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유통갑질 논란

②약사법이냐 공정거래법이냐…거점도매를 둘러싼 세 가지 법적 쟁점

유통망 외부 통제…'거래상 지위 남용' 뇌관 부각 누적된 공정위 제재 전력…엄격해진 규제 잣대가 변수

산업 | 심두보  기자 |입력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업계의 반발이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규제기관 신고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유통업계가 갑질이라 부르는 행위와 대웅제약이 유통 선진화라 부르는 조치는 같은 사실을 가리키지만, 법적 평가는 전혀 다를 수 있다. 약사법과 공정거래법, 두 축에서 이 사안을 관통하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환자 접근성이라는 공적 변수

첫 번째 쟁점은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다. 이 조항은 의약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특정 도매상에만 공급을 집중해 환자의 조제와 투약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제한한다. 유통업계와 약사단체가 가장 먼저 꺼내든 조문이다. 전국 40여 개 도매업체를 5개 거점사로 압축한 구조가 특정 업체에만 공급이 몰리는 외형을 갖기 때문이다.

다만 이 조항의 적용 여부는 외형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법적 판단의 핵심은 두 가지다. 실제로 약국과 의료기관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그 차질의 원인이 대웅제약의 정책에 직접 귀속되는지다. 다만 제도 시행 두 달 시점에서 어느 쪽도 이를 수치적으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약사단체가 제기한 권역 간 공급 불균형 우려는 현재로서는 가능성 수준에 머물러 있고, 제44조 위반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6개월·12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결품률과 공급 리드타임이 악화된다면, 이 조항은 다시 전면에 부상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제45조…시장지배력보다 거래상 지위가 핵심

두 번째 쟁점은 공정거래법 제45조가 규정하는 불공정거래행위, 특히 거래상 지위 남용과 부당한 거래거절이다. 협회가 제시한 세 가지 문제, 즉 계약기간이 서로 다름에도 일괄 해지, 100% 담보 제공 업체에 대한 판매지역 제한, 상세 조건이 명기되지 않은 계약서 강요는 모두 이 조문의 해석 영역에 놓인다.

주목할 지점은 대웅제약이 공식 반박에서 사용한 표현이다. 회사 측은 블록형 거점도매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맹점이 있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은 제5조, 불공정거래행위는 제45조가 규율한다. 적용되는 조문, 요건, 판단 기준이 서로 다르다. 시장 전체 점유율이 높지 않더라도, 개별 거래관계에서의 협상력 비대칭이 입증되면 제45조 적용은 가능하다. 특정 도매업체의 매출에서 대웅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거래상 지위는 강화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웅 측 반박이 정확하더라도 제45조 쟁점을 비껴가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누적된 공정거래 이력…단일 사건이 아니라는 맥락

세 번째 쟁점은 이번 사안을 단일 사건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대웅제약에는 공정거래 관련 전력이 이미 복수 존재한다. 2021년 3월 공정위는 대웅제약이 위장약 알비스 특허권을 남용해 경쟁 제네릭사의 시장 진입을 저지했다고 보고, 대웅제약과 지주사 대웅에 합산 약 22억9700만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2023년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는 취지로 판결했고, 대웅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여기에 2025년 9월 공정위는 대웅제약이 손자회사 아피셀테라퓨틱스 지분을 37.78% 보유해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행위제한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반년 만에 또다시 세 번째 공정거래 이슈가 불거진 셈이다. 개별 사안의 쟁점은 각기 다르지만, 규제기관 입장에서 보면 동일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 축적이 쌓이고 있다. 이번 거점도매 사안이 고발·조사 단계로 들어갈 경우, 공정위의 심리 강도가 이전보다 민감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대법원에 계류 중인 알비스 사건의 판결 방향은 공정위의 향후 제재 수위에도 영향을 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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