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이재수 기자|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사실상 대형 건설사 중심의 ‘엘리트 리그’로 재편되고 있다. 강남3구와 한강벨트 등 수익성이 높은 핵심 정비 사업장은 10대 건설사가 아니면 경쟁 자체가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서울 진입이 점점 어려워지며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사업으로 밀려나고 있지만, 지방 분양 경기 침체로 사업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이 대형화·고급화되는 과정에서 수요자들의 브랜드 선호현상과 금융 경쟁력이 결합되며 진입장벽이 급격히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사 중이거나 수주를 확정한 서울·수도권 주요 정비사업 대부분을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가 차지하고 있다. 단일 단지 3000세대 이상의 매머드급 사업장은 사실상 대형 건설사의 전유물로 바뀌었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3000세대 이상의 초대형 도시정비 사업지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 실제 현대건설은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약 5002세대), 한남3구역(약 5816세대)을 비롯해 광명뉴타운 최대 규모인 광명11구역(약 4386세대) 등 초대형 사업장을 동시에 수행 중이다.
이외에도 압구정2구역(2700세대), 개포주공 6·7단지(2698세대), 장위 15구역(3300세대) 부산 연산5구역(3500세대) 등을 수주했다.

삼성물산은 강남·용산 핵심지의 1000~2000세대급 ‘알짜 사업지'를 다수 확보해 두고있다. 삼성물산은 반포주공1단지 3주구(2091세대), 방배6구역(1097세대)의 공사를 진행중이며, 한남4구역(2331세대), 여의도 대교아파트(912세대), 거여새마을 공공재개발(1654세대), 부산 광안3구역(1073세대) 등을 확보했다.
GS건설은 방배동과 강북 뉴타운 등 서울 요지의 1000세대 이상의 대단지 사업장 다수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방배 13구역(2369세대), 대전 성남1구역(1213세대)를 비롯해 성북1구역(1826세대), 잠실 우성4차(825세대), 가락 프라자(1068세대), 신길 실버공원(927세대)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롯데건설은 강북 최대어로 꼽히는 갈현1구역과 부상 대형 현장 등 대규모 사업장을 확보했다. 갈현 1구역(4116세대)와 부산 대연3구역(4488세대)의 공사를 진행중이며, 서울 전농8구역(1750세대), 천호 우성아파트(629세대), 신용산북측 1구역(324세대) 등의 수주를 확정했다.
대우건설은 개포주공 5단지, 용산 청파1구역 재개발, 영등포 문래동4가 재개발 등 다수의 사업지를 확보했고, 포스코이앤씨는 노량진1구역 재개발, 신길2구역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수주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용산정비창전면1구역, 미아9-2구역 재건축, 부산 온천 5구역 등 다수의 도시정비 사업을 확보해 두고 있다.
이 같은 서울 정비사업이 대형사로 쏠리고 있는 배경에는 공사비 선투입, 이주비 및 사업비 금융 지원, 장기 공사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자본력과 신용도가 시공사 선정의 핵심 기준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의 시공사 선택 기준도 과거 ‘가성비’에서 ‘안정성’으로 이동했다. 수조 원 규모의 사업에서 공사 중단이나 분담금 급증은 조합원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대형 건설사의 과거 시공 이력과 재무 안정성은 일종의 ‘보험’처럼 작용하고 있다.
브랜드 경쟁력도 대형사 쏠림현상의 주요 요인이다. 강남과 한강변 정비사업지에서는 브랜드 차이가 곧 분양가와 시세 차이로 직결된다. 대형 브랜드는 분양 리스크를 낮추고, 조합원의 자산가치 방어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로 인해 조합은 공사비가 다소 높더라도 브랜드 파워가 검증된 대형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여기에 부동산 PF 시장 위축 이후 금융권이 시공사의 신용도를 더욱 엄격히 평가하면서, 중견·중소 건설사가 참여하는 사업은 자금 조달 자체가 불리해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서울 정비시장 진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한 중견사는 수도권 주요 사업지를 발판 삼아 서울 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대다수는 지방 사업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그러나 지방에서도 대규모 알짜 정비사업은 대형사가 선점하면서 중소형 건설사의 사업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올해도 서울 도시정비 수주현장에서 ‘대형사 리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정비업계는 올해 압구정·여의도·성수·목동 등 핵심입지를 비롯해 서울에서만 70여 곳의 정비사업장이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으며, 도시정비시장 규모도 지난해 50조 원대에서 올해 80조 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예정된 주요 정비사업은 사업 규모와 입지 측면에서 상징성이 큰 곳들이 많다”며 “수주 결과가 브랜드 가치와 향후 추가 수주로 이어질 수 있어 대형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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