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엔비디아의 대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 상무부가 도입한 새로운 수출 허가 규정이 자국 내 공급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대중국 수출용 AI 반도체인 H200의 중국 판매 승인 규모가 대폭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존 물레나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 주 발표된 상무부의 신규 규정을 근거로 D램(DRAM) 부족 사태가 엔비디아의 수출 라이선스 발급에 '즉각적인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규정은 수출 기업이 중국 선적으로 인해 미국 시장 내 공급 부족을 유발하지 않음을 증명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물레나 위원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급 불균형을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그는 "심각한 공급난 속에 중국으로 향하는 HBM3E 탑재 칩은, 결국 미국 고객이 활용할 수 있었을 물량을 희생시키는 기회비용"고 꼬집었다. 미국 기업이 사용할 물량도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 수출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HBM3E는 엔비디아의 H200 및 블랙웰 GB300 시스템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이다.
이러한 규정은 물레나 위원장이 지난해 지지했던 '게인 AI(GAIN AI) 법안'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이 내용은 미국의 국방 정책과 예산을 포괄하는 연례 필수 법안인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될 예정이었으나, 엔비디아와 백악관의 로비로 최종 제외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삭제됐던 규제가 이번 상무부 신규 행정 명령을 통해 사실상 부활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물레나 위원장은 오는 1월 25일까지 메모리 칩 가용성이 라이선스 승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브리핑할 것을 상무부에 요청했다.
정치권의 압박 수위 또한 높아지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새 규정이 취지대로 엄격히 적용된다면, 엔비디아의 H200 중국 판매 허가는 단 한 건도 승인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브라이언 마스트 하원 외교위원장 역시 상무부의 안전 장치 마련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공급난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은 최근 AI 데이터센터 붐으로 수요가 폭증해 공급이 제한적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이달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메모리 부족 현상을 시인한 바 있다.
엔비디아 측은 즉각 반박했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엔비디아는 HBM 공급망을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다른 제품이나 고객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승인된 모든 H200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이번 서한에 대해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칩인 '루빈'에 탑재될 HBM4 물량에 대해서는 유일한 구매자로서 공급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주력으로 판매해야 할 H200과 블랙웰 시리즈의 대중국 수출길이 막힐 경우,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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