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헬로우봇'을 만든 창업자가 자신의 작품을 되찾으러 돌아왔다. 그것도 한국 벤처 1세대의 상징인 이재웅의 깃발 아래서다.
지구홀딩스(구 유투바이오·221800)는 1일 이수지 씨를 대상으로 59억1930만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발행가액은 1주당 1만9731원(기준주가 대비 10% 할인), 신주 30만주다. 같은 날 회사는 헬로우봇 서비스 경제적 권리를 보유한 뉴럴아케이드 주식 23만2180주를 84억1931만원에 양수하기로도 결정했다. 이번 유상증자 납입금에 자기자금을 더해 뉴럴아케이드 지분 51.76%를 확보하는 구조다. 주금 납입일과 주식 양수 예정일은 모두 4월 8일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4월 27일이다.
지구홀딩스는 이미 3월 30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유투바이오'에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을 완료했다. 5월 1일을 분할기일로 물적분할도 예정돼 있다. 코스닥 상장을 유지하는 존속법인 지구홀딩스는 투자·지주 기능을 맡고, 신설법인 유투바이오는 기존의 체외진단·의료IT 사업을 전담하는 구조다.
※관련기사 : 이재웅·장병규 등 IT창업 1세대 '지구(持久)' 출범… 1호 대상은 농심가(家) 유투바이오(2025. 12. 11. 14:18)
연세대 20년 선후배, 이재웅과 이수지
이번 거래의 핵심 인물인 이재웅과 이수지는 연세대 선후배 사이다. 이재웅은 연세대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포털 다음(현 카카오)을 창업한 한국 인터넷 1세대의 상징이다. 이수지는 그보다 약 20년 뒤 연세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후 스타트업의 길에 뛰어들었다.
이수지는 2012년 대학 4학년 재학 중 커플 앱 '커플리'를 운영하는 호잇컴퍼니를 창업해 2015년 웨딩북(현 하우투메리)에 매각하며 첫 엑시트를 경험했다. 이후 2017년 두 번째 창업인 띵스플로우를 세우고 AI 챗봇 서비스 헬로우봇을 출시했다.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운세·타로 챗봇 '라마마' 등이 MZ세대를 사로잡았다. 창업 초기부터 "기술이 상향 평준화될 미래를 대비해 콘텐츠와 사용자 데이터에서 앞서자"는 전략을 일관되게 고집한 결과였다.
연세대 동문이라는 연결고리는 단순한 학연에 그치지 않는다. 이수지의 띵스플로우는 2021년 크래프톤에 인수됐는데, 크래프톤을 이끄는 장병규 의장은 이재웅과 함께 국내 IT 창업 1세대 생태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스타트업 지원 투자 생태계에서 수십 년을 함께 해온 동료다. 크래프톤은 당시 400만명을 돌파한 헬로우봇의 누적 앱 사용자와 콘텐츠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수지 대표는 이후 크래프톤과 전략적 방향에서 이견을 보이며 결별을 결정하고 지난해 말 사실상 업무를 마무리했다. 크래프톤은 이후 띵스플로우를 청산했다. 결국 이수지는 장병규의 크래프톤에 회사를 팔았다가 결별한 뒤, 이번엔 장병규의 오랜 동료이자 자신의 연세대 선배인 이재웅의 플랫폼 안에서 헬로우봇을 되살리는 여정에 합류하게 됐다.
이재웅·장병규가 함께 세운 '지구', 그 첫 콘텐츠 사업이 헬로우봇
이재웅과 장병규는 올해 초 '기업가를 위한 두 번째 기회'를 기치로 내세운 플랫폼 '지구(持久, ZGOO)'를 공동 출범시켰다. 발기인 5인에는 두 사람 외에 유투바이오(현 지구홀딩스) 창업자 김진태 대표, 서울도시가스家 3세 김요한 케이퍼그룹 의장, 전 스토리시티 대표 박상욱이 이름을 올렸다. 유투바이오는 이 '지구' 플랫폼의 첫 번째 상장사 거점이다.
이재웅은 다음(포털), 쏘카(모빌리티)에 이어 헬스케어·IT 플랫폼을 새 주력 분야로 낙점하고, 지구홀딩스를 전략 거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구홀딩스는 앞서 임상시험 검체분석 전문기업 SML메디트리 지분 84.34%를 63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이번 헬로우봇 운영사 뉴럴아케이드 인수로 콘텐츠 영역으로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헬로우봇 서비스와 뉴럴아케이드의 2024년 합산 매출은 109억5000만원, 영업이익은 31억1000만원으로 뚜렷한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수지 대표가 7년 전 설계한 '스토리 기반 AI 서비스' 전략이 실적으로 증명되는 셈이다.
이수지를 둘러싼 이번 거래의 구도는 한국 벤처 생태계 30년의 단면을 압축한다. 1990년대 포털 전쟁을 주름잡았던 이재웅의 선배 세대가, 2010년대 AI 챗봇 붐을 이끈 후배 창업자 이수지와 다시 한 지붕 아래 모인다. 이재웅이 '기업가를 위한 두 번째 기회'를 내세웠다면, 이수지에게 이번은 세 번째 기회다. 첫 번째는 호잇컴퍼니로, 두 번째는 헬로우봇 창업으로 이미 엑시트를 경험한 그가 이제 자신이 만든 서비스를 다시 품에 안으러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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