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수함 건조, 한·미서 '투트랙 병행건조' 추진해야

산업 | 나기천  기자 |입력

병행건조시 미국 규제 피하고 단시간 내 한ㆍ미 협업 가능 '윈-윈' 1500억불 '마스가' 투자금 필리조선소 투입, 핵잠 건조역량 강화에 필요

|스마트투데이=나기천 기자| 경주에서 열린 한ㆍ미 정상회담의 핵심 성과물인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어디서 할 것이냐는 문제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자국 내 건조를 원하는 미측과 국내 건조가 바람직하다는 우리측 입장이 맞선 상황에서 정치권과 학계, 산업계를 중심으로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잠수함을 건조하는 이른바 '병행건조 투트랙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급부상 중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4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성공적인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한ㆍ미 조선협력 추진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서는 한ㆍ미 양국의 안보와 산업적 관점에서 공동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방안으로으로 한국 핵추진잠수함은 국내, 미국이 원하는 잠수함은 미국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투트랙 전략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는 한국은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을 국내에서 건조하고, 미국은 한화오션 산하 필리조선소 등을 활용해 원하는 잠수함을 동시에 건조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지난 10월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계획을 승인한 직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포함한 미국 내 조선소를 활용하는 방안을 이미 거론한 바 있다.

여기에 한ㆍ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ㆍ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와 맞물리면서 핵추진잠수함 한ㆍ미 병행건조 전략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미나에서 기조발제를 한 최용선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전 국가안보실 방위산업담당관)은 "필리조선소 활용을 통한 병행 건조는 미국 핵추진잠수함 건조 속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한국은 예정된 핵추진잠수함을 적기에 확보하면서 건조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윈-윈'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현재 연간 약 1.2척 수준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능력만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실제로 미 해군은 현재 운용 중인 핵탄두 탑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장착되는 전략핵잠(SSBN) 14척(오하이오급)을 대체하기 위해 컬럼비아급 SSBN 12척 추가 건조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2척은 2021년과 지난해 각각 발주했고, 내년부터 2035년까지 추가로 10척을 발주할 계획이다. 퇴역하는 잠수함 전력을 대체하기 위해 2054년까지 재래식 미사일 및 어뢰 등을 탑재한 다목적 공격용 핵잠(SSN)은 총 59척을 건조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미 해군은 이 같은 잠수함 건조 확대를 통해 SSN 66척 보유를 유지한다는 목표를 2017년부터 일찌감치 세워둔 상태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간 SSBN 1척과 SSN 2척을 동시에 건조해야 하지만, 2022년 이후 연간 1.2척 수준에 머무르고, 인력 부족으로 인한 건조 지연으로 건조 잔고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최 수석전문위원 설명이다.

최 수석전문위원은 "미국에는 현재 핵잠 건조가 가능한 민간 조선소가 2개뿐이고,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어 미국 단독 생산만으로는 미군 핵잠 건조에 한계가 많다. 현재 미국의 자체 핵잠수함 건조 역량만으로는 최악의 경우 2054년 SSN이 38척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위사업청 한국형잠수함사업단 출신인 류성곤 에스앤에스이앤지 상무도 "국내 업체가 인수한 미국 조선소 또는 국내 조선소에서 미국 핵추진잠수함을 포함한 미국 함정 건조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스가 프로젝트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수석전문위원은 핵추진잠수함의 작전 가용성을 높이기 위한 유지ㆍ보수ㆍ정비(MRO) 역량 강화도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2023년 기준으로 미국의 핵추진잠수함 가운데 약 33%인 16척이 정비 중이거나 정비를 기다리는 유휴 상태로, 이는 미 해군 조선소의 인력 부족과 시설 제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잠수함 건조 능력이 국내ㆍ외에서 확실하게 검증된 한화오션이 핵추진잠수함의 외주 생산을 담당하는 것도 또 다른 옵션으로 거론된다. 

핵심 원자로 시스템 및 전투체계는 미국의 기존 핵추진잠수함 건조 조선소에서 맡고, 필리조선소에서는 선체와 격실 블록 제작 및 조립과 같은 일반 선체 공정을 맡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미국 내 규제와 충돌하지 않고 단시간 내 협업이 가능하다는 잇점이 있다. 미국은 자국 해군 함정을 미국 내 조선소에서만 건조하도록 제한하는 '반스-톨레프슨법(Byrnes-Tollefson Act)'을 적용 중이다.

원자력 전문가들 역시 한화오션 필리조선소를 활용한 한미 병행건조가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기술의 자립을 앞당길 수 있는 묘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동 건조 과정에서 한국 전문가들이 설계·생산·시험·정비 등 전 단계에 투입되면서 핵심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농축우라늄 연료 등 한국형 모듈 개발 참여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핵추진잠수함 기술 및 핵연료 자립화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부승찬 의원은 "핵추진잠수함 확보의 속도도 중요하지만,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우리나라 조선산업과 지역경제의 성장이라는 방향성도 중요하다"며 "국내 건조냐 해외 건조냐 하는 이분법적 틀에서 탈피해 가장 합리적인 건조 방안을 찾아 지원해 나가겠다"고 했다.

트럼프 '원픽' 필리조선소에 마스가 투자금 투입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핵추진잠수함 건조 장소로 언급한 필리조선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정부간 협의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ㆍ미가 관세협상 과정서 합의한 마스가 투자금인 1500억 달러를 필리조선소에 집중적으로 투입,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마스가 투자금으로 필리조선소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인프라를 확충하고, 여기에서 극도로 민감한 기술인 원자로나 전투 체계 외 선체 블록 등을 건조하게 되면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역량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어 미국 정부를 향한 설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 수석전문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하며 필리 조선소에서의 건조를 거론한 건 한국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라는 뜻 보다 한ㆍ미 조선 협력을 토대로 미국의 핵잠 건조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우리가 먼저 마스가의 새로운 방향으로 미군 핵잠 건조에 대한 양국 협력을 제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능력 복원은 미국 내 예산 투입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한국 등 동맹국의 외부 생산 능력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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