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 조광피혁에 최후통첩…“기형적 자사주 47% 소각하라”

증권 | 심두보  기자 |입력

- 자산 90%가 주식… “사실상 폐쇄형 투자회사” 비판 - 3년간 무배당에 주주서한 발송… “요구 불응 시 법적 대응 불사”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주식농부’로 널리 알려진 슈퍼개미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가 20여 년간 투자해 온 조광피혁을 향해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보냈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정책 기조에 맞춰 조광피혁이 보유한 기형적인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고, 그동안 소외되었던 주주 환원 정책을 정상화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조광피혁의 2대 주주인 박 대표(지분율 12.67%)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상대로 기업가치 정상화를 촉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박 대표는 서한을 통해 “조광피혁은 본업인 피혁 제조보다 외화 주식 투자에 치중하며 사실상 폐쇄형 투자회사로 변질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 조광피혁의 자산 구조를 살펴보면 박 대표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2025년 3분기 기준 조광피혁의 총자산 6418억원 중 실제 제조 시설인 유형자산은 177억원으로 전체의 2.8%에 불과하다. 반면 애플, 버크셔 해서웨이 등 해외 우량주를 포함한 투자자산은 5855억원에 달해 총자산의 91.2%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제조 기업이라기보다 투자 전문 기업에 가까운 구조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조광피혁은 애플(32만 주), 뱅가드 S&P500(6,300주), 버크셔 해서웨이(300주) 등 해외 주식을 대거 보유하고 있으며, 투자 원금 대비 수십 배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포스코, 삼양통상, 대한제분 등 국내 우량 주식도 대량 보유 중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우수한 투자 성과는 인정하지만, 그 결실을 주주와 전혀 공유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쟁점은 총 발행주식의 절반에 육박하는 자사주(46.57%, 309만 6215주) 문제다. 이는 현재 시장에 유통 중인 전체 주식 수(355만 2923주)와 맞먹는 규모다. 박 대표는 이처럼 막대한 물량이 잠겨 있어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도한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용 ‘핵무기’이자 거버넌스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으로 규정하며,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 따른 자사주 소각 의무화 흐름에 맞춰 선제적인 소각을 통해 시장 왜곡을 바로잡을 것을 주문했다.

주주환원 정책 부재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조광피혁은 막대한 이익잉여금과 보유 주식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배당 수익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 주주 배당을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 이에 박 대표는 △자사주의 단계적 소각(상반기 내 50% 즉시 소각) △당기순이익 30% 이상 배당 및 해외 주식 배당금 전액 특별 배당 △사외이사 과반 구성 등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3대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박 대표는 이사회가 다음 달 15일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을 경우, 법적·행정적 수단을 총동원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지난 2006년 조광피혁의 저평가된 가치에 주목해 투자를 시작했으며, 2011년 5% 이상 지분 취득 공시와 함께 경영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편, 조광피혁은 창업주 2세인 이길용 전 대표가 2018년 작고한 뒤 지길순 여사를 거쳐 2019년부터 3세인 이연석 대표이사가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이 대표 취임 이후 회사는 본업인 가죽 제조보다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 구조를 재편했다. 20년 동반자인 박영옥 대표의 이번 최후통첩이 국내 증시의 고질적 문제인 자사주 마법과 폐쇄적 경영 문화를 혁파하는 기폭제가 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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