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5400억 상속세가 촉발한 잔혹사…복잡한 셈법 이어진다

증권 | 심두보  기자 |입력

5400억 상속세 발단, OCI 통합 무산과 형제의 난 킹메이커의 변심, 3자 연합 결성과 2차 분쟁의 서막 실탄 확보한 임종윤, IPO 카드로 그리는 우회 전략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전례 없는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이번 사태는 재벌가의 재산 다툼을 넘어 전문 경영인 체제와 오너 경영의 가치관 충돌, 그리고 상속세라는 현실적 한계가 맞물린 복합적인 지배구조 전쟁에 해당한다.

● 1차전: 신 회장 지지 얻은 형제의 승리

분쟁의 도화선은 2020년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타계와 함께 부과된 약 5,400억 원 규모의 상속세였다. 세금 재원을 마련해야 했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등 모녀 측은 외부 자본과의 결합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돌파구로 낙점했다.

본격적인 1차 경영권 분쟁은 2024년 1월,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발표로 시작됐다. 송 회장 측은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해 이종 산업 간의 결합이라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으나, 이는 곧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장남 임종윤 사내이사와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등 형제 측은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결정"이라며 통합에 강력히 반발했다. 형제는 즉각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모녀 측을 상대로 전면전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창업주의 고향 및 고교 후배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킹메이커'로 부상했다. 신 회장은 오랜 의리와 오너 중심 경영의 지속성을 근거로 형제 측의 손을 들어주며 판세를 뒤흔들었다.

2024년 3월 정기 주주총회는 형제 측의 승리로 끝났다. 소액주주와 신 회장의 지지를 등에 업은 형제 측 이사들이 대거 선임됐고, OCI와의 통합은 전면 백지화됐다.

● 2차전 진입, 3자 연합 결성

그러나 승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상속세 납부 방식과 경영 방침을 둘러싼 오너 일가의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고, 형제 경영 체제 하에서도 실적과 미래 비전에 대한 의문이 따라붙었다.

반전은 2024년 7월에 일어났다. 형제의 편에 섰던 신동국 회장이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을 통한 지배구조 정상화가 우선"이라며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과 손을 잡고 '3자 연합'을 결성한 것이다.

이로써 2차 경영권 분쟁이 발발했다. 3자 연합은 과반에 가까운 지분율을 바탕으로 이사회 인원 확대를 요구하며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공세에 나섰다. 분쟁은 지주사와 사업회사 간의 전면전으로 치달았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한 사업회사 측은 지주사의 간섭에서 벗어난 '독립 경영'을 선포하며 3자 연합의 우군 역할을 자처했다.

● 임종윤 이사의 전략적 노선 변화

형제 측의 핵심인 임종윤 이사는 최근 전략적 노선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는 본인이 보유한 지분 일부를 신동국 회장 측에 매각해 상속세와 채무 문제를 해결하며 재무적 리스크를 털어냈다.

임 이사는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실탄을 자신의 개인 회사인 코리홍콩의 IPO에 투입할 방침이다. 이는 한미 내부의 직접적 충돌 대신 외부에서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해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되찾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회는 최인영 전무 등 전문 경영인들이 사내이사로 합류하며 3자 연합 측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상태다. 하지만 지주사를 장악한 임종훈 대표 측의 저항 역시 만만치 않아 매 주주총회마다 살얼음판 승부가 예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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