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세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을 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허위 제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는 김 창업회장을 사회복지재단과 산하 회사들을 숨겨 놓은 채 그룹 지배력 유지에 사용해왔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8일 김준기 창업회장이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동곡사회복지재단과 재단 산하 15개회사를 소속 현황에서 누락한 행위를 적발,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2024년 DB그룹이 고의로 계열사를 숨겼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15개사는 삼동흥산, 빌텍, 뉴런엔지니어링, 탑서브, 코메랜드(구 삼동랜드), 상록철강, 평창시티버스, 강원흥업, 강원일보, 강원여객자동차, 동구농원, 양양시티버스, 대지영농, 동철포장, 구미자원 등이다. 재단과 이들 회사들은 비영리법인(재단)의 계열편입 요건 완화에 따라 1999년 계열에서 제외된 바 있다.
공정위는 DB그룹에서 최소 2010년부터 김 창업회장 등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을 위해 재단과 산하 회사들을 활용해온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2016년부터는 이들 재단회사를 관리하는 직위까지 설치, 대놓고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봤다.
공정위에 따르면 김 창업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핵심인 회사는 지주회사격의 DB아이엔씨((주)DB Inc. 이하 DB)와 반도체를 제조하는 DB하이텍 두 곳이다.
DB는 총수일가가 지분 43.7%를 소유하고 있으며 김 창업회장은 DB를 통해 제조서비스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디비하이텍은 DB 소속 비금융계열사 중 재무규모가 가장 큰 계열사로 총수 측 지분이 23.9%(자사주 제외) 정도로 낮고 이 때문에 2023년에는 KCGI운용으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은 적도 있다. 비금융계열의 주력 계열사다보니 그룹에서 지분율 유지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재단회사들은 지난 2010년 디비하이텍의 재무 개선을 위해 디비캐피탈 등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아 자신들에게는 불필요한 인천 소재 부동산을 디비하이텍으로 매수했다. 2013년 그룹에서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할 때에도 디비캐피탈 등으로부터 무리한 대출을 받아가며 동부컨소시엄에 참여했다.
2015년 디비월드의 기업회생절차 기간 동안 재단회사들도 여타 DB 계열사들과 함께 동원되어 디비월드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2020년에는 재단회사가 디비메탈의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한 이틀 후 유상증자 금액과 동일한 금액의 자본금으로 디비메탈이 새로운 계열사 '코메'를 설립하기도 했다.
2021년 재단회사가 디비하이텍으로부터 받은 강남 소재 부동산 매각대금이 있는 상황에서 김준기 회장 개인이 재단회사로부터 220억원을 대여받았고 재단회사는 1년 후 이를 상환받은 직후 동일한 금액으로 디비하이텍 지분을 취득했다. 2022년 DB가 디비하이텍 지분 1%를 매각해야 되는 상황에서 재단회사가 1.1% 만큼의 디비하이텍 지분을 매입했다.
2023년 김 창업회장에 반기를 든 아들 김남호 명예회장을 포함해 DB에 대한 경영권 공격이 있던 시기 재단회사들은 무리한 금액을 차입, 디비와 디비하이텍 지분 취득 시도에 나섰다.
공정위는 "DB측의 관심사항은 오로지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 확대와 사익 추구’였고 재단회사들은 그야말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며 "재단회사들의 행태는 독립적인 회사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모습으로 보기 어렵고, 일련의 정황을 통해 김 창업회장의 지배력이 실질적으로 미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또 "DB는 2016년 1월1일에는 ‘재단 협력회사 운영담당(회장)’ 직위를 신설, 그 자리에 오랜 기간 DB측 임원을 역임하면서 약 26년간 DB김준기문화재단의 감사인 자를 해당 직위에 앉혀 공식적으로 재단회사들을 관리하도록 했다"며 "이어서 해당 업무를 맡은 자들 역시 총수의 최측근들이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실이 외부에 드러날까봐 은폐한 정황도 포착됐다.
DB측이 작성한 ‘그룹사 전국 부동산 사용 현황’, ‘그룹 전국 건물 현황(대외비)’, ‘그룹사 임원 명단’, ‘포도 등 발송명단’ 등의 수년간의 각종 문서에는 DB소속회사 뿐 아니라 강원일보 등 재단회사들의 정보까지 포함돼 있었다.
2023년 작성된 DB그룹 조직도에는 동곡재단쪽 계열사만이 점선로 연결되어 있고 하단에는 자료는 그룹장에게만 배포하는 것이 좋겠으며 관계사 배포시에는 ‘동곡재단’ 부분을 삭제하라는 표기가 돼 있었다.
공정위는 "재단회사들을 동원하는 거래를 기획할 때마다 공정위가 주목할 것을 우려하면서 위장계열사 리스크를 스스로 수차례 분석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재단회사들은 총수일가가 필요할 때마다 자금 조달, 지분 확보, 경영권 방어 등에 수시로 동원되어 왔고 더욱이 총수에게 직접 자금을 대여한 사례까지 확인되는 만큼 총수 모르게 이러한 사안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DB측은 재단과 재단회사들을 매우 장기간 은폐하고 그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하는 각종 기업집단 규제를 면탈하면서 재단회사들을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 및 사익을 위해 활용했다"고 중대성이 현저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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