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체 날릴뻔한 어이없던 서진시스템의 알짜 사업 분할 추진

글로벌 | 김세형  기자 |입력

존속법인이 상장폐지당할 뻔했던 서진시스템의 회사 분할 혼란이 엿새만에 수습됐다. 

서진시스템은 분할을 전면 취소함으로써 원래대로 되돌렸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회사 신인도에는 흠집이 생겼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4일 서진시스템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6일부터 서진시스템 주권은 주식시장에서 정상 거래된다. 

지난 8일 부랴부랴 분할 결의에 따른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을 이유로 매매거래를 정지시킨 지 엿새 만이다. 

서진시스템은 지난 8일 오전 10시 이사회를 열고 ESS(에너지저장장치) 부문의 분할을 결의하고, 장이 끝나고 이를 공시했다. 

통상 분할 목적처럼 각 사업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 체제를 확립하고, 각 사업부문에 대해 적정한 기업가치를 평가받음으로써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취지였다. 

서진시스템 본체는 코스닥 상장 법인으로 남고, 신설법인은 분할재상장 심사를 거쳐 코스닥에 상장시킬 계획이었다. 

시장에서 딱히 시비를 걸 만한 사안은 보이지 않았다. 

신설법인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가 2346억원으로 덩치가 작지 않고, 연결 기준 지난해 2746억원에 매출에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은 336억원에 달했다. 이익률이 10%를 넘었다.

계획대로라면 ESS 부문의 가치가 제대로 드러나면서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가치의 합이 현재보다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할 만했다. 

특히 분할방식이 소액주주들도 신설법인의 지분을 그대로 갖게 하는 인적분할 방식을 채택,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도 적었다.

대주주들의 지배력만 강화해주고 소액주주들의 이익은 침해됐다는 비난을 듣는 LG에너지솔루션이나 최근 상장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 방식이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이라는 날벼락은 어처구니 없게도 존속법인의 상장유지 조건에서 비롯됐다. 

분할재상장의 경우 존속법인 역시 일정 이익 조건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알짜 사업을 빼내고 껍데기로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서진시스템은 분할이 이뤄지고 나면 존속법인은 이익 조건을 맞출 수 없는 결과가 발견됐다. 분할 신설법인을 상장사로 만들면서, 본체인 존속법인은 상장폐지되도록 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보니 규정 미파악에 따른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국거래소가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곁가지로 나왔다. 

정해진 절차는 밟아야 했다. 특히 인적분할을 앞두고 무려 3600억원에 달하는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절차 준수는 반드시 필요했다. 이 결과로 지배구조 변경과 함께 물량 출회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달 30일 3600억원 규모 전환사채 전환이 청구돼 기존 발행주식의 절반에 육박하는 1770만주(47.1%)가 발행됐다. 1046만주는 지난 14일 상장됐고, 766만주는 오는 20일 상장예정이다. 전환권 행사 공시 땐 청구되지 않고 남아있던 100억원 43만주 규모 전환사채 전환이 추가로 이뤄졌다.  

전환사채 전환에 따라 사모펀드가 전동규 대표이사에 이어 2대주주에 올랐다. 미국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의 자금이 들어간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다. 크레센도는 반도체 전공정장비 업체인 HPSP 인수와 상장으로 대박을 낸 곳으로 명성을 얻은 곳이다. 

크레센도는 서진시스템에 2015년 200억원을 시작으로 지난 2022년까지 총 28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환사채 전환에 따라 약 20%를 가진 2대주주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환사채 전환가격을 보면 900억원 어치는 주당 1만4500원에 620만주로 전환됐으나 나머지는 2만3500원에 전환이 이뤄졌다. 서진시스템의 매매정지 직전 주가는 2만6300원이었다.  

전환사채 전환 신주 가운데 1064만주는 전동규 대표이사와의 사이에 풋옵션 계약이 체결됐다. 1년 뒤인 내년 6월26일 이후 투자자는 전 대표이나 전 대표가 지정하는 이에게 주당 3만2000원에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 1064만주의 전환가격은 주당 2만3500원으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에 내놓지 않는 대신 수익을 보장받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1만4500원에 전환된 620만주, 전체 발행 주식의 10% 안팎은 계약 체결 대상에서 언급이 돼있지 않다. 전환가격을 고려할 때 시장 출회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통상 횡령배임 혹은 감사의견 거절 등의 사유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 기업에 하는 절차를 따랐다. 이에 맞춰 오는 30일까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결정하겠다고 하면서 매매정지 상태를 유지시켰다. 

회사로서는 조건에 맞춰 분할 비율을 조정하거나 아예 분할을 취소하고 원점으로 돌리는 방안이 선택지로 제시됐다. 서진시스템은 14일 오후 2시 이사회를 열고 분할을 전면 취소하는 쪽을 택했다. 

분할 비율 조정은 사실 이치와 맞지 않았다. ESS 부문 일부를 존속법인으로 넘겨줘야 할 판이기 때문이었다. 제멋대로 뗐다붙였다 한다는 시장의 의심을 살 만한 선택이지기도 했다. 

서진시스템은 "주주보호 필요성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논의를 거쳐 출석이사 전원 만장 일치로 분할을 철회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사라졌고, 매매거래도 재개되게 됐다. 하지만 4거래일 간 발이 묶였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 기업이라는 꼬리표도 달고 살게 됐다. 

한편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해프닝 기간 ESS 부문의 사업 가치는 부각되는 모양새가 됐다. 

분할 계획서 상에서 회사가 내놓은 ESS 부문의 숫자에 더해 서진시스템이 지난 1분기 깜짝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제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지난 1분기 매출은 325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890억원보다 72.3% 급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33억원, 373억원으로 각각 116.5%, 178.4%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이 예상치 2742억원을 18.8% 뛰어 넘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예상치 300억원, 191억원보다 각각 44.3%, 95.3% 많이 나왔다. 

특히 ESS 부문이 깜짝 실적을 주도했다. 지난 1분기 ESS 장비 사업은 전체 매출의 61.5%를 차지, 지난해 전체 35.2%에서 눈에 확 띄게 증가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서진시스템이 지난 1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했다며 목표주가를 종전 2만9000원에서 3만6000원으로 상향조정하고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ESS 장비 및 전기차&배터리 부품 매출이 급증하면서 분기 최고 매출을 달성했고, 수익성이 양호한 ESS 및 전기차&배터리 부품 매출 비중이 증가하면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또 ESS 부품 매출과 전기차 부품 매출이 2분기에도 호조를 이어가면서 분기 최대 매출액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16일 매매재개 뒤 주가는 매매재개라는 호재(?)와 ESS가 주도한 깜짝 실적, 전환사채 물량 차익실현 가능성, 그리고 회사의 업무 처리 능력 등의 각종 요인이 혼재하면서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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