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한솔 기자| NH농협금융의 사외이사 평가 체계가 금융권 거버넌스 개혁 흐름 속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11년간 사외이사 평가 결과가 모두 최고 등급에 머문 데다, 평가 역시 외부 독립기구가 아닌 이사회 내부에서 이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25년 사외이사 내부 평가 모두 'S등급'
NH농협금융지주가 제출한 ‘2025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농협금융의 2025년 사외이사 내부 평가 결과, 사외이사 전원이 모든 평가 항목에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말 기준 농협금융 사외이사는 김병화·이윤석·길재욱·차진석·안윤주·배용원·송두한 등 총 7명이다.
사외이사 평가는 이사회운영위원회 주관의 내부 평가로 진행된다. 위원회 구성원 대부분이 사외이사로 채워져 있어, 사실상 사외이사들이 자신과 동료 사외이사의 활동 평가를 주관하는 구조다. 실제 2025년도 사외이사 활동을 평가해 2026년 2월 전원에게 S등급을 부여한 이사회운영위원회 명단을 보면, 위원장인 박흥식 비상임이사를 제외한 6명 전원이 이윤석·길재욱·차진석·안윤주·배용원·송두한 등 평가 대상자인 사외이사들로 구성돼 있었다.
내부 평가 자료는 향후 사외이사 연임의 근거자료로 활용된다. 실제로 이윤석 이사는 2023년과 2024년 모든 평가 항목에서 S등급을 받았다. 2025년 3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 이사를 재선임 후보로 추천하면서 "사외이사 평가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는 등 사외이사 후보로서 우수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고 검토 의견을 적시했다. 이사회 내부 평가에서 받은 최고 등급이 연임 후보 추천의 근거로 활용된 것이다.
10년간 모두 최고 등급…점수도 '깜깜이'
농협금융은 이사회가 경영진 견제기구로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 내부 평가를 다면평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는 △이사 자기평가 설문조사 △이사 상호평가 설문조사 △직원평가 설문조사 △이사회 및 이사회 내 위원회 참석률 평가 △교육 참여시간 평가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최근 11년간(2014~2024년 평가 기준) 농협금융지주는 모든 사외이사 후보에게 최상위 등급을 부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 자료에 따르면 과거 4단계 평가 체계에서는 사외이사 전원이 A등급을, 5단계 체계 개편 이후에는 전원이 S등급을 받아왔다. 해당 기간 내부 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지 못한 사외이사는 없었다.
기존에 공개되던 평가 점수가 비공개 처리되면서 사외이사 평가 결과의 구체성도 사라졌다. 2016년 사외이사 후보 추천내역 공시자료를 보면 손상호 이사 평가표에는 97.6점, 96점 등 소수점 단위의 세부 평가 점수가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7년도 후보 추천 공시부터는 총득점 기재란이 사라지고, 등급만 공시되고 있다. 세부 점수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외부에서 사외이사 평가 결과의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의 사외이사 운영 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금감원은 2023년 정기검사 등을 통해 사외이사 선임을 담당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운영 절차를 강화하라며 경영유의사항을 통보했다. 2025년 지배구조 보고서에서도 사외이사 선임 절차 강화 등 이사회 운영 개선 과제가 제시됐다. 감독당국이 이사회 운영 보완을 요구해온 가운데, 내부 평가에서는 사외이사 전원이 장기간 최고 등급을 받은 것이다.
학계에서는 사외이사 평가가 형식적인 절차에만 머물 경우 이사회의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사외이사 기준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기업 측이 선정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구조"라며 "기업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객관적인 견제나 쓴소리가 나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거버넌스 개혁 시험대 오른 농협금융
이는 최근 이재명 정부가 금융권 거버넌스 개혁을 강조하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회장 연임 구조를 언급하며 "똑같은 집단이 이너서클을 만들어 계속 해먹는다는 지적이 있다"며 "관치금융 문제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더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자기들 멋대로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비판했다.
금융지주는 이사회가 CEO 선임과 연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이사회가 경영진으로부터 충분히 독립되지 못할 경우 CEO 연임과 사외이사 재선임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폐쇄적 구조로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농협금융은 사외이사 평가 제도가 적법하고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자격 기준에 따라 선별된 임원으로 공정한 평가 절차에 의해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부 점수 비공개에 대해서는 "업계 대부분이 등급표기제로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금융사지배구조법을 준용해 위원회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있으며, 공정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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