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김나연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를 통해 항체 중심의 사업구조를 합성 펩타이드로 넓힌다. 이번 거래는 해외 생산시설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의약품 모달리티와 개발 파이프라인을 함께 확보하는 M&A다. 인수 목적의 핵심은 GLP-1을 포함한 펩타이드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는 데 있다.
이번 인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순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전환한 이후 내놓은 첫 대형 사업 확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11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삼성에피스홀딩스로 분리하면서 바이오의약품 개발·상업화 사업과 CDMO 사업을 분리했다.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는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 이후 본격화한 포트폴리오 투자로 볼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존 매출은 대규모 동물세포 배양시설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집중돼 있다. 2025년에는 항체의약품 등을 포함한 제품 매출이 4조358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5.6%를 차지했다. 2026년 1분기에도 제품 매출 비중은 97.3%로 높아졌다. 기존 사업의 성장성이 유지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특정 생산방식과 제품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도 커진 구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항체 생산에서 인접 영역으로 사업범위를 확대해왔다. 송도에 메신저리보핵산(mRNA) 생산설비와 항체약물접합체(ADC) 공장을 구축했고,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에도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25년에는 후보물질 발굴 단계의 약효 평가를 지원하는 오가노이드 서비스도 출시했다. 펩타이드는 이 같은 포트폴리오 확장 과정에서 새로 편입되는 원료의약품 모달리티다.
항체 성장 위에 펩타이드 축을 더하다
펩타이드 시장의 성장 전망은 이번 인수의 배경이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이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펩타이드 치료제 시장은 2024년 약680억달러에서 2031년 약175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직접 진입하는 시장은 최종 의약품 시장 전체가 아니라 합성 펩타이드 원료의약품과 중간체의 외주생산 시장이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은 해당 외주생산 시장을 2024년 약25억달러 규모로 추산했다.
시장 성장을 이끄는 분야는 당뇨·비만 치료제를 포함한 대사질환 영역이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의 대사질환 관련 매출 비중은 2024년 40%에서 2025년 57%로 상승했다. 2026년 상반기에는 대사질환 치료제 매출이 1억6170만유로를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약68%까지 높아졌다. GLP-1을 중심으로 한 수요 증가가 폴리펩타이드그룹의 성장률과 생산시설 가동률을 동시에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이번 거래의 핵심 목적으로 펩타이드와 GLP-1 진출을 제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펩타이드, 특히 GLP-1으로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고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항체 생산능력에 합성 펩타이드 원료의약품 역량을 더해 고객사에 제안할 수 있는 서비스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미다. 단순한 생산량 확대보다 모달리티 다변화에 인수의 우선순위를 둔 셈이다.
인수대상으로 폴리펩타이드그룹을 선택한 배경에는 축적된 기술과 고객 기반이 있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은 70년이 넘는 사업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동안 고객사를 위해 1000종 이상의 서로 다른 치료용 펩타이드를 생산했다. 고객은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과 연구기관 등 약250곳으로 구성돼 있다. 임상개발과 상업생산을 수행하는 6개 cGMP 인증 생산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공장보다 고객과 파이프라인을 샀다
펩타이드 사업은 생산설비만 건설한다고 단기간에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다. 고객별 물질 특성에 맞는 합성·정제 기술과 분석법, 규제 문서, 상업생산 이력이 함께 요구된다. 폴리펩타이드그룹도 전문지식과 자본집약도, 공급 신뢰성, 생산 실적을 시장 진입장벽으로 제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는 자체 구축보다 기존 전문기업 인수를 통해 기술 확보 기간과 고객 승인 절차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의 사업모델도 인수 목적과 맞닿아 있다. 회사는 전임상 단계에서 고객 프로젝트를 수주한 뒤 임상 1·2·3상과 상업생산까지 이어가는 ‘스타트 히어, 스테이 히어(Start Here, Stay Here)’ 전략을 운영한다. 실제 상업생산 매출의 상당 부분은 초기 개발단계에서 수주한 프로젝트가 규제 승인을 받은 뒤 전환된 물량에서 발생한다. 이는 후보물질 개발 초기부터 고객을 확보하고 상업화 이후 장기 공급계약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개발 파이프라인은 향후 상업생산 물량을 가늠할 수 있는 기반이다. 2025년 말 폴리펩타이드그룹은 196개의 진행 중인 맞춤형 개발 프로젝트를 보유했고, 이 가운데 임상 3상 프로젝트는 30개였다. 상업생산 프로젝트는 68개로 전년보다 3개 늘었다. 2026년 상반기에는 임상 3상 프로젝트가 37개로 증가하고 개발사업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약52% 늘었다.
기존 고객 기반을 활용한 교차수주도 기대효과로 거론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항체·ADC·mRNA 관련 고객망을 보유하고 있고, 폴리펩타이드그룹도 2026년 상반기 매출의 약72%를 대형 제약사에서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폴리펩타이드의 전문인력과 업계 선도 역량, 고객 기반을 높이 평가했으며 양사의 상호보완적 강점을 활용해 고객 지원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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