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주총 쟁점 부상한 700억대 명예회장 퇴직금…기관 투자자 선택은?

영풍·MBK, 명예회장 퇴직금 제외 주주제안 미등기 임원에 4배수 적용…예상액만 778억 사측 "상근하며 경영 자문…적법하게 승인" ISS "명예회장 책임 부재…안건 찬성 권고" 글래스 루이스 "판단할 구체적 정보 부족해"

증권 | 김나연  기자 |입력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고려아연의 2026년 정기 주주총회가 다가오면서 경영진의 보수 체계를 둘러싼 주주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오는 3월 24일 열리는 이번 주주총회의 뇌관은 영풍과 MBK 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상정한 '제7호 안건'이다.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안을 담은 이 안건은 최창영·최창근 두 명예회장을 퇴직금 지급 대상에서 원천 배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영풍과 MBK 컨소시엄(이하 주주제안 측)은 현행 고려아연의 임원 퇴직금 규정이 일반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주주제안을 통해 퇴직금 지급 대상에서 명예회장을 원천적으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고려아연을 둘러싼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 간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지배구조 문제 제기의 일환이다. 주주제안 측은 경영진의 자본 배치와 이사회 감독 기능의 투명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바 있다.

권한 없는 미등기 임원…'4배수' 적용에 최소 700억대 퇴직금 논란

현재 고려아연에는 최창영 명예회장과 최창근 명예회장 등 두 명의 명예회장이 재직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최윤범 회장의 일가족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주주제안 측 지적의 핵심은 이들이 회사 내에서 최고 수준의 보수를 받으면서도 실질적인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2023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루어진 임원 퇴직금 규정의 변경이다. 당시 고려아연은 회장 직급의 퇴직금 지급 배수를 기존 3배에서 4배로 상향하며, 이를 두 명예회장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혜택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명예회장들이 향후 수령하게 될 퇴직금의 규모가 규정 변경 이전보다 확대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2025년도 사업보고서에 명시된 급여액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들의 예상 퇴직금 규모는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 기준 기타 근로소득을 제외한 두 명예회장의 급여는 25억9600만원으로 동일하다. 이를 바탕으로 평균 월 보수와 근속연수(최창영 약 49년, 최창근 약 41년), 그리고 4.0배수의 지급률을 적용하여 단순 계산 시, 최창영 명예회장은 약 424억원, 최창근 명예회장은 약 354억원의 퇴직금을 수령할 것으로 추산된다. 두 사람의 예상 퇴직금 합계액만 778억원을 상회하는 것이다.

이는 소득세법상 임원 퇴직금 한도(현재 2배수 적용)를 크게 초과하는 수치다. 세법상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은 퇴직소득이 아닌 근로소득으로 재분류되어 과세 대상이 되지만, 회사가 지출해야 하는 총비용 자체는 변함이 없다. 특히 1년이 지날 때마다 평균 월 보수에 곱해지는 숫자가 4씩 늘어나는 만큼 기업의 재무 부담은 가중되고, 이는 일반 주주들의 이익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주주제안 측의 논리다.

주주제안 측은 등기 이사와 미등기 임원 간의 형평성 문제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미등기 임원인 명예회장이 경영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을 지는 대표이사 및 등기 이사와 동일한 4배수의 최고 지급률을 적용받는 것은 일반적인 기업 관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주주제안 측은 명예회장직을 산정 대상에서 아예 배제해 보수 구조를 정상화하고, 절감된 재원을 미래 투자와 주주 환원에 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측 "상근하며 핵심 경영 자문…적법하게 승인된 제도"

반면,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 이사회는 이러한 주주제안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주주들에게 반대표 행사를 독려하고 있다. 사측은 그 근거로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는 2023년 규정 개정안의 경우, 당시 정기 주주총회에서 다수 주주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적법하게 승인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미 주주들의 검증을 마친 사안을 단기적인 경영권 분쟁의 도구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두 명예회장이 단순히 직함만을 유지하며 예우를 받는 전직 경영진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현재도 매일 회사에 출근하여 상근직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오랜 기간 축적된 산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영 전반에 자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의 핵심적인 전략 수립과 주요 거래처와의 관계 유지 등에 있어 이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현재 지급되는 보수와 퇴직금 조건은 이들이 실질적으로 창출하는 기업 가치에 비례하여 합리적으로 책정되었다고 항변했다.

ISS "지배구조 위배…명예회장에게는 법적 책임 부재"

양측의 공방이 팽팽한 가운데,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의 시각도 극명하게 엇갈려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는 외국인 투자자 및 기관 투자자들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선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주주제안 측의 논리에 손을 들어주며 제7호 안건에 대해 찬성(FOR)을 권고했다. ISS는 제안자가 경영권 경쟁 상대인 영풍과 MBK 컨소시엄이라는 사실과 무관하게, 안건 자체가 지니는 지배구조 개선의 이점만을 독립적으로 평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ISS 권고의 기저에는 명예회장의 '법적 책임 부재' 논리가 깔려 있다. ISS는 보고서에서 명예회장직이 이사로서 법적으로 요구되는 신의성실 의무를 지지 않는 자리임을 짚었다. 권한과 책임이 동반되지 않는 미등기 직책에 회장과 동일한 최고 수준의 4배수 퇴직금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건전한 지배구조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책임경영 원칙을 중시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각을 대변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ISS는 고려아연 경영진이 방어 논리로 내세운 '2023년 주총 승인'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과거에 주주들의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 제기되는 보수의 비례성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더구나 2023년 당시의 승인은 현재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기존 지배구조 체제 하에서 이루어진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글래스 루이스 "문제의식은 인지, 그러나 구체적인 근거 부족"

이와 대조적으로,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하나인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는 이사회 측의 손을 들어주며 주주제안에 반대(AGAINST)할 것을 권고했다. 글래스 루이스는 주주제안 측이 제기한 문제의식은 인지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명예회장들의 실제 업무 기여도가 현재 수령하는 보수에 비례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을 유지했다.

글래스 루이스는 현재 시장에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명예회장의 보수가 부당하게 과도하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기여도와 보수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려면 명예회장의 구체적인 업무 내역과 성과 평가 지표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공시된 정보만으로는 명예회장의 보수가 부당하게 과도하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글래스 루이스는 보수 수준의 적정성 논란을 근거로 이들을 퇴직금 지급 배수 적용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불확실한 상황을 근거로 특정 직급을 제도권 밖으로 밀어내기보다는, 정보 투명성을 높여 보수 체계 자체를 검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글래스 루이스는 강제적인 규정 변경 명분이 부족한 만큼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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