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우세현 기자| 코스피 6,300선 돌파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 14억 원 돌파. 숫자만 보면 가히 역대급 ‘풍요의 시대’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 대한민국은 현재 거대한 심리적 공황 상태, 즉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라는 유령에 잠식당하고 있다.
22일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연구팀이 발표한 ‘경제상황 변화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대다수가 지금 포모에 포박당해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달려도 제자리, 승자조차 불안한 ‘상대적 빈곤’
충격적인 대목은 자산이 늘어난 사람조차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최근 순자산이 증가한 집단의 69%가 오히려 ‘삶의 안정성이 약화됐다’고 답했다. 주식 시장이 2022년 대비 두 배 이상 폭등하며 투자 참여자가 10명 중 5명(53%)으로 늘었고, 수익을 낸 비율도 46%로 크게 개선됐지만 박탈감은 도리어 깊어졌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박탈감은 2022년 55%에서 올해 68%로, 주식은 44%에서 59%로 거꾸로 급등했다. 특히 가구소득 6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층 71%가 부동산에서 박탈감을 느낀다는 점은, 이제 포모 현상이 특정 계층에서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을 짓누르는 ‘보편적 불안’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내가 번 돈보다 남이 벌어들인 자산의 속도가 더 빠르다는 공포가 우리를 끝없는 비교의 지옥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무너진 ‘노동의 신화’, 자산이 계급이 되는 사회
더 큰 비극은 땀 흘려 일하는 가치가 조롱받는 시대가 됐다는 점이다. 우리 국민 87%는 ‘자산 가격의 변동이 삶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반면 물가 상승으로 인해 노동의 가치가 감소했다는 응답은 88%에 달한다. ‘열심히 일해도 삶을 개선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적 독백에 84%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동소득보다 자산수익이 더 큰 구조를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82%에 달한다는 점은 이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과거 우리 사회를 지탱하던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은 이제 자산 가격 변동성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흔적도 없이 쓸려 내려가고 있다.
흔들리는 삶의 안정성, 사회적 대화가 시급하다
자산 시장의 호조가 곧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기존 공식마저 깨졌다. 오히려 물가(90%)와 주가(89%)의 극심한 변동성 자체가 국민 76%에게 삶의 안정성을 해치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소외되지 않기 위해 시장에 뛰어들지만, 그 안에서도 끊임없이 비교하며 스스로를 갉아먹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자산 불평등이 가져온 이 무력감과 박탈감은 단순한 경제 지표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꺾고 사회적 신뢰를 붕괴시키는 근원적 위기다. 자산의 숫자놀음에서 벗어나, 무너진 노동의 가치를 복원하고 삶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진지한 사회적 대화가 절실한 때다. 달리기를 멈추면 벼랑 끝으로 떨어질 것 같은 이 ‘포모’의 질주를 멈춰세울 수 있는 브레이크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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