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전기차 구매 부담을 낮춘다.
- 국토부가 배터리 구독 서비스에 최장 4년 실증 기회를 부여한다.
- 배터리 잔존가치 측정이 서비스 안착의 관건이다.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배터리 가격 부담이 전기자동차 구매의 주요 걸림돌로 지목되면서 차체와 배터리 소유권을 분리하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BaaS)가 국내 전기차 시장의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 방식이 보편화되면 전기차 구매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배터리 관리 효율과 재사용 시스템을 제고·구축할 수 있어 관련 기업 및 수요자 관심이 커진 것. 회수 배터리에 대한 안정적인 성능 관리, 적정 구독료 책정 등은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정부, 전기차 문턱 낮춘다…배터리 구독 서비스 실증특례 지정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배터리 등 관련 업체는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전기차 구매 부담을 낮추고 배터리 생애주기 관리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신규 사업모델로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란 차체와 배터리의 소유권을 분리해 배터리를 제외한 저렴한 가격으로 차량을 구매하고, 배터리는 월 이용료를 내며 빌려 쓰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1일 제8차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에서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실증특례를 지정했기 때문.
실증특례를 부여받게 되면 그간 규제로 도입이 어려웠던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시험 및 검증할 수 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배터리를 전기차와 분리해 별도로 등록·관리하는 체계를 두고 있지 않았다. 이에 배터리 성능 저하에 따른 감가 및 교체 비용 부담은 전기차 구매 수요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국토부는 새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최장 4년의 실증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가 입증되면 법령 정비를 거쳐 제도권으로 편입할 방침이다.
기업 중에선 국산 전기차를 대부분 생산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실증 사업을 추진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국토부 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 심의에서 ‘전기차 차체-배터리 소유권 분리 등록’ 규제 특례를 받은 바 있다.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2년 동안 현대자동차 전기차 2000대를 목표로 실증을 추진하고, 배터리 리스비는 사업자가 실증 사업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은 수도권 법인택시 아이오닉 5를 대상으로 전기차 배터리 구독형 서비스를 운영해 배터리 소유권 분리 구조가 실제 운행 환경에서 전기차 운행 비용과 차량 활용 기간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 초기 구매 비용 크게 낮춰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상용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높은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값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전체 차량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부품이다.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전기차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구독함으로써 초기 차량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령 현대 아이오닉 5 스탠다드 모델의 가격은 4750만원이다. 그중 배터리 비중 약 40%, 즉 약 1900만원을 제한다고 가정할 경우 2850만원으로 판매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또 이 서비스는 초기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대여가 끝난 배터리를 리스 사업자가 회수해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원 순환과 배터리 생애주기 관리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아울러 리스사 중심의 배터리 관리가 이뤄지면, 안전 관리 강화 및 다양한 배터리가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 전기차 확산이 주춤하는(캐즘) 이유가 가격이다. 동급 내연기관 대비 가격이 높다는 게 (전기차 구매의) 주요 허들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배터리 구독제가 도입되면 배터리 가격을 빼고 구매를 하게 돼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경험할 수 있다. 또 기존에는 배터리 성능이 점점 떨어지고 교체하게 되면 2000만~3000만원이 든다는 불안감이 늘 존재했다. 하지만 배터리 구독제가 도입되면, 배터리를 관련 업체에서 관리하게 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새 배터리로 자동 교체를 해주는 시스템이 적용될 테니 소비자는 안심하고 (전기차를) 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 국내 도입되려면…
해결해야할 과제도 있다.
무엇보다 배터리는 주행거리와 사용 기간뿐 아니라 급속충전 빈도, 충전 습관, 외부 충격 등에 따라 성능 저하 폭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회수 시점의 가치가 명확히 산정되지 않으면 구독료 책정과 배터리 재사용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호근 교수는 “배터리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책임 유무는 우려점이 될 수 있다”며 “소비자가 아닌 관련 기관에서 배터리 이상 유무 및 충격에 의한 손상 유무 책임을 공평하게 가릴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이력관리제, 이른바 ‘배터리 여권’은 이 같은 분쟁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꼽힌다. 배터리 여권은 제조 정보와 충전·방전 이력, 성능 상태, 안전 검사, 재사용·재활용 정보 등을 디지털 방식으로 관리하는 체계다. 배터리 사용 이력이 객관적으로 축적되면 회수 시점의 성능 저하 원인을 판단하고, 잔존가치와 책임 소재를 가르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정부도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사용후 배터리의 관리 및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이 의결됐다고 전했다. 정부는 법 시행 이후 배터리 탈거 전 성능평가와 안전검사 체계를 구축하고, 제조부터 폐기까지 전주기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공공 이력관리시스템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구독 서비스가 자리 잡으려면 반납 시점의 배터리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기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요한 건 잔존가치 측정이다. 초기에는 배터리 성능이 100%였을 것이고, 그 배터리 소유권은 금융사가 가지고 있다. 배터리의 잔존가치는 잘 관리하며 타는 사람과 못한 사람의 차이가 확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때 이 (배터리) 잔존가치 수명이 얼마나 남았느냐를 가지고 중고차의 또 다른 금융 가치가 만들어질 것이다. 즉 중고차 잔존 수명을 어떻게 정확히 측정할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中 BaaS 선두…배터리 교환소 인프라 결합해 서비스 고도화
국내에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안착하기 위해선 중국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에선 전기차 배터리 구독제가 배터리 교환소 인프라와 결합하여 대중화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마치 내연기관 자동차가 주유소에 들러 연료를 충전하듯, 전기차도 배터리 교환소에 들러 새로운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방식이 일상화한 것이다.

니오는 중국 내 배터리 구독제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니오는 최근 4세대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을 선보인 바 있다. 한 스테이션 당 최대 23개의 배터리 팩을 저장해 하루에 무려 480회의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배터리 교체 시간은 4세대 배터리 교환소 기준, 2분 24초에 불과하다.
니오 외에도 여타 완성차 기업인 지리자동차, 광저우자동차그룹, 창안자동차 등과 배터리 기업 CATL도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 현대차에서 분사한 스타트업 ‘피트인’이 전기차 배터리를 10분 내로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부터 경기도 안양에서 법인 택시 대상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총 4개 택시회사 30여 대 택시가 피트인에서 배터리 구독 및 교체 서비스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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