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서울대학교 패션마케팅연구실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성장 경로와 플랫폼 요구사항을 분석한 '패션 버티컬 플랫폼의 패션 생태계 공진화 사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플랫폼에 입점한 디자이너 브랜드와 창업가를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및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여기서 언급되는 '버티컬 플랫폼(Vertical Platform)'이란 특정한 관심사나 품목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특화된 온라인 시장을 뜻하며, 최근 패션 업계의 핵심 유통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특화 플랫폼 생태계 내에서 신진 브랜드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지원을 필요로 하는지 다각도로 분석했다.
10년 미만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결과, 창업가들은 품질 유지와 시그니처 품목 중심의 재고 관리에 집중하며 플랫폼의 트래픽을 주요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는 성향을 보였다. 특히 단순한 가격 경쟁에 치중하기보다는, 시장 반응과 플랫폼 담당자(MD)의 피드백을 수용해 콘셉트와 타깃을 지속적으로 재조정하는 유연성을 보였다.
연구진은 플랫폼이 신진 브랜드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객 데이터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초기 브랜드를 위해 데이터 활용 시스템을 제공하고, 단순 할인 위주의 프로모션에서 벗어나 브랜드 고유의 가치를 전달하는 마케팅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다.
이어진 무신사 입점 브랜드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플랫폼의 주요 경쟁력이 단순한 거래 효율을 넘어 파트너를 육성하는 '거버넌스 설계 역량'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버넌스 설계 역량이란 플랫폼이 단순한 판매 공간 제공에 그치지 않고, 지분 소유 없이도 입점사와 상호 협력하는 체계나 운영 규칙을 어떻게 구성하고 관리하는지를 의미한다. 조사 결과, 무신사는 수수료 및 정산 조건 등 공식적 거버넌스 영역에서 5점 만점에 3.83점을 기록해 투명한 인프라 측면에서 입점사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디자이너 브랜드의 플랫폼에 대한 기대치는 매출 규모가 아닌 '입점 기간(업력)'에 따라 뚜렷하게 변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입점 3년 이하의 초기 브랜드는 정산 투명성을 중시하는 '계약중심형(17%)' 비중이 높았으나, 3~5년 차에는 판매 지원과 운영 효율을 요구하는 '거래중심형(40%)'으로 전환됐다. 5년 이상 장기 입점 브랜드일수록 소통과 파트너십을 중시하는 '관계중심형(44%)'의 비중이 컸다. 이는 플랫폼이 브랜드의 성숙도에 맞춰 지원 및 소통 방식을 다변화해야 함을 보여준다.
연구를 주도한 서울대학교 추호정 교수는 "현재 국내 패션 시장은 무신사, 29CM를 비롯해 주요 버티컬 플랫폼에 입점한 브랜드만 수만 개에 달할 정도로 온라인 플랫폼의 역할이 브랜드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라며 "국내 패션 생태계의 허리 역할을 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상으로 처음 진행된 이번 심층 연구 결과는 비단 무신사뿐만 아니라 패션 브랜드를 품고 있는 국내 모든 버티컬 플랫폼들이 지속가능한 상생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주효하게 참조해야 할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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