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이태윤 기자| 기업공개(IPO)를 앞둔 반도체 소부장 기업 씨엠티엑스(CMTX)가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263억 원으로 전년 동기(51억 원)의 5배를 넘어섰다. 영업현금흐름도 64억 원에서 158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불며 현금창출력 자체는 분명히 좋아졌다. 문제는 속도다. 외형이 너무 빨리 커지면서 번 돈 대부분이 재고와 외상판매 같은 운전자본에 묶였다. ‘돈은 벌었는데, 현금은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IPO가 절실한 이유다.
◆ 영업이익은 뛰었는데 현금흐름은 뒤처져…’좋은데 뭔가 이상하다’
씨엠티엑스는 반도체 핵심 부품인 ‘잉곳(ingot)’을 만드는 회사다.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자, 삼성전자와 TSMC가 손잡은 국내 몇 안 되는 기업으로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씨엠티엑스의 2025년 반기 재무제표(별도 기준)는 교과서처럼 깔끔하다. 그런데 연결현금흐름표를 들여다보면 눈 여겨 볼 점이 하나 있다. 영업이익(Operating Profit)이 영업현금흐름(Operating Cash Flow)보다 훨씬 많다. 안정화된 제조기업과는 반대의 현상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매년 막대한 감가상각비를 비용으로 인식한다. 손익계산서상 이익은 줄지만, 실제로는 현금이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에 현금흐름 계산 때 다시 더해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제조기업은 ‘현금흐름이 이익보다 큰’ 구조를 보인다.
하지만 씨엠티엑스는 2025년 상반기 영업이익이 263억 원인데, 영업현금흐름은 158억 원에 그쳤다. 100억 원 넘게 벌고도 현금이 따라오지 못한 셈이다. 흥미로운 건, 불과 1년 전만 해도 반대였다. 2024년 상반기에는 영업이익 51억 원, 영업현금흐름 64억 원으로 오히려 현금흐름이 더 컸다. 감가상각비 효과가 정상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 씨엠티엑스, 급성장에 운전자본 '부담'…IPO로 '숨통'
씨엠티엑스의 현금흐름 구조가 뒤집힌 배경은 명확하다. ’성장이 매우 빨랐다’는 점이다. 연결 현금흐름표를 보면 ‘운전자본 변동’ 항목에서만 134억 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재무상태표상 재고자산은 2024년 말 333억 원에서 2025년 6월 말 404억 원으로 71억 원 늘었고, 매출채권(및 기타채권)은 같은 기간 93억 원에서 144억 원으로 51억 원 증가했다. 매출이 폭증하면서 원자재를 더 사들였고, 외상판매도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금흐름은 성장통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총자산 대비 운전자본(재고+채권) 비중은 24% 수준이다. 일반 제조업의 건강한 범위(20~30%) 안에 있다.
상반기 씨엠티엑스가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 158억 원의 쓰임새는 뚜렷하다. 연결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상반기 중 투자활동에 73억 원이 들어갔다. 이 가운데 35억 원은 신규 기계장치 취득, 33억 원은 공장 신설 등 건설중인 자산으로 투입됐다. 재무활동에서도 56억 원이 유출됐다. 단기차입금 상환 48억 원, 장기차입금 상환 6억 원 등 부채 축소에 집중했다. 상반기 말 현금 보유액은 25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성장을 이어가려면 ‘새 연료’가 필요하다. 이번 IPO로 유입될 공모 자금은 운전자본 부담을 덜고, 차세대 기술 개발 및 설비투자에 투입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씨엠티엑스가 ‘숨 한번 크게 돌릴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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