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원·하청 ‘더블 노사 갈등’ 조짐이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하청 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이라는 판단이 나오고, 현대차 노조도 파업 수순에 돌입하면서다.
15일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자동차 하청 노동조합이 제기한 ‘원청(현대차) 사용자성 인정 및 교섭 요구’에 대한 3차 심문회의를 열고 사용자성 ‘인정’ 판정을 내렸다.
여기에 현대차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이 올해 임금협상 교섭 결렬에 따라 파업 수순에 들어가면서 사측은 원청 사용자성 논란과 현대차 노조의 임금 및 단체협약 투쟁이라는 ‘이중 전선’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울산지노위, 현대차 사용자성 여부 인정
앞서 울산지노위는 현대차 하청 노조의 신청에 대해 두 차례에 걸친 심판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두 번 모두 판정 연기 결정을 내렸으며, 세번째 심판인 15일에야 최종 판정이 나온 것.
심판회의는 금속노조가 현대차 하청 조합원 약 1675명을 대표해 현대차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현대차가 직접적인 고용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용자성을 부인하며 교섭 요구 사실 공고를 거부하면서 진행됐다.
또 이번 판정은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 노조가 원청인 현대차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한 첫 시험대 완성차 업계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대차는 국내 최대 규모의 원·하청 생산 구조를 갖춘 사업장인 만큼, 원청 사용자성 판단은 다른 완성차 업체의 노사관계에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유사한 생산 구조를 가진 사업장에서도 하청 노동자들의 원청 교섭 요구가 잇따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번 판정이 국내 대규모 제조현장 등에서 일상화한 원·하청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하청으로 운영하는 게 생산 효율의 측면에서 지속해야 하는 일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번 판정을 통해서 개선이 될 것으로 보이며, 현재 운영하던 (원·하청)구조가 지속가능하지 않게 됐다”고 평가했다.

울산지노위가 현대차 사용자성 여부를 인정함에 따라 원청인 현대차는 교섭요구 사실을 사업장에 공고하고 그간 노사 협의 대상이 아니던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
금속노조는 판정 직후 성명을 내고 “현대차는 즉각 지노위 시정명령을 이행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라”고 주장했다.
현대차가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 노조, 임금협상 결렬 선언하며 파업 수순
현대차 노사 갈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5일 오후 1시쯤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을 신청했다.
이는 지난 12일 현대차 노조가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제11차 교섭에서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한지 사흘만이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스마트투데이에 “현재 임금성 요구안 등과 관련해 회사가 답변을 내놓은 게 없다. 회사가 하반기에 어려워지니 무리한 요구에 답변할 수 없다고 나와, 절차대로 결렬을 선언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2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파업 방향을 잡은 후 25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벌일 예정이다.
올해 현대차 노조의 입금협상 요구안은 ‘지난해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과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역대 최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및 성과급뿐 아니다. 노조는 정년을 최장 만 65세까지 늘리고, 상여금을 현행 750%에서 800%로 올릴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완전 월급제 시행, 노동 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 신규 인력 충원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보스턴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 ‘아틀라드’ 등으로 대표되는 물리적 인공지능(피지컬 AI) 생산 현장 도입도 쟁점이다. 노조는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들어올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기술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 불안을 노사 합의로 관리하자는 취지를 전했다.
그룹 차원 노사 긴장감↑…현대차그룹, 노무 리스크 관리 시험대 올라
그룹 차원의 노사 긴장도 커지고 있다.
기아 노조는 최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 38곳에 ‘2026년 투쟁 승리를 위한 그룹사 노동조합 10만 투쟁’ 추진 공문을 보낸 뒤 1차 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 대상 조합원은 약 8만7000명 규모다. 현대차그룹 계열 노조들이 그룹 단위의 공동 투쟁 체계 구축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경영환경 불확실성을 들어 방어 논리를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관세 환경,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 등 대외 변수가 커진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을 키우는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원청 사용자성 판단과 임금협상 파업 수순, 그룹사 공동투쟁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현대차그룹의 하반기 노무 리스크가 경영 불확실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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