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드리웠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는 모양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반등하면서, 금융사들의 투자 손실 위험 지표가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증권업계 쏠림 현상, 54.5조원의 향방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4.5조원으로 나타났다. 전 분기 대비 1조 원가량 감소한 수치로, 이는 금융권 총자산의 0.7% 수준이다.
업권별로는 장기 자산 운용이 필수적인 보험업권이 30.4조원(55.7%)을 보유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은행이 11.4조원(21.0%),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증권업권이 7.3조원(13.4%)으로 뒤를 이었다. 각 업권의 자산 운용 특성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미국이 살렸다"…북미 회복세에 부실 징후 '뚝'
투자 지역은 선진국 쏠림 현상이 여전했다. 북미 지역 투자액은 33.6조원으로 전체의 61.6%에 달했으며, 유럽(10.2조원, 18.7%)을 합치면 두 지역 비중이 80%를 상회한다.
긍정적인 신호는 미국 시장에서 감지됐다. 현지 부동산 시장이 저점을 통과해 안정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국내 금융사의 리스크도 경감됐다. 실제로 부실의 '가늠자'로 불리는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규모는 2024년 말 2.59조원에서 2025년 6월 말 2.07조원으로 급감했다. 선제적인 손실 인식과 현지 시장 회복이 맞물린 결과다.
●복합시설 '위험' vs 호텔 '안정'…엇갈린 명암
부동산 유형별로는 리스크의 온도가 확연히 달랐다. 단일 사업장 투자 중 위험도가 가장 높은 유형은 복합시설로, EOD 발생 비율이 무려 41.41%에 달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주거용 부동산(3.69%)과 오피스 빌딩(2.31%)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호텔 관련 투자의 EOD 비율은 2.19%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오피스 부문은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공실 우려가 상존하나, 국내 금융사들의 충분한 자본 완충력을 고려할 때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당국은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 개정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엄정한 손실 인식과 감정평가 최신화를 유도해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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