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방산은 유럽·나토 대형 수주전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 EU는 역내 부품 65% 조달을 요구해 현지 생산 장벽을 높였다.
- K-방산은 안보·산업 협력을 묶은 장기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가성비’와 ‘빠른 납기’는 K-방산의 세계 시장 진출을 이끈 양대 핵심 축이다. K-방산 제품이 주요 선진국의 무기체계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성능을 갖추면서 가격은 낮췄고, 촘촘한 생산 관리와 안정적인 공급망을 바탕으로 긴급한 수요에도 약속한 시점에 물량을 맞춰 인기를 확산한 것. 이는 최근 세계 각지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과 폴란드 오르카 잠수함 사업 등 대형 수주전에서 K-방산이 잇따라 고배를 마시면서다.
이에 업계에서는 가격과 납기만으로는 세계 각국 무기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을 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동맹체로 똘똘 뭉쳐진 유럽이 그렇다. 이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현지 생산과 공급망 편입, 장기 유지·보수, 동맹국 간 상호운용성까지 두루 고려해야한다는 측면에서 K-방산의 수출 전략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방산, 유럽에 줄줄이 고배…가성비 및 빠른 납기 한계 왔나
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K-방산은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추진한 대형 무기 도입 사업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이같은 K-방산의 부진은 지난해 말부터 두드러졌다. 폴란드는 지난해 11월 오르카 잠수함 사업의 협력 대상으로 스웨덴 사브를 선택했다. 지난 6월에는 사브와 약 470억스웨덴크로나 규모의 A26 잠수함 3척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원팀’을 구성해 수주전에 참여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고배를 마셨다.
지난 6월에는 루마니아가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 대신 독일 라인메탈의 링스를 선택했다. 이후 라인메탈은 지난 6월 링스 전투차량과 방공체계, 탄약 등을 포함해 총 57억유로 규모의 계약 패키지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프랑스도 장거리 지상타격체계로 썬다트를 택했다. 썬다트는 프랑스의 방산 기업 사프란(Safran)과 유럽 미사일 제조사 엠비디에이(MBDA)가 공동 컨소시엄을 통해 개발했다. 프랑스가 해외 완제품 도입보다 자국 주도의 무기체계 개발을 선택하면서 유럽의 역내 방산 우선 기조를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가장 뼈아팠던 건 60조 규모의 CPSP 수주 실패다. 이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한화오션은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에 밀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한화오션은 이번 사업을 위해 캐나다 측에 약 75조 규모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고 제시했음에도 수주에 성공하지 못했다.
한화오션의 패배는 제품 성능이나 기술력 부족보다도 지정학적 요인 및 나토 동맹 중심의 방위 체계 장벽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방산안보실장은 “우리(한국) 입장에서 잘하는 것을 말하기보다 팔려는 나라에 원하는 것을 만족시켜야 한다. 상대방에 자꾸 알리는 것에만 집중하니 구매 국가가 원하는 니즈(Needs)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공고해지는 유럽 동맹…韓, 장기 협력 모델이 살 길이다
우려되는 점은 앞으로 유럽의 방산 동맹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도 따르면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및 유럽이 미국의 요구에 부응해 국방비를 늘리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한다. 뤼터 사무총장은 유럽 동맹국의 국방비 증액을 강조하며, 확대된 예산을 실제 무기체계와 군사 역량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을 제외한 나토 회원국들은 군사비 지출을 2024년 대비 20% 증액한 5740억달러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매튜 휘태커 주 나토 미국 대사도 유럽 방위산업체의 통합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방위산업 전체를 통합하고 효율성을 높여 필요한 것들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여기에는 방공, 정밀 타격, 무인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이렇듯 유럽은 러시아의 위협으로 국방비를 대거 늘리는 한편, 나토를 중심으로 한 방위산업의 통합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특히 유렵연합(EU)은 회원국의 공동 방산 조달에 최대 1500억유로(약 260조원)의 장기 대출을 지원하는 유럽안보행동(SAFE·세이프)을 시행하고 있다. 세이프 지원대상 무기체계는 부품 비용의 최소 65%를 EU와 유럽경제지역·유럽자유무역연합 회원국 등에서 조달해야 해 한국 기업에는 현지 생산과 공급망 편입이 사실상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K-방산이 현지 안보 및 산업 생태계에 어떻게 진입하느냐에 따라 향후 유럽 시장에서의 수주 경쟁력이 좌우될 것으로 분석한다.
엄효식 실장은 “가장 중요한 건 한국이 만든 무기 체계가 얼마나 확실하게 능력을 발휘하고, 해당 국가의 안보를 지켜줄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른 나라들이 방산 부분에 투자하지 않던 시절에는 가성비와 빠른 납기를 가지고 승부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많은 나라에서 방산 쪽에 투자에 어느 정도의 생산 역량을 다 갖추게 됐다. 이에 그것만 가지고 수출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누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단순하게 무기의 성능, 가성비, 납기만 가지고 접근하기 보다 한국의 무기 체계를 수입함으로써 해당 국가의 안보, 산업 협력 등에 전반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통합적으로 고려해 수출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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