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한국비즈니스금융대부 이사회를 장악한 중기중앙회, 오랜기간 그들만의 ‘낙하산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비즈니스금융대부(이하 한비금융)’이 사실상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의 ‘낙하산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본금의 대부분을 댄 대기업들이 평판 리스크를 우려해 경영에 손을 놓은 사이, 지분율이 미미한 중기중앙회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전직 임원들을 대거 내려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그간 정관에 있던 집중투표제를 삭제하면서 이사회를 그들만의 리그로 봉쇄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한국비즈니스금융의 2024년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발행주식수(580만주) 중 100만주(17.24%)를 보유한 삼성전자가 1대주주이고, 현대차, SK가스, 세계로선박금융이 각 60만주(지분10.34%)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한화오션, NH투자증권이 각각 6.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 국민은행 등 총 73명의 소수 주주 지분이 31.04%에 달한다.
※ 관련기사 : '삼성·현대·SK' 대기업이 대부업을 한다고?…‘계륵’된 한국비즈니스금융대부(입력 2026. 01. 22. 10:09)
한비금융의 지분 구조에서 중기중앙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9.74%(2025년 말 기준)에 불과하다.
● 금융 경력보다 ‘중앙회 뱃지’… 한비금융, 역대 대표이사 전원 ‘낙하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대표이사 선임이다. 한비금융은 지난 2024년 11월, 이재원(1965년생) 전 중기중앙회 전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1989년 중기중앙회에 입사해 36년 가까이 근무하며 기획, 정책 등 내부 살림을 도맡아온 인물이다. 전형적인 ‘중기중앙회맨’이다.
이재원 대표이사에 앞서 전임 대표이사들 역시 모두 중기중앙회 출신이다. 남명근(1955년생) 전 대표는 중기중앙회 회원지원본부장과 중소기업지원시설건립추진단장을 지냈고, 강영태(1959년생) 전 대표는 노란우산공제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이에 앞서 성낙중(1954년생) 전 대표 역시 한국기계공업협동조합연합회 전무이사와 중앙회 경영기획본부장(전무)를 지냈다.
● 한비금융 등기임원 14명 중 중앙회 출신 9명…집중투표제 폐지로 '철옹성' 만들어
이사회 구성은 더욱 기형적이다. 현재 한비금융의 등기임원은 총 14명으로 사내 직원 9명보다 더 많아 과분수의 기형적 조직 구조를 띄고 있다. 사내이사로 이재원 대표이사, 유환익 전무, 감사 김주태 3인 외에 기타비상무이사가 1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6인이 중기중앙회와 특수관계인 자격으로, 나머지 4인이 주주사 자격으로 기타비상무이사로 뽑혔다. 4인에는 최승림(삼성전자 재경팀 상무), 김우열(현대차 재무실장), 최이룩(SK가스 재무실장), 최명수(한화오션 금융팀장) 등이 해당한다.
한비금융은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종전 정관에 있던 집중투표제 관련 조항을 삭제, 그들만의 철옹성을 더욱 공고히 만들었다. 앞서 세계로선박금융이 포스코 지분을 인수해 주총에 참여하자마자 일어난 첫번째 변화이다. 집중투표제(Cumulative Voting)는 주식 1주당 이사수만큼의 투표권을 부여,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게 하는 민주적 장치이다. 반대인 단순투표제란 대주주가 이사회를 100% 자기사람들로만 채우는 지배구조의 폐쇄성을 강화한 조치이다.
또 다른 문제는 임직원의 전문성이다. 한비금융은 매출채권 팩토링과 기업 대출을 다루는 여신전문금융회사 성격을 띤다. 고도의 리스크 관리 능력과 금융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역대 대표의 이력에서는 전문 금융인으로서의 경험을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에서 ‘전형적인 보은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상근임직원 12명에 인건비총액 25억원..숨겨진 '꿀보직'
급여 등 직원 대우도 높다. 그야말로 숨겨진 ‘꿀보직’이다. 2024년 인건비 총액은 약 25억원(급여·복리후생비·퇴직급여)에 달한다. 상근임원 3명을 포함한 전체 임직원수는 12명에 그친다는 점에서 이들의 평균 연봉은 여느 금융권에 비해서도 손색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사실상 거수기 노릇에 충실한 ‘이사회 독식’은 대기업 주주들의 ‘방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기업들은 ‘대부업체 주주’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러워 주주권 행사를 사실상 포기하다시피하고 있다.
한비금융의 사업 부진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금융 전문성이 결여된 경영진이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기존의 관행적인 영업 방식에만 의존하면서 해가 갈수록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핀테크 기반의 공급망 금융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한비금융은 여전히 과거의 대부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융 당국의 관리 감독 소홀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부업법상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틈을 타, 비정상적인 지배구조가 방치되고 있다. 당국이 메스를 대지 않는 한 ‘그들만의 리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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