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조선소는 어렵고 힘든 근무 환경임에도 저임금으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합니다. 이에 노동자들이 조선소에 취업하지 않는 것이 팩트입니다.”
한 조선소 노동자가 전한 최근 현장 분위기다.
이렇듯 국내 조선소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숙련공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강한 노동 강도에 비해 상대적 저임금 보상처럼 느껴져 현장 인력들이 조선소를 떠나는 것.
이에 정부는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 숙련공으로 채우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실제로 지난 5년간 외국인 숙련공은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조선업 E-7-3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1만3297명으로 5년 전과 비교해 50배 증가한 수치다.
최근엔 정부를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조선업을 지속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내국인 숙련공을 채용 및 육성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졌다.
하지만 근로 여건과 청년층 선호도 등을 고려하면 이 같은 계획이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 주요 조선사가 속속 도입하려는 피지컬 인공지능(AI) 기반의 이른바 ‘스마트 조선소’ 구축이 부족한 숙련공 수요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이 역시 일부 작업에 한해 대체 가능한 상황이라 근본적으로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조선 숙련공 확보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선 3사,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속도 올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는 만성화한 인력난 해소를 위해 AI와 로봇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 조선소’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조선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변화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HD현대중공업은 스마트 조선소 추진 계획(FOS)을 세우고 AI를 기반으로 3단계에 걸쳐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FOS 1단계인 ‘눈에 보이는 조선소’ 구축은 완료됐다. 이 단계에선 조선소를 3차원(3D) 모델로 구현하고 야드의 모든 상황을 디지털데이터로 시각화해 작업자가 공정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올해는 FOS 2단계인 ‘연결-예측 최적화된 조선소’를 구축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 지연, 설비 고장 등을 사전에 예측하는 단계다. 마지막 3계인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는 AI와 로봇 기술을 핵심 축으로 조선소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운영되는 최종 단계다. HD현대중공업은 2030까지 스마트 조선소 구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오션은 ‘스마트 야드’ 투자를 통해 조선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거제조선소에 약 3000억원을 투입해 스마트 야드 구축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드론과 사물인터넷(IoT) 센서로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용접 및 가공 등 고위험 공정에 로봇을 투입해 생산 자동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한화오션은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리조선소 경쟁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에도 스마트 야드 기술을 적용해 북미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0월 구축한 ‘엔지니어링 데이터 허브(S-EDH)’를 기반으로 설계·구매·생산 등 전 부문을 연결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스마트 조선소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난 16일에는 조선업계 최초로 배관 스풀(Spool) 제작 자동화 공장인 ‘파이프 로보팹’ 준공식을 개최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배관 설계부터 자동 물류, 고정밀 가공 및 계측, 정렬, 용접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하는 스마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비전 AI 기술과 결합해 자동화 생산 체계로 구현한 셈이다.
정부, 스마트 조선소 구축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조선·해양산업 기술개발 사업 예산 3200억

정부도 업계의 스마트 조선소 구축을 적극 지원한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2월 올해 ‘조선·해양산업 기술개발 사업’ 예산을 지난해 대비 23.7% 늘린 3200억원으로 확정했다.
2026년 산업부의 투자 분야는 △친환경 선박 1873억원 △AI·디지털 조선소 949억원 △AI 자율운항선박 378억원이다.
주목할 부분은 AI 기반 스마트 조선소 투자 분야다. AI·디지털 조선소 부문은 지난해 대비 42.3%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인력 의존도가 높은 조선업 공정 특성상 AI를 통한 생산성 혁신이 중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AI 조선소 구현을 위해 중대형 선박 블록 조립 자동화 기술, 부재·블록·기자재를 이동형 무인 로봇이 운반하는 물류관리 기술 등 고난도 작업 공정의 자동화와 작업 안정성 향상을 동시에 추진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압도적 기술경쟁력 확보가 최선의 전략이며,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을 통해 조선업 전반의 AI 확산과 미래 친환경선박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스마트 조선소가 생산 완전 대체하는 건 아냐…숙련 인력 여전히 필요
다만 스마트 조선소를 통한 완전 자동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요 시각이다. 스마트 조선소가 관리하는 측면에서 공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생산 인력을 전부 대체하는 개념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우종훈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스마트 조선소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조선소도 나름대로 안드로이드 도입을 위한 테스트 등 여러 가지를 하고 있다. 다만 조선업 생산 부분에 너무 많은 다양한 직종과 분야가 있어 스마트 조선소라는 캐치프레이즈만 가지고서 (안 되는)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또 조선용접공, 선박도장공 등 고강도·고위험 직종도 자동화할 수 있는지에 관한 기자의 질문의 우 교수는 “궁극적으로 100% 자동화는 불가능하다. 최신 기술을 다 끌어모은다고 했을 때 30~40%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며 “AI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최소 반 이상은 사람이 계속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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