 펌프 개발' 국책과제를 진두지휘했다. 이 과제를 중심으로 정밀 유체 제어 특허 기술들을 탄탄히 다지며 2015년 교원 창업으로 케어메디를 설립했다.

초창기에는 체내 이식형 약물 펌프 상용화에 집중했으나, 투자 유치 단계에서 현실적인 한계에 직면했다. 기술력은 우수했으나, 이식형 펌프는 환자 수가 극히 한정되어 시장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케어메디는 피벗(Pivot)을 선택했다."시장 규모가 훨씬 큰 인슐린 패치 펌프 시장으로 방향을 돌리자"는 사외이사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이미 이식형 펌프 연구 시기에 가장 핵심적인 원천 펌프 기술 특허들을 모두 확보해둔 터라 피벗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피벗 이후 케어메디의 잠재력을 가장 먼저 알아본 곳은 연속혈당측정기(CGM) 전문 기업인 아이센스(i-SENS)였다. 2021년 신운섭 대표가 직접 아이센스를 찾아가 기술력을 소개하자 아이센스 측은 지분 투자와 함께 파트너가 되어 주었다. 이를 계기로 2021년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이끌어냈고, 2023년에는 시리즈 B를 통해 250억 원의 조달을 달성했다. 주요 기존 투자자들이 투자 라운드를 지속해서 리딩하고 참여해 준 것은 시장이 케어메디의 전기삼투 유체 제어 원천 기술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보여준다는 평가다.

글로벌 1위 제품 대비 두께 줄이고 용량 1.5배 늘려… 7일 연속 사용 구현

현재 글로벌 무선 인슐린 패치 펌프 시장은 작년 한 해 단일 디바이스 제품군으로 전 세계 매출 4조 원을 거둔 미국 인슐렛(Insulet) 사의 '옴니팟(Omnipod)'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매년 20%씩 고속 성장하는 이 비즈니스 영토에 출사표를 던진 케어메디의 상용 제품 '케어레보'는 주요 정량 스펙에서 독점 대기업의 제품을 전방위로 앞선다.

기존 인슐렛의 옴니팟은 약물 2mL 용량을 담아 3일간만 사용이 가능하며, 두께는 15mm, 무게는 26g에 달한다. 반면 케어메디의 케어레보는 전력 소비 효율을 3분의 1에서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려 배터리 부피를 절감한 덕에 두께를 11mm로 얇게 다듬고 무게를 17g으로 가볍게 만들 수 있었다. 반면 약물 주입 용량은 오히려 1.5배 늘어난 3mL 대용량을 탑재했고, 한 번 부착으로 최대 7일간 연속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인슐렛 옴니팟 vs 케어메디 케어레보 스펙 비교 구분 인슐렛 옴니팟 (Omnipod) 케어메디 케어레보 (CareRevo) 무게 26g 17g 약 35% 감소 두께 15mm 11mm 약 26% 축소 약물 탑재량 2mL 3mL 1.5배 증가 사용 가능 기간 3일 최대 7일 2.3배 연장

11mm의 얇은 두께는 단순히 치수적인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평생 몸에 무거운 주입 기기를 매달고 살아야 했던 만성질환 환우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움직일 때 겪던 일상적 제약을 줄여주었다. 부착하더라도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아 "몸이 아픈 환자라는 사실을 잊고 평범한 보통 사람과 똑같이 삶을 살아가게 돕는다"라며 "환자를 잘 케어하는 디바이스를 만들겠다"라고 신운섭 대표는 케어메디(CareMedi)의 브랜드 철학을 강조했다.

시장 정식 출격… 1형 소아 당뇨 환우층 호응 이어져

케어메디는 지난 2024년 식약처 품목허가를 취득한 뒤, 대량 양산 및 공정 안정화 과정을 거쳐 상용 출시는 2026년 들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대학 실험실에서 시제품 한두 개를 만들어 승인을 받는 것과 생산 공장에서 일정한 품질 수율로 안정되게 생산해 내는 제조 체계는 완전히 다른 단계였다"라며 "2년간 생산 설비를 지속 확충하고 품질 안정성를 통해 상용 시장에 정식 출격할 수 있었다"라고 신운섭 대표는 소회를 전했다.

상용 출시 직후, 현장의 초기 반응은 뜨거웠다. 그 중에서도 초기 구매 고객 데이터의 60%에서 70%를 차지한 핵심 소비자층이 1형 소아 당뇨 환우를 둔 부모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일정한 시간마다 주사를 맞기 힘들어하는 어린 자녀를 붙잡아야 했던 부모들에게, 단 한 번 부착해 두면 모바일 앱을 통해 인슐린을 실시간 정밀 투입해 주는 케어레보는 환우 가족의 삶의 질을 개선해 준 제품이 되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독자적 유체 제어 기술 완성… 다이렉트 펌핑 구조로 진입장벽 확보

원천 핵심 기술을 방어하기 위한 특허 장벽은 경쟁업체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해자(Moat)를 이룬다. 케어메디는 현재 펌프 핵심 구조와 정밀 채널 구조 등을 포함해 70~80여 개에 이르는 글로벌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전기삼투 방식을 활용한다고 알려진 일부 경쟁사의 기술은 인슐렛의 기계식 주사기 피스톤(플런저) 구조를 그대로 미는 단순 '액추에이터(동력원)'로만 전기삼투 펌프를 활용한 형태에 가깝다. 이와 달리 미세한 전기화학 반응을 기반으로 약액 자체를 정밀하게 뽑아서 직접 펌핑 송출하는 독자적 다이렉트 전기삼투펌프 기술로, 전 세계에서 오직 케어메디만이 상용화에 성공했다.

동시에 기기의 의학적 공신력과 정밀 데이터를 쌓기 위해 국내 당뇨 의료기기 활용의 선두에 있는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교수 연구팀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 성인 1형 당뇨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병원 통제하의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확보된 임상 데이터와 향후 소아 당뇨 및 2형 환자군으로의 임상 파이프라인 전방위 확장을 기점으로 글로벌 무대로 진출할 예정이다.

"최고의 의료기기 제조사로서 모든 환우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끝까지 케어하는 것이 케어메디의 본질"이라고 신운섭 대표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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