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SK' 대기업이 대부업을 한다고?…‘계륵’된 한국비즈니스금융대부

산업 | 심두보  기자 |입력

삼성·현대·SK·한화·NH·신한·국민 등 굴지의 대기업, 대부업 주주로 등재 1995년 공익 목적으로 출범…더 이상 명분은 남아있지 않아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대부업' 간판을 단 회사의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국비즈니스금융대부(이하 한비금융)'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 회사는 현재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가스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비금융은 당초 중소기업의 자금 유동성을 지원한다는 공익적 목적으로 1995년 출범했다. 중소기업이 물품을 납품하고 받은 외상매출채권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였다. 대기업들은 이러한 '상생 금융'의 취지에 공감해 자본을 댔다.

설립 당시의 기대와 달리, 현재 한비금융은 대기업 주주들에게 그야말로 '계륵(鷄肋)'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회사가 현행법상 '대부업'으로 등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핀테크나 혁신 금융을 표방했지만, 제도적 한계로 인해 대부업 라이선스를 취득할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대기업 입장에서 대부업체 지분 보유는 치명적인 평판 리스크다. 글로벌 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는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고금리 사채업 이미지가 강한 대부업체의 1대 주주라는 사실은 누가 봐도 껄끄러울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한비금융의 등기부등본과 감사보고서 등을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1대 주주로 명시되어 있다. SK가스 역시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다. 이들은 초기 출자 이후 이렇다 할 경영 참여나 추가 투자를 집행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방치' 상태다.

대기업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분을 매각하고 발을 빼자니 "중소기업 상생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두렵고, 계속 들고 있자니 "대기업이 대부업을 한다"는 오명을 쓸까 우려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이러한 주주들의 무관심 속에 회사의 경영 상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설립 취지였던 매출채권 팩토링 시장은 활성화되지 못했고, 수익 모델은 빈약하다. 금융감독원 공시 등을 통해 확인된 한비금융의 재무 상황은 만성적인 정체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4년 이 기업의 영업수익은 77억원이었는데, 2024년의 영업수익은 이보다도 작은 74억원을 나타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한비금융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한다. 은행이나 캐피탈사가 아닌 대부업자로 등록된 탓에 자금 조달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중소기업에게 제공하는 금리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며, '상생'이라는 설립 목적마저 퇴색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시중 은행들이 상생 금융 프로그램을 확대하면서 한비금융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1금융권이 저금리로 중소기업 대출을 지원하는 마당에, 굳이 대부업체를 통해 고금리 자금을 조달할 중소기업은 많지 않다.

사업적 매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대기업 주주들은 '침묵'을 선택했다. 이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보다는,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다. 이러한 대주주의 방관은 경영 감시 기능의 마비를 가져왔다.

경영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회사 내부에서는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대기업들을 대신해,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미미한 중기중앙회 관련 전현직 인사로 구성된 소액 주주들이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설립 당시 주도 기관이었던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의 역할론이 도마 위에 올랐다. 중기중앙회는 한비금융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등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영향력은 대주주를 압도하는 모양새다.

대기업이 손을 놓은 사이, 한비금융은 '주인 없는 회사'처럼 표류하고 있다. 명확한 비전이나 쇄신책 없이 그저 현상 유지만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결국 회사의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이 지분을 처분하는 방식의 출구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 또한 복잡한 셈법이 작용한다. 자칫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도 있고, 정무적인 판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몇몇 대기업은 이미 손을 떼고 있기도 하다. 포스코는 2024년 보유 중이던 주식 60만주(10.34%)를 세계로선박금융에 매각했다. HL홀딩스, KG모터스(옛 쌍용자동차), 위니아전자 등도 보유 지분을 전량 처분, 딜레마에서 재빨리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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