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중국의 군민융합(dual-use) 배터리 시장 독점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의 포괄적 공급망 협력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제기된 가운데, 고려아연이 한·미 안보 동맹의 핵심 미드스트림(제련 및 가공)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서 중국산 배터리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미국 국방부의 무기 체계와 인공지능 기반 하드웨어의 안보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한국 배터리 산업과의 공조가 돌파구로 제시된다. 특히 제련 분야의 독보적 경쟁력을 가진 고려아연을 미국 국방 공급망에 본격적으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구체적인 제안이 나왔다.
애틀랜틱카운슬 "중국 배터리 패권이 안보적 위험 초래"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Atlantic Council)은 최근 발표한 분석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배터리 패권이 초래할 안보적 위험성을 강력히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배터리 시장을 독점할 경우 동맹국의 군사적 역량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국이 세계 2위의 배터리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보고서는 양국이 단순한 조립을 넘어 채굴, 가공, 제조를 아우르는 전 과정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터리는 상업적 목적과 군사적 목적에 모두 직결되는 대표적인 군민융합 기술로 분류된다. 상업적으로는 전기차와 전력망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핵심 부품으로 사용되며 자율주행 차량의 구동을 책임진다. 최근 배터리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600마일에서 700마일에 이르는 등 상용화 가치가 입증됐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동시에 군사적 치명성을 높이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차세대 무기 체계의 기동성과 지속 능력은 결국 어떤 배터리를 탑재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 전장에서 배터리는 드론과 무인 무기 체계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광범위하게 배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만 2025년 한 해 동안 약 300만 대의 FPV(1인칭 시점) 드론이 조달되어 운용된 바 있다. 정보·감시·정찰(ISR) 플랫폼과 각종 센서 역시 고성능 배터리 없이는 장시간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다. 한국 해군의 차세대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KSS-III)’ 배치-II 역시 리튬이온 배터리 추진 시스템을 채택해 잠항 능력을 대폭 향상시켰다. 향후 지향성에너지무기(레이저 무기)나 초대형 무인잠수정(XLUUV)의 운용에도 고밀도 배터리가 필수적이다.
로봇 공학 분야에서는 이미 배터리 성능 차이가 군사적 역량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거대한 제조 규모와 진보한 배터리를 바탕으로 서방 제품보다 긴 주행거리와 무거운 적재 용량을 확보했다. 반도체 전문 매체 세미분석(SemiAnalysis)에 따르면 한·미 합작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은 배터리 수명 90분에 적재 용량이 14kg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 유니트리의 사족보행 로봇은 배터리 수명 180분에 40kg의 적재가 가능하면서 가격은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이러한 로봇 역량은 중국의 실제 군사 훈련에 투입되어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한·미 동맹 기반의 공급망 재편 및 제련 분야 협력
애틀랜틱카운슬은 미국이 우방국에 불필요한 무역 장벽을 부과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한국과 같은 핵심 동맹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위는 오히려 중국의 독점을 고착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애틀랜틱카운슬은 보고서에서 "양국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고체 배터리나 리튬황 등 차세대 배터리 화학 구조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며 "한국의 '2030 K-배터리 발전 전략'과 같은 정책 기조를 미국의 연구 인프라와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금속 재활용 가치가 큰 배터리에 전략적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도 효과적 대안으로 제시된다.
특히 보고서는 미드스트림 협력의 구체적 방안으로 고려아연과 포스코 같은 한국 기업의 역할을 명시했다. 광물 자원 안보 파트너십(MSP)과 미국 수출입은행(EXIM)의 금융 지원을 활용해 한국 기업의 원자재 투자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구체적 로드맵이다. 미국 국방부가 지원하는 텍사스대 달라스 캠퍼스의 배크온스(BEACONS) 시설 등과 연계해 공동 파일럿 생산을 확대하는 안도 포함됐다. 고려아연과 같은 전문 정련 기업을 미 국방부의 다층 공급망과 연계하고 방산 등급의 기준을 적용해 상업적 유연성과 안보적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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