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충실의무 위반1호 '포비아'(?)

글로벌 | 김세형  기자 |입력

눈길 끄는 핸디소프트 이사회 의사록

핸디소프트 유상증자 이사회 의사록 캡처.
핸디소프트 유상증자 이사회 의사록 캡처. '이사의 충실의무' '전체 주주 이익' 문구가 눈길을 끈다. 

|스마트투데이=김세형 기자|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개정 상법이 시행된 가운데 이를 의식한 듯한 상장사 이사회 의사록이 이목을 끌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핸디소프트 얘기이다. 핸디소프트는 기존 오상그룹이 회사 매각에 나선 가운데 새 인수자인 폴라리스그룹으로의 피인수 논리를 언급하면서 "주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한 결정"이라고 명기했다. 잉크가 채 마르지 않아 어느 방향으로 튈 지 모르는 개정 상법을 상당 부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조성우 폴라리스그룹 회장은 73년8월생으로 미국 뉴욕공대 출신이다. 언론 등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M&A로 덩치를 키워가는 은둔의 경영자로 유명하다.

 * 조성우 폴라리스그룹 회장이 핸디소프트를 인수했다. 이미지는 구글 Gemini.
 * 조성우 폴라리스그룹 회장이 핸디소프트를 인수했다. 이미지는 구글 Gemini.

21일 핸디소프트는 폴라리스AI와 폴라리스세원 등 폴라리스그룹이 지분 36.8%를 500억원에 현 최대주주인 오상헬스케어 등으로부터 인수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7000원에 지분과 함께 경영권이 넘어가는 M&A 계약이다. 인수가격 7000원은 이날 종가 3705원 대비 89% 프리미엄이 붙었다. 

오상헬스케어는 현재 25.03% 지분을 보유 중으로 10.82% 지분은 남긴다. 

폴라리스AI와 폴라리스세원은 이와 함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100억원도 투자한다. 유상증자 단가는 10% 할인율을 적용한 주당 2211원으로 책정했다.  

주목할 점은 공시에 첨부한 핸디소프트의 이사회 의사록. 이사회는 이번 최대주주 변경 계약 및 유상증자에 대한 배경을 상세히 기술한 의사록을 공시에 첨부자료로 덧붙였다.  

핸디소프트 이사회는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 "오상그룹은 바이오·의료기기 전문기업으로 그룹사 내 IT기업이 있으나 당사와의 사업 연관성이 낮고 IT 부문에 대한 전략적 관심 및 투자에는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오상그룹은 지분 및 경영권 인수 후 지분 매각을 수차례 시도했으며, 사모펀드 등 투자의향을 비춘 인수후보자는 있었으나, 지분매각가액 및 당사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소 소극적 투자로 인해 당사의 기술력, 영업 및 마케팅 역량 등은 빠르게 변화하지 못해 시대 흐름을 선도하지 못하고 있으며, 매출 및 수익, 주가 등 일정 수준에서 정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최대주주가 바뀔 만했다는 설명이다.  

사측은 이번 유상증자 추진과 관련해서 "폴라리스그룹은 AI, 클라우드, 오피스 등 IT 솔루션 전문기업이 다수 포진되어 있으며, 당시 경영권 인수를 통해 공공시장 확대 및 기술 영업에 있어 시너지 확보를 기대하고 경영권을 인수하고자 한다"며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기존 현금성 자산과 합쳐 약 680억원 투자 여력이 마련되며, AI 및 클라우드 기반의 신기술 확보, 신규 사업 진출, 제품 고도화 등에 전략적으로 활용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소액주주들을 의식한 것이 명백한 이사회에서의 논의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측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가격과 관련해서 "3자배정 유상증자 발행가액(2211원)이 구주 매각 단가(7000원)의 약 31.6% 수준으로 형성,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가격 괴리로 인해 소액주주 반발 및 주주충실의무 논란이 제기될 수 있으며, 해당 리스크에 대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함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유상증자는 단순한 재무적 목적이 아닌 사업 구조 전환과 미래 성장 기반 강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해당거래를 통해 단기적 재무구조 개선 뿐 아니라 장기적 매출 및 수익 확대를 통해 회사의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거래로 판단했음"을 강조했다.  

이사회는 "본 거래가 당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주주이익 증대를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일 것으로 판단한다"며 "본 건 거래는 법령 및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에 부합하며, 전체 주주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검토한다"고 확인했다.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개정 상법 공포안이 의결됐다. 개정 상법은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이사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 이사들은 주주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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