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DIP 딜레마

③메리츠·MBK의 진짜 우려는 '추가 DIP'

2000억은 정상화 아닌 회생 재개용 자금 공익채권 1조원·적자 구조에 소진 우려 다음 DIP 대출·보증 주체는 여전히 공백

증권 |김나연 기자 | 입력 2026. 07. 16. 15:35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메리츠금융그룹과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 2000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놓고 접점을 찾았다. 메리츠가 긴급운영자금(DIP)을 빌려주고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이 대출금 전액을 보증하는 구조다.

그러나 양측의 진짜 부담은 이번 2000억원의 회수 가능성보다, 자금이 소진된 뒤 추가 DIP가 필요해지는 상황에 있을 수 있다. 양측이 추가 DIP 우려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홈플러스의 누적 공익채권과 영업손실, 앞선 협상 과정을 보면 이번 합의가 최종 자금조달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2000억보다 빠른 현금 소진 속도

추가 DIP 우려가 나오는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누적된 공익채권이다. 홈플러스 채권자협의회에 보고된 5월 말 기준 공익채권은 1조999억원으로, 회생절차 개시 당시 3328억원보다 7671억원 늘었다. 여기에는 미지급 납품대금 등 상거래채권 7940억원, 제세공과금 820억원, 미지급 급여 625억원과 기존 DIP채권 1614억원 등이 포함됐다. 이번 2000억원은 5월 말 공익채권 총액과 단순 비교해도 18% 수준에 불과하며, 신규 자금이 투입되는 동안에도 임금과 상품대금 등 새로운 공익채권은 계속 발생할 수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사례는 새로 들어온 현금이 얼마나 빠르게 기존 지급 부담에 흡수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익스프레스 매각으로 1206억원을 확보했지만 지방세 미납 문제와 관련해 450억원에 질권이 설정되면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756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650억원이 4~5월 미지급 급여 등에 사용됐고, 다시 6월 급여 약 250억원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1206억원의 매각대금이 들어왔지만 공익채권 감소액은 약 200억원에 그쳤다.

영업 자체에서 현금을 보충할 수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홈플러스는 2025회계연도에 매출 5조7963억원, 영업손실 5464억원, 당기순손실 1조1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17.1%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73.9% 확대됐으며, 2021회계연도 이후 5년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홈플러스의 경쟁력이 크게 저하된 지금의 상황에서 양의 영업현금흐름을 단기간 내에 만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규 자금의 사용처도 추가 조달 가능성과 연결된다. 업계에서는 2000억원 가운데 상당액을 상품 공급 재개에 먼저 사용하고, 직원 급여와 퇴직금 지급 시점은 일부 늦춰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매장을 다시 열려면 상품 매입과 물류, 전기·시설관리, 인건비 등에 현금을 먼저 지출해야 하지만 판매대금은 이후에 회수된다.

두 번째 자금부터 다시 시작될 책임 공방

메리츠가 우려할 수 있는 지점은 이번 대출이 추가 자금 지원의 선례가 되는 것이다. 메리츠는 앞서 주주들에게 홈플러스 추가 대출이 고위험 여신 증가와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인정하면서, MBK 본사와 김 회장의 보증을 자금 집행의 필수 선행조건으로 제시했다. 합리적인 채권회수 장치 없이 신규 대출을 집행하면 경영진의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도 폈다. 이번 2000억원이 소진돼 2차 DIP가 필요해지면 메리츠는 다시 이사회 승인을 받고, 추가 보증이나 담보 없이 자금을 집행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MBK파트너스와 김 회장에게도 추가 DIP는 부담이다. 이번 보증은 현금 2000억원을 즉시 출연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홈플러스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미상환액을 대신 갚아야 하는 우발채무다.

앞선 협상 과정도 양측이 책임 한도를 설정하려 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메리츠는 MBK파트너스 측이 보증하는 범위만큼만 대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MBK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가 먼저 2000억원 전액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면적으로는 현재 2000억원의 조달 방식을 놓고 충돌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홈플러스 회생에 필요한 자금 부담이 어디까지 확대될지를 둘러싼 협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과 법원의 시한에 밀려 이번 위험 배분에는 합의했지만, 2000억원을 넘어서는 자금에 대해 누가 대출하고 누가 보증할지는 여전히 정해지지 않았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DIP 수혈로 홈플러스가 살아나는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는데, 이는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며 "새로운 인수자가 등장하지 않는 한 추가 지원 없는 자력 회생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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