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김세형 기자| 의료AI 대장주 루닛의 C-레벨 임원들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꼼수를 부렸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주요주주나 임원들이 지분을 팔 경우 30일 전에 공시하도록 한 규정을 피해가기 위해 꿰맞춘 정황이 역력해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루닛에 따르면 이날 장 개시 전 루닛의 CFO, CPO, CAIO 등 C-레벨 임원 6인과 주요주주 1인 등 7인이 총 38만 334주를 블록딜로 매각했다. 전체 발행 주식의 1.31%로 총규모는 300억원에 육박한다. 연중 최고가를 기록하던 시점에서 매각이 진행됐다.
루닛은 "해당 임원 중 일부는 지난해 11월 회사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단행한 2002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참여 과정에서 청약자금 마련을 위한 고금리 대출을 받은 바 있다"며 "이번 주식 매도는 이같은 대출금 상환 등을 위한 것이며, 특히 공동창업자의 경우 각각 보유 지분의 10% 미만의 주식만 매도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매도는 개인적인 사유에 의한 것일 뿐, 회사의 성장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특히 이번 매각 주식은 회사의 주가 상승을 기대한 미국계 롱펀드에서 전량 인수한 만큼, 장기적인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백승욱 이사회 의장과 서범석 대표이사가 총 6억원 규모 7747주를 장내 매수했다"며 "주주분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혹여나 있을 수 있는 주가 하락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에서 장내 매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임원들의 매도를 마주한 투자자들은 떨떠름한 감정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지분을 매도한 이들 임원들은 1984년∼1987년생으로 젊은 경영자들이다.
지난 7월24일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가 시행에 들어갔다. 상장사의 임원이나 주요주주는 전체 발행 주식의 1% 이상 혹은 50억원 이상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하고자 할 때 거래개시일 30일 전까지 거래계획을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날 블록딜로 넘긴 루닛 임원들 가운데 5인은 한결같이 6만4156주(0.23%)를 매각했다. 거래는 17일 종가에서 7% 할인된 7만7943원에 진행됐다. 1인당 매도금액은 49억9993만3704원이다.
사전공시제도상 공시 의무가 발생하는 '50억원 이상' 규정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 1주를 더 팔았다면 매각금액은 50억1만1638원이 되고, 이는 사전공시 대상이었다.
공시를 회피할 수 있는 '50억원-1주'의 매각이 이뤄진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내부자 주식거래 관련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시장변동성도 완화할 목적으로 미국과 유사한 형태의 사전공시제도를 도입했다.
임원이나 주요주주 등 내부자가 대량으로 주식을 매각, 툭하면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높았기 때문이다. 미공개정보 이용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히 지난 2021년 12월 카카오페이 상장 직후 임원진 8명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900억원어치를 기습매도한 것이 결정적 배경이 됐다. 먹튀 논란이 불거졌는데 카카오페이는 그때가 고점이었고, 현재 주가는 당시에 비해 90% 가까이 폭락해 있다.
결국 내부자의 미공개정보 이용 가능성을 사전적으로 차단하면서, 일반투자자들이 내부자의 매도 계획을 미리 알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다.
루닛 주가는 지난달 15일 이후 급등세를 이어오면서 연중 고점을 기록 중에 있었다. 8월5일 블랙먼데이에 비해선 150% 이상 상승한 상태였다.
블록딜의 전체 매각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했다. 블록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한 때 11% 가까이 급락했다.
사전공시제도 도입을 통해 완화해보고자 과거의 블록딜 진행 시 주가 패턴이 그대로 재현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루닛 임원들의 매각 행태는 다른 상장사 임원이나 주요주주들에게 '쪼개기 매각'의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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