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최윤범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던 기업들의 이탈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주요 백기사 역할을 해온 한화그룹과 LG화학의 지분 매각 여부가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이들 기업이 고려아연 지분을 계속 보유해야 할 명분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화그룹과 LG화학은 지난 2022년 고려아연과 각각 신재생에너지 및 2차전지 소재 사업 협력을 목적으로 지분 동맹을 맺었다. 당시 고려아연은 자사주 교환(LG, 한화)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한화임팩트) 방식을 통해 이들 기업을 우군으로 확보했다. 이를 통해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의결권 지분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이러한 지분 동맹의 핵심 전제는 양측이 서로의 주식을 교환해 보유하는 상호주 체제였다. 고려아연 역시 한화 지분 7.25%와 LG화학 지분 약 0.52%를 보유하며 결속력을 다졌다. 상호 간의 지분 보유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선 전략적 파트너십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고려아연이 보유 지분을 정리하면서 상호 지분 관계에도 균열이 생겼다. 고려아연은 2024년 11월 보유 중이던 한화 지분 전량을 한화에너지에 매각해 현금화했다. 이어 2025년 하반기에는 LG화학 지분마저 전량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한화와 LG화학이 고려아연 지분을 계속 보유해야 할 명분도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방적인 지분 보유를 기존과 같이 전략적 제휴로 규정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거세지는 자본시장과 주주의 처분 압박
한화와 LG화학을 향한 자본시장 내 지분 매각 압박은 본격화되고 있다. 주주들과 행동주의 펀드들은 수익성 없는 지분 보유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사회 입장에서는 주주들의 이러한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외면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LG화학의 경우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털(Palliser Capital) 등으로부터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이들은 LG화학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명분 없는 무수익 자산’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처분을 촉구했다. 본업의 경쟁력 강화와 주주 환원을 위해 묶여있는 자본을 회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화그룹 역시 비슷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경영권 분쟁으로 고려아연 주가가 급등했을 당시 지분을 처분하지 않아 막대한 차익 실현 기회를 놓쳤다는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타사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또한 지난 2월 26일 한화와 LG,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총수들을 직접 겨냥해 고려아연 지분 매각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 지분 확보 관행이 일반 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공개적인 압박은 해당 기업 이사회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기업 이사회는 기본적으로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할 의무를 지닌다. 사업적 시너지라는 명분이 약화된 상태에서 타사 지분을 과도하게 보유하는 것은 이사회의 자본 효율성 판단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질 수 있다.
대규모 투자와 자금 조달 수요가 큰 한화와 LG화학으로선 이런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고려아연 지분을 유동화해 핵심 사업에 자금을 재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활용?…정부 “절대 안 된다”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 기조도 지분 관계 재검토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난 6일부터 시행된 3차 상법 개정안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자사주 소각을 법으로 의무화하는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명목으로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을 강제하고 있다. 이런 제도 변화는 기존 우호 지분 관계를 다시 점검하게 하는 트리거로 작용하곤 한다.
비록 법안이 과거의 상호주 취득까지 소급 적용되지는 않지만, 정부 기조에 맞춰 규제 당국의 감시망은 더욱 촘촘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분 보유 목적과 타당성에 대한 엄격한 소명이 요구됨에 따라 이사회의 책임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의 눈높이에 맞춰 자발적으로 거버넌스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질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국내 자본시장 역사에서 경영권 분쟁 당시 백기사로 나섰던 기업들이 도중에 이탈한 선례는 존재한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도 이미 사측의 우군 이탈이 발생한 전례가 있다. 우호 지분으로 꼽히던 한국앤컴퍼니가 그 사례다. 2024년 말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자 조양래 명예회장은 개인 보유분 0.1%를 처분하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보유한 지분 0.7%를 전량 장내 매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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