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담합 7개 제분사에 역대 최대 6710억 '철퇴'

과징금 역대 2위 규모…담합 사건 중에서는 최대

산업 |황태규 기자 | 입력 2026. 05. 20. 16:43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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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투데이=황태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약 6년간 밀가루 가격을 조직적으로 담합해온 국내 주요 제분사 7곳에 총 6710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역대 공정위 과징금 전체 기준으로는 2위, 담합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20일 사조동아원·대한제분·CJ제일제당·삼양사·대선제분·한탑·삼화제분 등 7개 제분사가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기업 간 거래(B2B) 밀가루 공급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 7개사의 국내 B2B 밀가루 시장 점유율은 87.7%(2024년 매출액 기준)에 달하며, 담합 관련 매출액은 약 5조6900억원으로 산정됐다.

2019년 11월, 대한제분·CJ제일제당·사조동아원의 대표자급 임원들과 삼양사 임직원은 한 식당에서 만나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적정 가격을 유지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후 합의 내용은 하위 제분사들에 유선으로 전달되거나, 하위 사가 먼저 연락해 내용을 공유받는 방식으로 확산됐다.

이들은 농심·팔도·풀무원 등 대형 수요처를 대상으로 19차례, 중소형 수요처와 대리점 등 전 거래처를 대상으로 5차례 가격 담합을 실행했다. 담합 기간 대표자급·실무자급 회합만 총 55회에 달했다.

제분사들의 담합 수법은 치밀했다. 2020~2022년 수입 원맥(밀가루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는 원가 상승분을 최대한 빠르게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인상 폭과 시기를 합의했다. 반대로 2023년 이후 원맥 시세가 하락하자 이번엔 가격 인하를 최대한 늦추기로 뜻을 모았다. 실제로 농심이 지난해 12월 원맥 시세 안정을 이유로 가격 인하를 요청했지만, 상위 4개사는 오히려 환율 상승을 명분으로 밀가루 공급가격을 ㎏당 15~20원 올렸다.

그 결과 2022년 9월 기준 밀가루 판매가격(중력분 평균)은 담합 시작 시점인 2019년 12월과 비교해 제분사별로 최소 38%에서 최대 74%까지 치솟았다.

제분업체의 밀가루 담합 적발은 이번이 두 번째다. 공정위는 2006년에도 제분업체 8곳에 434억원의 과징금과 대표자 고발 등의 제재를 가한 바 있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합병된 사업자를 제외하면 완전히 동일한 사업자들이 20년 만에 또다시 담합이 적발됐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과징금과 함께 법 위반 행위 금지명령, 독자적 가격재결정명령 등 시정명령도 부과했다. 해당 업체들은 3개월 안에 밀가루 가격을 새로 산정해 보고해야 한다. 앞서 공정위는 올해 1월 7개 제분사와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 14명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해당 업체들을 경영안정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매월 밀가루 가격을 점검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남 부위원장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료품 가격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정히 제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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